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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아홉 살로 되돌려 놓은 그들이 반가웠다

[리뷰] 2023 KBS 대기획 god 콘서트 'ㅇㅁㄷ god'

23.09.29 11:59최종업데이트23.09.29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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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하루 앞둔 9월 28일 밤, KBS2에서 '2023 KBS 대기획 ㅇㅁㄷ 지오디'가 방영되었다. KBS의 창사 50주년, 그리고 그룹 god의 데뷔 25주년을 기념하는 특집 공연이었다. 2020년부터 나훈아, 심수봉, 임영웅, 송골매로 이어진 'KBS 대기획 콘서트'의 다섯 번째 주자다. 아이돌, 보이 그룹으로서는 첫 번째로 이 콘서트에 합류하게 되었다. 'KBS 대기획 콘서트' 자체가 시청자의 노스탤지어를 겨냥하는 기획인데, 이제는 밀레니얼 세대의 추억도 이 대상에 포함되는구나 싶었다.

이번 특집 공연은 인천 송도에 소재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렸다. 송도달빛축제공원은 매년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열리는 부지로도 알려져 있다. 배우 활동을 병행하는 윤계상 역시 이 공연에 합류하면서 완전체 god(박준형, 데니안, 윤계상, 손호영, 김태우)가 완성되었다. 대규모의 관현악단과 밴드, 중창단 등 화려한 편성이 공연을 가득 채웠다.

경쾌한 댄스곡 'Friday Night'과 함께 화려한 공연이 시작되었다. 이어 '니가 있어야 할 곳', '0%' 등 가장 신나는 곡들로 초반부의 분위기를 장악했다. 2만 명의 팬 지오디(god의 팬덤)이 흔드는 하늘색 풍선봉이 송도달빛축제공원을 가득 채웠다. god를 세상에 알린 데뷔곡 '어머님께',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보통날', '거짓말' 등 25년의 커리어를 관통하는 명곡 행진이 이어졌다 '하늘색 약속', '미운 오리 새끼' 등 2014년 당시 god의 복귀를 알린 8집 수록곡 역시 팬들에게 소중하게 다가갔다.

20곡 이상의 곡을 부르는 동안 메인 보컬 김태우는 특유의 강력한 보컬을 과시했다. 손호영은 안정적인 보컬과 랩을 두루 보여주었으며 배우 생활을 병행 중인 윤계상도 즐겁게 무대 위를 거닐었다. 자신을 "KBS보다 나이가 많은 아이돌"이라 소개한 맏형 박준형의 익살스러움, 데니 안의 감성적인 랩도 여전했다.

god는 공연 내내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팬덤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는 곡 '다시'를 부를 때는 대부분의 파트를 팬들에게 맡겼다. 목이 터지도록 고음을 소화하는 팬들의 모습이 기분좋은 웃음을 자아냈다. 팬들이 보내준 사연을 god 멤버들이 직접 읽는 시간 역시 가졌다. 특히 대장암 투병을 이겨낸 후 결혼을 하게 된 부부에게 김태우가 '사랑비'를 축가로 헌정하자, 지오디의 팬인 아내는 눈물을 짓기도 했다.

방송에서는 '촛불 하나'와 '하늘색 풍선'에 이어 'Stand Up'을 부르면서 공연이 마무리되었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곡을 앵콜곡으로 부르고 공연을 끝냈다.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긴 공연 시간 뒤에는 팬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있었다. "우리 같은 놈들이 여러분 아니면 어떻게 무대에 서 있겠느냐"는 말을 반복한 박준형의 멘트가 이를 잘 설명한다.
 

KBS 50년×god 25년 2023 KBS 대기획 <ㅇㅁㄷ 지오디>. ⓒ KBS

 
'마지막 국민 그룹', god

수많은 팬, 그리고 대중에게 god는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을까. 김세정, 오마이걸, 몬스타엑스, 르세라핌 등 여러 후배 가수가 자료 화면으로 등장한 가운데, 이번 특집 방송의 엔딩을 내레이션으로 장식한 후배 가수는 아이유였다. 연예계에서 가장 유명한 '팬 지오디' 중 하나다. 아이유는 자신의 유튜브 프로그램 '아이유의 팔레트'에서 god를 초대했을 때, god를 '자신의 유일한 연예인'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30대에 접어든 나 역시 god의 무대를 보는 동안, 초등학생 시절로 돌아간 듯한 경험을 했다. 아홉 살,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나 역시 god에 열광하던 어린이였다. '니가 있어야 할 곳(2001)'에서 리더 박준형이 부르는 영어 랩을 노래방에서 열심히 따라 부르곤 했다. god는 내가 처음으로 인지하고 기억한 스타였으며, 대중음악에 대한 애정 역시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어린 시절 아무 생각없이 들었던 '길'이나 '보통날'에는 세월의 무게만큼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고 있었다.

"나는 왜 이 길에 서 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 '길(god)' 중


이번 콘서트의 제목인 'ㅇㅁㄷ god'에서 'ㅇㅁㄷ'는 '국민이 만든' 이라는 뜻으로, 김태우가 고안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국민 가수가 탄생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음악이든, TV 프로그램이든 대중문화 소비자의 취향은 갈수록 더 파편화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 가수'는 갈수록 과거의 산물이 되어갈 것이다. 어쩌면 god는 '마지막 국민 그룹' 중 하나로 기억되지 않을까. 한동안 잊고 있었던 노래의 가사조차도, 떠올리는 데에는 단 몇초면 충분했으니까. 
GOD GOD 콘서트 ㅇㅁㄷ G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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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스물 아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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