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탕후루는 충치 유발 지수도 높아서, 자주 먹는 것은 위험하다.
픽사베이
문제는 탕후루를 분별없이 생산하고 소비해내는 우리에게 있는 건 아닐까? 탕후루의 인기를 타고 한몫 건지고 싶은 누군가의 욕심이 만들어낸 세상 달달한 탕후루. 이걸 별생각 없이 소비하고 과시하는 누군가 올린 SNS 게시물들. 가뜩이나 유혹이 많은 세상 속에서 아이들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탕후루를 먹고 버린 꼬치가 쓰레기봉투를 뚫고 나온 모습을 빗대어 '탕후루 고슴도치'라고 한다. 뾰족한 꼬치는 쓰레기를 수거하는 분들을 위협하고 길가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수북한 꼬치와 종이컵은 새로운 쓰레기 문제를 야기한다. 끈적끈적한 탕후루 관련 쓰레기 때문에 'NO탕후루존'까지 등장했다고 하니, 결국 탕후루 보다도 탕후루를 먹는 누군가가 문제다.
과유불급, 넘치는 건 모자람만 못하단 말이 있다. 탕후루를 비롯한 세상의 모든 달콤한 디저트들 역시 마찬가지다. 예전엔 그곳에 가야만 먹을 수 있었고, 생일처럼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었던 디저트를 지금은 아무 때고 어디서나 먹을 수 있다. 그런데도 아이들에게 무조건 먹지 말라고 만 할 수 있을까? 경험상 그럴 경우 아이들의 반발심만 살게 뻔하다. 설탕 폭탄으로부터 두 딸을, 우리의 아이들을 구할 작전이 필요하다.
사실 아이들도 탕후루를 비롯한 고열량 디저트가 몸에 좋지 않다는 것 정도는 이미 다 알고 있다. 다만 모르는 척하고 싶은 불편한 진실일 뿐. 나는 그 부분을 살짝 건드리기 위해 SNS를 적극 활용했다.
아이들과 함께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탕후루로 대표되는 설탕의 위험성을 검색했다. 앞서 말했던 비만, 당뇨, 충치 등의 문제점들을 다룬 기사와 영상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같이 내용을 공유하며 각자의 생각을 주고받았다. 살찌는 것을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요즘 아이들에게 비만은 가장 강력한 위협이었다. 단순히 '먹지 말라'가 아니라 맛있는 거 오래 먹고 싶으면 지금부터 조절하자는 나의 의견에, 아이들도 동조했다.
SNS 알고리즘은 한번 검색한 이슈를 계속 띄우는 특성이 있다. 전에는 탕후루 먹방만 띄웠다면 이젠 탕후루의 문제점도 같이 뜬다. 그렇게 자꾸 아이들의 눈과 마음을 슬쩍슬쩍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일단 성공이다.
치팅데이 대신 달콤데이를 해보자
문제를 파악했으니 해결 방안도 아이들과 함께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견을 모으던 중 둘째 딸이 치팅데이 대신 달콤데이를 만들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냈다. 오, 좋은데! 일주일 중 6일은 고구마나 과일 같은 건강한 간식을 먹고 딱 하루 달콤데이에만 먹고 싶은 간식을 먹기로 했다. 그렇게 달콤데이를 운영한 지 벌써 석 달쯤 됐다.
처음엔 많이 힘들 것을 예상했으나, 의외로 6일은 금세 지나갔다. 드디어 맞이한 첫 번째 달콤데이! 그동안 꾹꾹 참았던 달콤 디저트를 먹는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흥분했다. 그 맛은 상상 이상으로 맛있었다. 같은 것도 전보다 훨씬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어 최상의 가심비를 경험했다. 그런가 하면 어떤 디저트는 생각보다 너무 달아서 실망하는 경우도 있었다. 사람의 적응력이란 참.
그렇게 우리 가족은 맛있는 설탕을 오래오래 먹기 위해서 '거리두기'를 연습하고 있다.
사실 나에게 탕후루는 나쁘지만은 않다. 오히려 좋은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고마운 존재다. 딸기 탕후루를 보면 인천 차이나타운이 먼저 생각난다. 감귤 탕후루는 제주도 가족 여행을 떠올린다. 어른이 된 지금도 솜사탕만 보면 왜인지 설레는 것처럼, 훗날 아이들에게도 탕후루가 지금을 떠올리게 할 달콤한 추억으로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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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후루 왜 나빠요?" 묻는 딸, 그래서 날을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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