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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땅짚고 헤엄치기"... 우리나라 사채업의 불편한 진실

[이영광의 '온에어' 276] KBS 1TV <시사기획 창> 손은혜 기자

23.09.30 14:06최종업데이트23.10.0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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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 KBS

 
올해 정부는 코로나 이후 있던 방역은 거의 모두 해제했다. 때문에 코로나 이전의 일상을 회복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간과하는 게 있다. 코로나로 자영업자들이 입은 피해다. 자영업뿐만 아니라 서민 상당수는 빚을 막으며 버텨오다 결국 사채시장까지 찾아갔다. 하지만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사채시장은 사민들을 빚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사채, 근절할 수 없을까?

지난 26일 KBS 1TV <시사기획 창>에서는 '2023, 사채 탈출기' 편이 방송되었다. 옷 가게를 운영했던 김씨 이야기로 시작한 이날 방송에서는 사채 피해자와 전직 사채업자를 만나 이야기 들어보고 사채 근절 방안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27일 해당 회차 취한 손은혜 기자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손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불법 사채업, 여전히 최고 이자율은 20%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 KBS

 
- 방송 끝낸 소회가 어떠세요?
"피해자분들을 많이 만났고 가해자들도 많이 만났는데요. 불법 사채 문제가 우리 사회에서 부디 좀 줄어들었으면 하는 진심이 있는데 그것이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잘 전달된 것인가 스스로 계속 물어보게 됩니다."

- 시청자들 반응은 어떤가요?
"저는 유튜브 실시간 채팅창 보면서 본방송을 봤는데 굉장히 활발하게 토론이 오가더라고요. 사채업자들에게 최고 이자율 20%를 주는 법안이 그대로 있고 경찰과 사법부가 너무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분노하는 여론이 반 정도 있고, 나머지 반은 '도대체 왜 썼지?', '꼭 저렇게 썼어야 됐나 사채를 쓴 그 사람이 더 잘못한 거 아닌가'란 반응도 있었던 것 같아요."

- 사채 문제는 어떻게 취재하게 되신 건가요?
"제가 사회부 시절인 한 13년 전쯤 사채 피해자들을 취재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여러 사정으로 그때 보도를 하지는 못했어요, 이후 쭉 기자 생활하는 내내 그 사연들이 마음에 남아있었어요. 그리고 드라마 <나의 아저씨> 저도 인상 깊게 봤는데요. 그 드라마 속 여주인공 보면서도 제가 만났던 피해자들이 많이 생각났어요. 기자가 모든 사회 문제를 다 다룰 수는 없지만, 마음에 부채처럼 계속 남아있는 주제는 한 번쯤 자세히 다루는 게 맞겠다 싶었어요. 2023년 오늘, 여전히 사채 피해자는 늘고 있고 여전히 제도적인 개선책은 나오지 않고 있으니까요. 특히 불법사채업자들이 잡혀도 법정 최고이자율은 보장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많이 놀랐습니다. 사채는 사람이 삶의 끄트머리에 섰을 때 얼마나 가장 나약하고 비이성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늠자 같은 문제라고 생각 했어요."

- 사채문제는 몇 번 보도 됐는데 기존 보도와는 어떤 차별점이 있었을까요?
"이제까지의 사채 보도들은 가해자의 잔혹한 수법만 자세하게 보도하거나 피해자들이 어떻게 잔혹한 수법에 피해를 당했는지 자극적으로 보도했어요. 전 그런 게 아쉬웠거든요. 이 프로그램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서 어떤 제도적인 문제가 있길래 사채업자들이 계속 활개를 치는지, 그리고 어떤 부분을 바꿔야 되는지까지 보도하고자 노력했어요. 이 문제와 관련된 정부 기관, 국회의원, 금융권까지 취재해서,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어떤 노력을 하는 지도 담고자 노력했고요. 그런 면에서는 이제까지 불법 사채를 다룬 다른 프로그램보다는 더 한 발 나아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맨 처음에 취재는 뭐부터 하셨어요?
"제일 첫 취재는 피해자부터 만났죠. 올해 6월에 강원경찰청에서 대거 사채 업자들이 검거됐던 일이 있었거든요. 거기 거의 수억 원의 피해를 당하신 피해자가 있어서 그 피해자를 뵙고 취재하는 작업부터 시작했습니다."

- 공부도 많이 하셨겠어요?
"공부 많이 했죠. 대부업법하고 이자제한법 정말 많이 읽었고요. 대부업법 개정안은 한 수십 번 정도 읽어 읽은 것 같습니다. 어떤 부분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쟁점은 무엇인지 알아야 했으니까요. 금감원이나 금융위원회나 서민금융원 등 이 문제를 둘러싼 기관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까지도 다 담으려고 했기 때문에 법안이나 그 안에서 금융기관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까지 공부를 정말 많이 했습니다."

- 쳅터를 나눠 구성하셨던데 왜 이렇게 구성하셨어요?
"이 다큐에서 각 주제별로 챕터 나눈 이유는 사채란 주제가 굉장히 마음이 아프고 어두운 주제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끝까지 몰입해서 보기가 굉장히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끝까지 많은 분들이 몰입하게 하려면 이 다큐가 어떤 부분에서 피해자 얘기 하고 있고 어떤 부분에서 가해자 얘기 하고 있고 어떤 부분에서 법안 얘기 하고 있다는 걸 명확하게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그렇게 하면 시청자들이 훨씬 더 이해하기 쉬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절박했던 자영업자의 이야기로 시작한 까닭
 

손은혜 기자 ⓒ KBS

 
- 자영업자 김씨 이야기로 시작했잖아요. 사례자는 많을 것 같은데 왜 김씨로 시작했나요?
"2023년에 사채 이야기를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현재 가장 절박한 서민들의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코로나를 거치고 난 뒤에, 다들 이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니거든요. 절박했던 자영업자들이 정말 대출도 많이 하고 본인들의 삶의 터전을 많이 잃어버리고 폐업도 많이 하고 그랬잖아요. 이제 코로나는 끝났고, 우리는 대부분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말하지만, 그때 무너졌던 삶의 여파가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정말 마음이 많이 아팠거든요. 그래서 자영업자의 얘기, 코로나가 끝난 것 같지만 끝나지 않고 그 아픔이 여전히 노출된 자영업자의 얘기를 가장 첫 부분에 다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방송 보니 30만 원 빌리면 다음 주에 50만 원 갚아야 한다던데 그게 말이 되나요?
"말이 안 되죠. 그게 그렇게 이자를 붙이면 안 되는데 당장 돈이 급한 사람들은 그렇게라도 빌려서 갚고 그것뿐만이 아니라 그다음 주에 50만 원을 갚으면 다행인데 그 시간까지 못 갚으면 시간 단위로 갚아야 될 금액이 늘어난다는 게 정말 문제죠. 시간 단위로 연체 이자가 수십 수백%가 붙이거든요. 처음에 돈을 빌려줄 때 연체 이자는 알려주지 않는데 갚아야되는 기간을 넘어서는 순간 시간 단위로 정말 큰 이자가 또 붙거든요. 이게 정말 큰 문제죠."

-사채업자들에 대한 처벌이 정말 약한 것 같아요?
"사채업자들은 일단 경찰 조사를 받아도 구속이 잘 안되고요. 구속돼도 징역 잘 살지 않아요. 제가 보기에는 우리나라 사법부가 서민들에게 금전적인 피해를 주는, 민사상 범죄에 대해서는 굉장히 처벌이 약한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대부업법 위반 혐의로 징역을 산 비율이 지난해 8.6% 정도고요. 일본은 같은 기간 동안 50% 정도 되거든요. 그러니까 일본의 징역률이 우리나라 징역률보다 6배 정도 높아요. 우리나라 경찰과 사법부가 이 문제를 관대하게 처리하고 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아요."

- 사채를 뿌리 뽑으려면 형사상 처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채업자들이 이익을 못 보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맞아요. 지금은 우리나라 법이 사채업자들에게 불법을 하다가 걸려도 최고 이자율 20%를 보장을 해주잖아요. 그렇게 하지 말고 불법 사채업 하다가 걸렸으면 이익 못 보게 하는 게 사채를 없애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겠죠. 형사상의 벌도 중요하지만, 민사상으로 분명한 손해를 주는 방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프로그램을 만든 겁니다."

- 국내에서 가장 큰 대부업 사이트에 올라온 7천 건을 분석했잖아요. 공통점이나 차이점이 있을까요?
"조사를 해봤더니 10명 중의 5명은 100만 원 이하 빌리고 10명 중의 3명은 50만 원 이하 빌리고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너무나 많은 사람이 적은 금액 빌리기 위해서 사채를 불사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글을 읽어보니, 정말 10만 원 5만 원을 빌리는 사람들도 많이 있더라고요. 이렇게 정말 적은 금액을 빌리려고 사채를 불사할 만큼 우리 사회에 어려운 분들이 많다는 걸 또 알게 됐습니다."

- 전직 사채업자 인터뷰하셨잖아요. 어떠셨어요?
"사실 저도 사채업자를 직접 만나본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두려운 마음이 많았죠. 그런데 굉장히 솔직하게 인터뷰를 해주셨습니다. 사채업자들이 어떤 마음으로 이런 업을 하고 있고 사람들의 어떤 부분을 노리고 이용하는 지까지. 다 얘기해주었어요. 그분과의 인터뷰 후에, 이런 부분 때문에 정말 오랜 시간이 지나도 우리 사회에서 사채가 없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걸 알게 됐던 것 같습니다."

- 한국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이기동 소장은 불법 사채 문제 해결하려면 대포폰과 대포통장부터 규제해야 한다고 나오던데 왜 그런 거죠?
"그분이 프로그램에서 말씀하셨던 대로 대포폰과 대포 통장이 사채업자들의 가장 큰 무기인 것 같아요. 그것이 있기 때문에 사채업자들이 활개를 치는 거라서 그 부분이 가장 먼저 규제가 필요하다. 이렇게 이기동 소장님이 인터뷰를 해주셨고, 저도 거기에 동의합니다. 대포폰과 대포통장 규제가 정말 중요하죠."

방송에 미처 담지도 못한 가혹한 추심 행각들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 KBS

 
- 합법 대부업체와 불법 사채가 있는 것 같던데 차이가 뭔가요?
"등록하고 대부업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차이가 있죠. 등록해야 합법이고 등록하지 않는 거는 불법이고. 등록하지 않으면 최고 이자율 기준이나 추심의 기준을 지키지 않는 거니까 큰 차이가 있죠. 등록을 안 해야 법망을 피해 갈 수 있으니까요."

- 끝부분에서 드라마 <나의 아저씨> OST인 '어른'이 나오던데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저도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를 감동적으로 봤어요. <나의 아저씨>에서 여자 주인공이 사체에 굉장히 고통받고 불법 채권 추심도 당하잖아요. 처절하게 고통받으며 외롭게 살아가다가 좋은 이웃들을 만나고, 본인의 불행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보면서 감동받았어요. 이 음악을 프로그램의 마지막에 담은 이유는, 제가 만났던 사채 피해자분들도 끝까지 넘어지거나 쓰러지지 않고 다시 일어서기를 바랐기 때문이에요. 이 다큐를 보는 분들 가운데, 내가 인생의 끄트머리에 몰렸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면, 너무 아파하지 말고 힘내셨으면 좋겠다는 의미도 있었고요.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사채 피해자들도, 이외 고통 속에 있는 많은 분이. 결국 편안함에 이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나의 아저씨> 드라마의 음악을 그 엔딩에 넣게 됐습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사람들은 평범이라는 단어를 쉽게 쓰잖아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평범한 일상이 사실은 기적인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흔히들 몸 건강하고, 삼시 세끼 밥을 먹고, 자기 살 집이 있는 걸 평범하다고 얘기하잖아요. 근데 저는 그게 평범함이 아니라 기적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우리 사회가 본인의 입장을 보호하기 위해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많은 사람. 그분들의 목소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 취재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뭐였나요?
"사채 가해자는 물론이고, 사채 피해자들도 카메라 앞에서 본인들의 얘기를 해주시려는 분이 굉장히 드물었어요. 당연한 거죠. 좋은 얘기가 아닌데, 방송에 본인 얘기가 나오는 게 얼마나 망설여지겠어요. 그분들에게 제가 잘 보도하겠다는 믿음을 드리고, 섭외하기까지 정말 어려웠습니다. 두 번째는 그분들의 사연을 반복적으로 들으면서 제가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점이 있었고요. 또 이 문제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왜 대안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을까라는 걸 생각하면 참 답답하고 괴로웠던 것 같아요."

- 취재했지만 방송에 담지 못한 게 있을까요?
"사채업자들의 너무 심한 욕설이라든가, 너무 가혹한 추심 행각은 다 담지 못했습니다. 심의의 문제도 있고, 이 프로그램이 18세 이상 시청가 프로그램은 아니니까요."

- 시청자에게 전하려는 메시지가 있을까요?
"우리 사회에 삶의 막다른 골목에 선 이웃들이 있다는 것을 많은 시청자들이 같이 돌아봐 주셨으면 하는 마음, 그리고 이런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게 마음을 모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현재 어려움 속에 괴로워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이 프로가 희망의 메시지가 됐으면 좋겠고요."
덧붙이는 글 '전북의 소리'에도 중복 게재합니다,
손은혜 시사기획 창 사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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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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