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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수사관들은 지금 처절하게 싸우고 있다

[取중眞담] 불이익 감수하며 '채 상병 사건' 진실 찾으려 노력… 외로운 싸움 되지 않길

등록 2023.09.27 19:58수정 2023.09.27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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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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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2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체육관인 '김대식관'에서 열린 고 채 상병 영결식에서 한 해병대원이 슬픔을 이기지 못해 주저앉아 있다. 채 상병은 지난 7월 19일 오전 9시께 예천 내성천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 연합뉴스

 
경북 예천지역 실종자 수색과정에서 순직한 고 채 상병 사건을 조사했던 해병대 수사단은 지난 8월 2일 오전 임성근 해병1사단장, 박상현 해병7여단장 등 8명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시한 900쪽 분량의 수사자료를 경북경찰청(경북청)에 정식으로 이첩했습니다. 하지만 국방부 검찰단은 같은 날 저녁 이 자료를 도로 가져가 버렸습니다.

'채 상병 사건 기록'이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의 '항명 행위를 뒷받침할 증거 자료'로 둔갑해 버리는 순간이었습니다.

바로 다음 날인 8월 3일, 경북경찰청 팀장급 경찰관이 해병대 수사단 수사관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는 군 검찰이 사건서류를 되찾아 간 것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해병대 수사관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 같습니다.

전화를 받자마자 해병대 수사관은 강하게 항의를 했다고 합니다. 왜 자신들이 규정과 절차대로 경찰로 넘긴 사건서류를 군 검찰이 가져가도록 내버려두었냐는 원망입니다. '진실을 밝힌 게 잘못됐느냐? 근데 왜 우리가 압수수색 받고 이렇게 범죄자 취급을 받아야 하느냐?'는 것이죠.

무엇보다 수사관은 무고한 해병대원이 죽었고, 병사의 부모님 앞에서 철저한 진상규명을 맹세했다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이야기는 바로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이 지난 8월 11일 국방부 검찰단 소환조사를 거부하면서 기자들 앞에서 한 말입니다. 해병대 수사관과 경북청 팀장 사이에 통화가 이루어진 시점이 이보다 앞선 8월 3일이란 점을 감안하면,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반드시 책임자를 밝히겠다'는 의지는 박 대령뿐만 아니라 다른 해병대 수사관들도 마찬가지였던 걸로 보입니다.

'불이익' 감수하며 진실 찾으려 노력한 해병대 수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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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피해 실종자 수색작전 중에 발생한 해병대 고 채 모 상병 사망사고를 수사하다가 항명 등의 혐의로 군검찰에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9월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유성호

 
사건 조사과정에서 외압이 작용했다는 인식 역시 해병대 수사단 구성원들이 함께 공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관련 내용은 박정훈 대령에 대해 국방부 검찰단이 신청한 사전구속영장에도 언급돼 있습니다.

박정훈 대령에 대해 국방부 검찰단이 신청한 사전구속영장 내용 중에는 "특히 1광역수사대 수사관 OO OOO은 '사령관으로부터 VIP에서 국방부장관에게 말하여 피혐의자에서 1사단장을 빼라고 지시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피혐의자에서 1사단장(임성근)을 제외하지 못하도록 이첩 보류 지시가 있었던 2023. 7. 31 이후인 2023. 8. 1에 사단장의 혐의와 관련된 내용들을 100페이지 이상 보강한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다"는 설명이 나옵니다.

임성근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부당한 외압이라고 판단했던 해병대 수사관들은 오히려 추가 조사에 나서 수사내용을 100페이지에 걸쳐 보강했습니다. 이들은 어떻게 해서든 자신들이 수사한 내용들을 지키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던 걸로 보입니다. 이런 우여곡절을 거쳐 해병대 수사단의 기록이 경북경찰청으로 이첩되었던 겁니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해병대 수사관들의 목소리는 군 검찰의 구속영장청구서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수사에 대해서는 지휘관도 관여할 수 없다", "사건 인계는 자신(해병대 수사단)들의 명의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령관의 결심이 없어도 할 수 있는 것", "군사경찰 조사는 초동수사에 불과하므로 조금이라도 잘못이 있으면 혐의사실로 통보해야 한다"는 등은 모두 해병대 수사관들의 진술입니다.

특히 경북경찰청으로 직접 사건기록을 넘긴 해병대 수사단 O광역수사대장은 군 검찰에서 "만약 수사단장(박 대령)이 피혐의자(임성근 1해병사단장)를 제외하기 전까지 사건인계를 하지 말라고 지시하였다고 하더라도 저는 부당한 지시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경찰에) 인계했을 것입니다"라고까지 말하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24일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해병대 수사단 중앙수사대장(중수대장) 사이의 전화 통화 녹취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보겠습니다. 통화가 이루어진 시점은 이미 군 검찰이 경찰로부터 관련 기록을 회수해 간 다음이지만, 두 사람은 아직 이런 사실은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김 사령관이 중수대장에게 묻습니다. "국방부 법무관리관하고 얘네(해병대 수사관)들 통화한 거 다 있을 거 아니야? 기록들 있지?"라는 질문에 중수대장은 "기록도 있고, 그 통화할 때 저하고 이렇게 (수사)지도관하고 다 회의하던 중간에 법무관리관이 막 전화 오고 이래가지고"라고 답변합니다. 

이어 중수대장은 "그때 옆에서 또 다 들었다. 다 듣고 할 때도 이게 '너무 이렇게 외압이고, 위법한 지시를 하고 있다'라고 다들 이렇게 느끼면서"라고 말합니다. 이 부분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이첩 대상자 8명을 변경하라', '아예 특정하지 말고 넘기라'는 압력을 받았다는 박정훈 대령의 주장이 사실이었음을 뒷받침합니다. 또 중수대장은 군 검찰의 사건기록 회수 시도에 대해서도 "(국방부 검찰단이 경찰로부터) 기록을 (도로) 가져가는 순간 자기들 다 발목 잡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녹취록이 공개된 후 해병대사령부는 김계환 사령관이 중수대장에게 전화를 한 것은 "(박정훈 대령이 보직해임 된 후) 동요하던 수사단을 안정시키기 위한 차원의 통화"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런데 박 대령이 정말 항명을 했고, 잘못된 처신을 했다면 해병대 수사관들은 왜 동요했을까요?

박 대령의 법률대리인 김정민 변호사는 "동요할 만하니까 동요하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박정훈) 수사단장이 잘못했다면 수사단이 동요할 이유가 없고, 결국은 수사단이 모두 밤을 새워가면서 열심히 했던 일에 대해서 오히려 범죄자로 몰릴 위험성이 있다 보니 동요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해병대 수사관들의 싸움이 헛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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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명과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9월 8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도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법률대리인인 김정민 변호사(오른쪽)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군 검찰이 최초 박정훈 대령을 군 형법상 '집단 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하려 했던 이유도 박 대령뿐만 아니라 다른 해병대 수사관들까지 '항명' 혐의를 씌워 처벌하려고 했던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요?

기자가 이번 사건을 취재하면서 강한 인상을 받은 건 해병대 군사경찰 수사관들이 자신의 직업윤리에 투철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상명하복이 중시되는 군대의 특성상 지휘부의 목소리와 다른 소리를 낸다는 것은 자신에게 돌아올 불이익을 감수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습니다. 용기 있게 나서서 사실을 그대로 밝히는 일은 해병대 수사관들에게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겁니다.

다시 지난 8월 3일 해병대 수사관과 경북청 팀장 사이에 전화 통화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해병대 수사관은 통화를 마치면서 경북청 팀장에게 간곡하게 부탁합니다. 다시 사건기록이 경북청으로 넘어가게 되면 꼭 철저하게 수사해 달라는 당부였습니다.

하지만 경찰이 앞으로 수사를 제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합니다. 임성근 해병1사단장 등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압력이 있었고, 외압의 진원지로 용산 대통령실이 지목된 마당에 경찰이 상부 눈치를 보지 않고 공정한 수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여기에 국방부 장관에 내정된 신원식 의원은 채 상병 사건에 대해 "손잡고 가다가 웅덩이에 푹 빠져서 안타까운 죽음을 했다. 그런데 이게 8명이나 다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처리할 만큼 어마어마한 군의 과오냐"고 말해 사건을 축소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사람입니다. 또 박정훈 대령에 대해선 "군인이 아닌 저질 삼류 정치인이나 할 법한 망동"이라고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들을 감안한다면 박정훈 대령과 해병대 수사단 수사관들은 점점 더 어려운 처지로 내몰리지는 않을까하는 걱정이 듭니다.

그래도 해병대 수사관들은 지금 자신들의 모든 것을 내걸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이들의 싸움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그들만의 외로운 싸움이 되지 않도록 시민들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해 보입니다. 
#박정훈 대령 #해병대 수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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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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