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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잡혔다? 전혀 아냐... 취약계층 민생 대책 시급"

[시민물가③] 정세은 충남대 교수 "물가 아닌 '물가상승률' 내려... 정부 지출 늘려야"

등록 2023.09.28 19:27수정 2023.09.28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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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3%까지 치솟았던 물가상승률이 2%대로 하락했다. 현재 정부의 공식 입장은 전반적으로 물가가 안정세란 것이다. 그렇다고 물가 자체가 낮아진 것은 아니다. 물가상승률이 낮아진 것뿐이다. 소비자들에게 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 상태다. 시민의 관점에서 윤석열 정부 시기 물가 상황을 따져봤다.[편집자말]
"물가가 전반적인 수준에서 서서히 안정을 찾고 있다."(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6월 18일)

"10월이 지나면 물가는 다시 안정세를 보일 전망이다."(추 부총리, 9월15일)


물가가 안정된다는데, 지갑은 자꾸만 얇아진다. 추석을 앞두고 더욱 치솟은 물가에 장보기가 겁난다. 물가는 정말 잡히고 있을까? 정세은 충남대(경제학) 교수의 대답은 "아니오"다. 그는 "물가 수준이 아니라 물가상승률이 낮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폭등했던 물가가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 결코 아니라는 얘기다. 

정 교수는 "통상 물가상승률이 2%대면 안정적이라고 보는데, 그걸 넘어 한참 오른 상태에서 물가가 더 크게 오른 것"이라며 "물가가 잡혔다는 얘기는 전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서민층이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물가 지표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생활물가지수(장바구니물가)든, 소비자물가지수든, 모든 사람의 평균으로 통계를 낸다"며 "서민이나 물가 변동에 취약한 사람들을 기준으로 물가를 집계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물가 폭등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서민과 취약계층을 위해 정부가 재정정책을 통해 지출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면 고물가로 인한 고통이 한쪽으로 가중되진 않을 것"이라며 "결국 정부가 재정정책을 통해 서민과 저소득층의 어려움을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취약계층을 위한 에너지 바우처를 지원하고,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수매해 고물가에 대응해야 한다는 얘기다. 

아래는 지난 9월 20일 정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물가 잡혔다? 전혀 아냐...주거비 제대로 반영하면 물가 더 높아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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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년 예산안 및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상세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올해 1월 전년동월대비 5.2%를 기록하고, 7월 2.3%까지 낮아진 이후 지난달 3.4%로 또다시 크게 올랐다. 추 부총리는 지난 6월 "물가가 안정을 찾고 있다"고 했는데, 시민들은 여전히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로 치솟은 뒤 현재 그보다는 다소 내려갔다. 오해할 수 있는데, 물가 수준이 아니라 물가상승률이 낮아진 거다. 통상 물가상승률이 2%대면 안정적이라고 본다. 그런데 그걸 넘어 한참 오른 상태에서 물가가 더 크게 오른 것이다. 물가가 잡혔다는 얘기는 전혀 말이 안 된다."

- 대부분 임금에는 큰 변화가 없어 물가가 더 크게 올랐다고 느끼는 것 같다. 

"물가가 크게 올라도 임금이 많이 오르면 괜찮지만, 현실이 그랬나. 개인의 실질 소득이 줄어든 거다. 또 우리나라 물가 통계의 문제 중 하나가 주거비 반영이 적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물가 통계 중 주거비 비중이 크다. 미국이 잘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전셋값이 다시 오르고 있지 않나. 주거비 부분을 물가에 제대로 반영한다면, 실질적인 물가상승률은 더 높아질 수 있다."

- 현재 3%대로 낮아지긴 했지만, 2000년 이후 가장 고물가 시대로 꼽히는 이명박 정부 재임 5년 동안 연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3%였던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고물가 상황 아닌지.

"그렇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물가안정목표 수준을 2%대로 놓고 관리하고 있는데, 사실 한은이 '관리'한다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한은이 물가를 잡기 위해 계속 고금리를 만들어버리는데, 고금리 상황에선 누가 괴롭나. 여러 자금 조달 능력을 가진 대기업은 아니다. 영세한 곳이 더 어려워진다."

"부자는 물가 얼마나 올랐나 몰라... 서민 기준 물가 집계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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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11일, 물가 점검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 과일 코너에서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 정부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주로 얘기하지만,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4%대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런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아 물가 관련 착시를 일으킨다는 지적이 있는데.

"근원물가는 식료품 등 단기적 공급 측면을 제외한, 임금 상승이나 시장 구조 변화 등이 반영된 지표다. 그런데 예를 들어, 유가가 오르면 음식점 가격도 오른다. 근원물가를 공급적 충격과 완전히 분리할 수 없다. 또 근원물가를 결정하는 중요 요소가 인건비와 기업의 이윤이다. 임금이 크게 오르지 않은 상황에서 근원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은 일부 기업이 이윤 창출을 위한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 장바구니 물가와 통계상 물가의 차이가 큰데, 괴리를 줄일 방안이 있다면. 

"돈이 많은 사람들은 사실 물가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잘 못 느낀다. 그런데 생활물가지수(장바구니물가)든, 소비자물가지수든, 모든 사람의 평균으로 통계를 내지 않나. 서민이나 물가 변동에 취약한 사람들을 기준으로 물가를 집계할 필요성이 있다."

- 지난 1분기 소득하위 20% 가구는 처분가능소득 중 45.5%(39만1000원)를 식비로 썼고, 상위 20%는 13.3%를 지출했다는 통계도 있다. 고물가 상황이 저소득층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이는데.

"식료품 가격 상승은 서민층에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또 지역과 같이 대중교통 발전이 상대적으로 더딘 곳은 자차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유가 상승 타격을 더 크게 받게 된다. 물가 상승 영향은 계층마다, 지역마다 다르다."

"가격 통제보다 시장 구조 개입해 공정 경쟁 이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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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30일, '불평등·양극화 극복을 위한 새로운 조세재정정책'을 주제로 열린 20대 대선 정책 시리즈 토론회에서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 연합뉴스

 
- 고물가 지속으로 인한 실질소득 감소가 우리 경제 전반에는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지.

"개인 측면에선 고물가로 실질소득이 감소했다 느낄 수 있는데, 이 부분도 뜯어보면 이상하다. 어쨌든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증가하고 있지 않나. 결국 분배구조가 악화한 것으로 봐야 한다. 기업이 이윤을 과도하게 늘리고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결국 소비가 크게 줄어 내수에 악영향을 미친다. 최근 수출이 계속해서 감소세를 보여 내수가 굉장히 중요한데, 물가 상승으로 인한 소비 악화가 소득 악화로 연결되고, 악순환이 이어지게 된다."

- 정부가 라면값 등에 구두 개입하면서 사실상 직접 가격 통제에 나선 모양새인데, 과거 이른바 'MB물가지수'도 실패한 경험이 있다.

"독과점 시장에 대해선 가격 통제가 효과적일 수 있다. 또 가격 통제를 하더라도 기업이 적정 이윤은 남길 수 있도록, 부작용이 덜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가격보다는 시장 구조에 개입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공정한 경쟁이 일어나도록 유도해야 한다."

- 고물가 관련 정부 대응 방안이 있다면.

"GDP가 역성장이 아닌 플러스(+) 성장을 하고 있는데, 만약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면 고물가로 인한 고통이 한쪽으로 가중되진 않을 것이다. 결국 정부가 나서서 재정정책을 통해 서민과 저소득층의 어려움을 풀어줘야 한다. 특히 최근 자영업자들이 전기·가스요금 상승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지 않나. 취약계층을 위한 에너지 바우처 등 민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 지출을 지금보다 더 늘려야 한다. 또 농산물 시장 안정화를 위한 안정적인 수매 등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물가 #기획재정부 #추경호 #정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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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경제부 기자입니다. 01094037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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