▲전후납북자법에 따르면 납북귀환어부는 지원대상에서 제외될 수 밖에 없다.
변상철
더 큰 문제는 '공식사과'라는 답변란에 담긴 내용이다.
한국정부는 피해자에 대한 공식사과에 대해 '아직까지 북한 당국의 공식적인 사과는 없었습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 서술은 해당 사안을 반쪽만 보고 정리한 것이다. 납북귀환어부 문제는 북한의 책임뿐만 아니라 한국정부의 책임 또한 그에 못지않게 크기 때문이다.
한국정부는 자국민이 북한에 납치되는 상황을 막지 못한 큰 책임이 있다. 그리고 장기간 억류되었다가 돌아온 어부들을 불법 연행해 여인숙, 여관, 공공기관 시설 등에 집단 구금하며, 고문 등을 통해 국가보안법 위반자로 조작하여 감옥에 보낸 뒤, 다시 어민과 그 가족들을 수년에서 수십년간 사찰하고 연좌제를 적용해 사회로의 진출을 막는 등 막대한 잘못을 저질렀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이러한 책임을 전혀 언급하지 않고 오히려 납북귀환어부에 대해 북한의 책임과 사과만을 요구하고 있으니 이 어찌 엉뚱한 답변이 아닐 수 있을까.
그리고 한국정부는 납북귀환어부들에 대한 반인도적, 반인권적 고문 범죄행위를 저지르고, 조작된 범죄사실을 기소했던 수사관, 검사 등을 기소하거나 처벌하는 것에 대해서도 '납치를 자행한 주체가 북한 당국이기 때문에 가해자를 특정하고 처벌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답변했다. 이미 2기 진실화해위원회에서는 납북귀환어부들을 감금, 고문하고 조작된 내용으로 기소한 책임기관을 명시하고 이에 대한 진실규명과 명예회복, 정부의 조치 등에 대한 권고를 결정한 바 있다. 그럼에도 한국정부는 '납치'로 문제를 국한해, 한국으로 귀환한 3600여명의 어부들에게 가해진 한국정부의 반인도적, 반인권적 문제를 특정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려는 의지는 감추었다.
한국정부의 이러한 답변은 피해자들에게 지속된 고통과 반복된 실망만을 안겨줄 뿐이다. 진실화해위윈회에서는 피해자들에게 명예회복을 이야기하면서도 같은 정부기관에서는 피해자들의 피해사실에 대해 감추거나 왜곡된 입장을 내보인다면, 어느 피해자가 정부의 태도를 진심으로 믿고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이번 정부의 의견서는 매우 부적절하며, 국제사회에 한국정부를 신뢰하지 못할 반민주적인 모습만을 보여주는 부끄러운 의견서이다. 지금이라도 한국정부는 납북귀환어부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 문제에 대해 국제인권기준에 따라 그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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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부가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엉뚱한 '답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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