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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울먹인 고용평등상담사, "부디 상담실 지속" 호소 전한 내담자

[현장] 정부, 고용평등상담실 지원예산 삭감 논란... "여성노동자의 최소한 안전장치 놓아버린 것"

등록 2023.09.25 14:04수정 2023.09.2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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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고용평등상담실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이 "24년간 여성노동자를 지켜온 고용평등상담실 폐지, 퇴행하는 고용노동부 규탄한다" 기자회견을 진행하고있다. ⓒ 조혜지


"창원에서 고용평등상담실 상담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 지역은 고용노동부 부산청이 관할하게 됩니다. (부산청이) 관할하는 지역이 경남 18개 시군에 부산, 울산 이렇습니다. 그런데 상담 활동 인력을 1명만 두는 게 말이 됩니까."

민간보조로 여성노동자를 지원하는 고용평등상담실 관련 예산을 12여억원에서 5억여원으로 54.7% 삭감하고 정부 주도의 '고용평등 상담 지원'으로 변경한다는 정부 계획에 현장 상담가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000년 10개소로 시작한 고용평등상담실은 지난해에만 1만3198건의 상담을 실시했으며 성차별-성폭력 피해 여성노동자들에게 상담과 법률 지원 등을 지원해왔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여성인권단체와 법률지원단체 등 민간보조로 이어오던 전국 19개 고용평등상담실을 8개 지방노동관서 소속 전담창구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쉬운 접근성, 밀착 상담이 중요한데..."

박미영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고용평등상담실장은 이같은 정부의 정책 전환은 접근성이 가장 중요한 현장의 현실을 도외시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박 실장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진행한 '24년간 여성노동자를 지켜온 고용상담실 폐지, 퇴행하는 고용노동부 규탄한다' 기자회견에서 "상담실에서 만난 내담자들의 얼굴과 목소리들이 생각난다"면서 "그분들에게 이같은 (상담실 폐지) 상황을 공유하지 못했다. 전달할 자신도 없다"고 울먹였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고용평등상담실 지원을 받아 온 실제 내담자들의 호소가 대독됐다. 고용노동부 진정으로도 도움을 받지 못해 상담실을 찾았다는 안산여성노동자회 상담실 내담자는 "상담실 선생님이 이의제기하고 의견서를 보내 지원했고, 사건이 재조사돼 사실이 밝혀지고 (피해자들의) 증언도 사실로 인정됐다"면서 "상담실이 없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부디 지속돼 노동부 진정으로도 도움 받지 못하는 저같은 피해자들이 도움을 받길 바란다"고 전했다.   

간호조무사로 일하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 상담 지원을 받은 한 내담자는 실제 피해자가 직장을 상대로 문제를 제기하기 힘든 현실을 언급했다. 그는 "법 대응이 시작되면 회사는 노무사, 변호사를 써서 대응하는데 평범한 노동자는 법조문을 들이대면 위축되기 마련이다"라면서 "전화 한 통으로 도움 요청이 가능한 곳이 상담실이었다"고 말했다. 

박명숙 인천여성노동자회장은 실제 단체들이 피해 상담자들을 지원해 온 방식을 언급하며 정부의 대책이 대안이 될 수 없는 이유를 꼬집었다. 박 회장은 "직장 내 성희롱을 포함한 상담은 1회가 아닌 수차례 상담이 더 많고, 대부분 내방 상담이다"라면서 "(내담자들이) 퇴근 시간 이후 상담실을 방문하기 때문에 늦은 밤에도 상담이 많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어 "법률 상담 연계뿐 아니라, 의견서를 작성하고 노동부에 진정하기도 하며, 필요 시 경찰조사나 재판출석에 동행해 밀착 지원한다"면서 "일터에서 마주하는 노동권 침해를 벗어나려면 무엇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밀접한 상담이 이뤄지는 상담실이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밝힌 전담창구 노동청 8개소 전담창구 인력으로는 대체가 힘든 역할이라는 주장이다.  

24년째 상담실을 운영중인 서울여성노동자회 신상아 회장은 내담자들의 '재상담' 통계를 제시했다. 신 회장은 "2022년 전체 상담 1140건 중 신규 상담은 540건이고, 재상담은 576건이다. 밀착상담을 위한 재상담이 50.5%다"라면서" 상담실은 기계적으로 정보만 제공하는 곳이 아니다. 수십 차례 상담을 거듭하며 노동자와 함께 대응을 모색하고 (스스로) 문제 해결의 주체로 성장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노동부는) 고용평등상담실 운영 주체들에게 과정과 이유에 대한 일언반구의 설명도 없었다"면서 "개소 당시 정부 상담실과 민간 상담실을 병행해 운영했지만 2004년 민간상담실로만 운영해왔고, 고용평등상담실은 2000년부터 2022년까지 총 16만 8070건, 연평균 7640건의 상담을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어 "노동부는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모두 놓아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관련 논란에 지난 22일 설명자료를 내고 "상담에서 권리구제까지 원스톱 지원을 위한 창구 단일화로 피해 권리 구제 실효성을 제고하겠다"면서 "1차 상담 창구를 전화, 온라인, 방문 등 민원인 편의에 맞춰 진행할 예정이며 심층상담 필요 시 전담 상담 인력이 출장 상담으로 밀착 지원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고용노동부 #고용평등상담실 #공공인프라 #상담 #직장내괴롭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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