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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했어요" 싹싹 비는 금쪽이, 끔찍했던 '원인'

[TV 리뷰]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

23.10.07 11:58최종업데이트23.10.07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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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중계로 한 주 쉬었던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가 돌아왔다. 6일 방송에는 6세 외동아들을 양육 중인 부모가 고민을 안고 찾아왔다. 엄마는 금쪽이의 산만함이 또래보다 심하다며 유치원을 여덟 번 전원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금쪽이는 잠시도 앉아있지 못할 만큼 에너지가 넘쳤다.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할 나이인데, 적응할 수 있을지 부모가 걱정할 법했다.

금쪽이는 공부를 하지 않기 위해 엄마에게 어기적어기적 온갖 핑계를 댔다. 1분도 집중하지 못하는 극도의 산만함이었다. 아직 아기 말투가 남아 있는 금쪽이는 느닷없이 자신의 이름을 바꿔달라며 떼를 썼다. 인기 많은 친구의 이름이었는데, 금쪽이는 사람들이 자신을 미워한다며 친구처럼 되기를 소원하며 두 손을 모아 빌었다.

친구 관계는 어떨까. 말이 늦어 서툴다보니 다짜고짜 행동으로 표현하려는 게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키즈 카페에 간 금쪽이는 대뜸 또래에게 다가가 나이를 묻고 스스럼 없이 놀이를 제안했다. 친화력이 좋다기엔 일방적이었다. 상대방이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그러다 갑자기 집에 가겠다며 장소를 이탈했는데, 자신이 미움을 받는다고 오해했기 때문이었다.

아빠와의 공부 시간, 금쪽이는 짜증을 내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뜬금없이 잘못했다며 사과했다. 아빠의 작은 행동에도 "괴롭히지 마세요"라며 과민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오은영 박사는 금쪽이가 부정적인 감정이 들면 상대방이 자신을 미워하고 싫어하고 괴롭힌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한 단순한 주의 산만은 아닐 것이라며, 또 다른 불안 요소가 있을 것이라 추측했다.

외식을 나간 금쪽이는 곧바로 식당의 놀이방으로 향했다. 그곳에서도 어김없이 친화력을 발휘했다. 잘 어울리는가 싶었지만, 역시 문제가 발견됐다. 친구가 이름을 알려줬는데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모습도 포착됐고, 갑자기 고함을 지르고 과격한 장난을 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기분이 좋은지 첫 만남에 스스럼 없이 애정 표현까지 했다. 굉장히 부자연스러운 친구 사이였다.

식사 중에도 금쪽이는 여전히 놀이방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런데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펼쳐졌다. 아빠가 기계가 고장나서 게임을 못한다고 설명하자, 갑자기 두 손을 싹싹 빌며 잘못했다고 사과를 하는 게 아닌가. 잘못한 게 없는데도 무심코 사과하는 금쪽이의 모습이 아무래도 이상했다. 과거에는 무릎 꿇고 엎드려 비는 시늉도 했다는 아빠의 말에 의문은 더욱 커졌다. 

사람들이 자신을 미워한다고 생각했던 이유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다음 날, 유치원 등원을 위해 기분 좋게 밖으로 나온 금쪽이는 1분 만에 돌연 귀가를 선언했다. 무슨 이유일까. 금쪽이는 "엄마, 아빠가 나만 싫어해"라며 눈물을 보였다. 역시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면 미움으로 받아들였다. 설득 후 겨우 차에 탑승했지만, 금쪽이는 타자마자 불을 켜달라고 요구했다. 등원길 내내 불안한 기색을 보였고, 유치원에 가까워질수록 괴로움을 감추지 못했다. 

"금쪽이가 아동학대를 당했을 때..."(금쪽이 엄마)

금쪽이의 알 수 없는 행동의 이유는 만 2세 때 어린이집 원장으로부터 아동 학대를 당했기 때문이었다. 판결문에는 "11회에 걸쳐 과도한 유형력을 행사하는 등의 정서적 학대가 있었다"고 명시되어 있었다. 당시 금쪽이 얼굴에 생긴 멍은 해당 원장이 금쪽이의 손을 잡고 때려 생긴 것이었다. 또 아무도 없는 방에 금쪽이를 두고 문을 잠가놓기도 했다. 

오은영은 아동 학대에 대해 "학대받은 아동의 인격과 미래를 말살시키는 행위"라고 분개했다. 뿐만 아니라 일선에서 애쓰는 선생님들의 노력까지 짓밟는 중대 범죄이다. 그동안 금쪽이는 상처받은 상황을 떠올리며 본능적으로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빌면서 애원하는 행위도 학대 사건으로 인한 행동이었다. 또, 사람들이 자신을 미워하고 괴롭힌다고 여기는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취침 시간, 불을 끈다는 얘기에 금쪽이는 화들짝 놀랐다. 잠들기를 거부하며 또 다시 잘못했다고 사과했다. 사과하는 습관이 몸에 밴 듯했다. 긴 설득 끝에 겨우 안방에 입성했지만, 불이 꺼지자 금쪽이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잠시 후, 금쪽이는 무섭다고 호소하며 문을 열어달라고 사정했다. 그날 이후 매일 겪는 공포였으리라. 문을 조금 열자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다. 

"아동 학대는 아이의 존엄성을 파괴하고 미래를 말살시키는 행위입니다. (...) 금쪽이가 경험한 것은 트라우마 후유증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오은영은 금쪽이가 트라우마를 겪는 후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경험하고 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는 ①어둠에 대한 공포 ②좁은 공간에 갇히는 두려움 ③가벼운 터치에도 때린 것처럼 반응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오은영은 아동 학대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이 있지만, 거기에 매몰되어 있으면 부모로서 지도하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미안함 때문에 훈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오은영은 이제부터 양육 방향을 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해하되 군형 있는 발달을 위한 도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쪽 처방은 '고고고(트라우마는 회복시키고, 산만함은 낮추고, 행복은 높이고) 솔루션'이었다. 금쪽이도 힘든 상황이지만, 부모도 심적 고통을 안고 있었다. 지켜주지 못한 것에 죄책감을 갖고 있었기에 치료와 회복의 과정이 필요했다. 

온 가족이 상처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오은영은 가족 모두 적극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부모로서 해야 할 일을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너무 큰 상처가 된 아동 학대이지만, 아이를 위해 가족의 회복이 중요했다. 우선, 트라우마 회복을 위해 심리극을 진행했다. 무겁게 짓누른 마음의 짐을 조금 덜어낸 엄마 아빠는 그날 밤 금쪽이와 아픈 기억에 대해 터놓고 대화를 나눴다. 

금쪽이는 당시의 상황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엄마는 판결문을 읽어주며 금쪽이가 자신의 잘못으로 여기지 않게 도왔다. 사과와 이해의 시간이 이어졌다. 이처럼 덮어둔다고 사라지지 않는 상처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엄마 아빠는 어둠이 두려운 금쪽이를 위해 천장에 조명을 쏘아 환하게 만들어줬고, 집중력 향상을 위한 청기백기 훈련도 이어갔다. 

아빠는 금쪽이와 유치원 등원 연습을 하며 적응을 도왔다. 드디어 실전의 날, 금쪽이는 씩씩하게 등원에 성공했다. 활짝 웃는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됐다. 못나고 악한 어른 때문에 큰 상처를 받았던 금쪽가 부디 그 상처를 회복하고 더 이상 아픔 없이 살아가길 응원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금쪽같은 내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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