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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발 외계인'에 놀란 미국, 이렇게 막아낼 줄이야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스필버그 감독과 톰 크루즈의 SF 스릴러 <우주전쟁>

23.09.27 09:57최종업데이트23.09.27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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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는 매년 흥행경쟁이 매우 치열하지만 2005년은 유난히 대작들이 많이 공개됐던 해로 기억되고 있다. 5월에는 <스타워즈> 프리퀄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조지 루카스 감독의 <스타워즈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가 개봉했다. 오비완 캐노비(이완 맥그리거 분)와 아나킨 스카이워커(헤이든 크리스텐슨)의 '광선검 사제대결'이 등장했던 <스타워즈3>는 세계적으로 8억 6800만 달러의 높은 흥행성적을 기록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하지만 2005년 최고의 흥행성적을 올린 영화는 <스타워즈 3>가 아니었다. 2005년11월에 개봉한 <해리포터>의 4번째 이야기 <해리포터와 불의 잔>이 세계적으로 8억 96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스타워즈>를 제치고 2005년 최고의 흥행작에 등극했다. 이 밖에 <나니아 연대기: 사자,마녀 그리고 옷장>이 7억 4500만 달러, 피터 잭슨 감독의 <킹콩>이 5억 56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관객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2005년에는 < E.T >와 <쥬라기 공원> <라이언 일병 구하기> 등을 연출했던 1980~1990년대 할리우드 최고의 흥행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신작도 관객들에게 선을 보였다. 하지만 이 영화는 스필버그 감독의 전작들과 달리 상업적인 요소를 최소화한 SF 스릴러 장르로 관객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크게 갈렸다. 스필버그 감독과 톰 크루즈가 <마이너리티 리포트> 이후 3년 만에 재회했던 <우주전쟁>이었다.
 

<우주전쟁>은 작년 <탑건:매버릭>이 개봉하기 전까지 17년 동안 톰 크루즈의 북미 최고 흥행작 자리를 지켰다. ⓒ UIP 코리아

 
외계생명체의 침공을 받는 영화들

아직 현실에서는 외계생명체의 존재여부조차 알지 못하지만 영화에서는 외계생명체가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물론 <맨 인 블랙> 시리즈처럼 외계인들이 지구에서 인간들과 섞여 살아가는 설정의 영화도 있지만 액션이나 SF장르에서는 지구인들이 외계인의 침공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가 많다.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는 액션 및 SF 영화들은 장르의 특성상 많은 제작비가 들어갈 수밖에 없지만 그만큼 관객들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1996년 개봉 당시 백악관이 폭발하는 장면으로 전 세계 관객들을 놀라게 했던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인디펜던스 데이>는 세계적으로 8억 17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1996년 최고 흥행작에 등극했다. 슈퍼스타 윌 스미스의 20대 시절 화끈한 액션을 볼 수 있는 <인디펜던스 데이>는 개봉 20년이 지난 2016년 속편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가 개봉했지만 3억 8600만 달러의 성적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7억 9900만 달러의 흥행성적으로 <아바타>에 이어 세계흥행 2위에 올라있는 <어벤저스: 엔드게임>의 빌런 타노스(조시 브롤린 분)도 외계인이다. 타노스뿐 아니라 에보니 모(톰 본 로울러 분)를 비롯해 타노스가 지휘하는 부대 '블랙오더' 역시 모두 외계인들로 구성돼 있다. 심지어 지구인의 편에서 싸우는 어벤저스 멤버들 중에서도 토르(크리스 햄스워스 분)와 드랙스(데이브 바티스타 분), 가모라(조 샐다나 분) 등 외계인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아이언맨>의 존 파브로 감독이 연출하고 < 007 >의 다니엘 크레이그와 <인디아나 존스>의 해리슨 포드가 주연을 맡은 <카우보이 & 에이리언>은 서부시대를 배경으로 외계인과 싸우는 독특한 분위기의 SF영화다. <카우보이 & 에이리언>은 현실감이라고는 전혀 느낄 수 없는 황당한 설정의 영화로 흥행에서도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두 주연배우의 존재감 덕분에 SF 액션영화로는 나쁘지 않은 재미를 주는 작품이다.

동명의 보드게임을 원작으로 지난 2012년에 개봉한 영화 <배틀쉽>은 일본의 해상자위대가 영화 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국내 관객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배틀쉽>은 2억 달러가 넘는 많은 제작비가 투입됐음에도 북미흥행 6500만 달러의 실망스런 성적을 기록하며 흥행 실패했다. <배틀쉽>은 빌보드 싱글차트에서 60주 동안 1위를 차지했던 팝스타 리한나의 영화 주연 데뷔작으로도 유명하다.

액션이 아닌 스릴러로 만든 스필버그 감독
 

톰 크루즈는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 아닌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아버지 연기를 선보였다. ⓒ UIP 코리아

 
<우주전쟁>은 1898년 허버트 조지 웰스가 쓴 SF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우주전쟁>은 1953년 바이런 해스킨 감독에 의해 한 차례 영화로 만들어진 적이 있고 1953년작 <우주전쟁>은 1954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시각효과상을 수상했다. 1977년 <미지와의 조우>에서 외계인의 손이 우주선 밖으로 나오는 1953년작 <우주전쟁>의 명장면을 오마주했던 스필버그 감독은 2005년 52년 만에 <우주전쟁>을 리메이크했다.

<우주전쟁>은 1억 32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 세계적으로 6억 달러가 넘는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2005년 개봉작 중 <스타워즈3> <나니아 연대기> <해리포터와 불의 잔>에 이어 북미흥행 4위를 기록했다. <우주전쟁>은 국내에서도 322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하지만 <우주전쟁>은 미국의 영화평론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관객점수 42%에 그쳤을 만큼 관객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많이 갈렸다.

<우주전쟁>을 비판하는 관객들은 대부분 인간들의 무기력함과 허무한 결말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세계 최고의 국방력을 자랑하는 미국의 군대는 세 발로 걸어 다니는 외계로봇 '트라이포드'의 강력함에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당한다. 하지만 세계를 공포에 빠트렸던 무서운 외계인들은 지구에 서식하는 미생물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았다가 미생물에 적응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멸종을 당한다.

사실 스필버그 감독이 마음만 먹었으면 충분히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분위기와 스케일의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스필버그 감독은 더 많은 볼거리 대신 '생명과 공존'이라는 영화의 주제와 교훈을 강조하는 데 집중했다. 실제로 개봉 당시 다소 떨어지는 영화적 재미 때문에 <우주전쟁>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던 관객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액션영화가 아닌 '재난 스릴러'로서 <우주전쟁>의 완성도를 재평가하기도 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와 <마이너리티 리포트>로 대표되는 톰 크루즈는 실감나는 액션으로 관객들을 열광시키는 할리우드의 대표 히어로 중 한 명이다. 하지만 톰 크루즈는 <우주전쟁>에서 외계인들과 맞서 싸우겠다는 영웅심보다는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부성애로 가득 찬 항만 노동자 레이 페리어를 연기했다. 실제로 <우주전쟁>은 2022년 <탑건:매버릭>이 개봉하기 전까지 북미성적을 기준으로 톰 크루즈의 최고 흥행작이었다.

'거물 아역배우' 다코타 패닝의 전성기 시절
 

'거물 아역배우' 다코타 패닝은 <우주전쟁>에서 상영시간 내내 겁에 질려 우는 연기를 선보였다. ⓒ UIP 코리아

어느덧 서른을 앞둔 나이가 된 다코타 패닝은 2001년 <아이 앰 샘>을 통해 혜성처럼 등장한 후 2000년대 중반 덴젤 워싱턴과 <맨 온 파이어>, 로버트 드니로와 <숨바꼭질> 등에 출연하며 아역배우로 최고의 주가를 올렸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 뱀파이어 제인을 연기했던 다코타 패닝은 2010년대 중반 이후 작품활동이 뜸해지면서 현재는 동생 엘 패닝이 더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우주전쟁>은 다코타 패닝이 아역배우로 한창 전성기를 달리던 2005년에 출연한 작품이다. 거장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하는 영화에서 슈퍼스타 톰 크루즈의 딸로 나왔을 정도로 당시 다코타 패닝이 할리우드에서 차지하고 있던 위상(?)은 매우 높았다. 다코타 패닝은 영화 내내 겁에 질려 우는 연기로 일관하며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갑작스런 재난을 겪게 되는 어린 소녀라면 누구나 다코타 패닝이 연기했던 레이첼과 비슷한 정신적 충격을 받을 것이다.

평단과 관객들을 하나로 만든 졸작 <드래곤볼 에볼루션>에서 손오공을 연기했던 캐나다 출신 배우 저스틴 채트윈은 <우주전쟁>에서 레이의 아들 로비 역을 맡았다. 로비는 아버지에게 다소 반항적이지만 어린 동생을 잘 챙기고 정의감이 투철한 인물로 나온다. 영화 중반 레이, 레이첼과 헤어지면서 외계인에 의해 죽은 것처럼 묘사되는 로비는 어머니(미란다 오토 분)가 있는 보스턴으로 무사히 넘어와 엔딩 장면에서 아버지, 여동생과 재회한다.

<우주전쟁>에는 한국관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할리우드 영화 중 하나인 <쇼생크 탈출>에서 주인공 앤디를 연기했던 팀 로빈스가 영화 중반 오길비 역으로 깜짝 등장했다. 외계인의 침공으로 가족들을 잃은 오길비는 외계인들과 맞서 싸우려 하지만 외계인이 자신의 집 주변에 피를 뿌린 것을 목격하고 멘탈이 붕괴되면서 땅굴을 파서 시내로 탈출하려 한다. 이에 레이는 레이첼의 눈을 가리고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는 오길비를 직접 살해한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우주전쟁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톰 크루즈 다코타 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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