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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첫 '박정아 더비', 볼거리도 풍성했다

[여자배구] 페퍼저축은행 19일 도로공사 꺾고 시즌 첫 승, 박정아 19득점

23.10.20 08:22최종업데이트23.10.20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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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저축은행이 홈 개막전에서 도로공사를 꺾고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조 트린지 감독이 이끄는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는 19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의 홈개막전에서 세트스코어 3-2(25-22,20-25,19-25,25-17,15-13)로 승리했다. 지난 시즌 개막 17연패를 당한 끝에 18번째 경기에서 시즌 첫 승을 따냈던 페퍼저축은행은 이번 시즌 단 두 경기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공교롭게도 지난 시즌 역시 페퍼저축은행의 첫 승 제물은 도로공사였다).

페퍼저축은행은 외국인 선수 야스민 베다르트가 블로킹 6개를 포함해 42.86%의 성공률로 27득점을 올리며 공격을 주도했고 이한비가 12득점, M.J.필립스가 10득점으로 뒤를 이었다. 이고은 세터도 서브득점 2개와 블로킹 2개를 곁들이며 5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이날 경기는 페퍼저축은행으로 이적한 박정아가 이적 후 처음으로 친정팀 도로공사를 상대하며 주목 받았는데 박정아는 블로킹 3개를 포함해 19득점을 올리며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리시브 면제받고 정상급 토종공격수로 활약 
 

박정아(오른쪽)는 기업은행과 도로공사에서도 호흡을 맞췄던 이고은 세터를 페퍼저축은행에서 재회했다. ⓒ 한국배구연맹

 
'여제' 김연경(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이 해외리그에서 활약했던 2010년대 중·후반 V리그 최고의 토종공격수는 단연 박정아였다. IBK기업은행 알토스 시절 3번의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던 박정아는 2017-2018 시즌을 앞두고 최하위팀 도로공사로 이적해 곧바로 도로공사의 창단 첫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박정아는 친정팀 기업은행을 상대했던 챔프전에서 48.53%의 공격성공률로 70득점을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치며 챔프전 MVP에 선정됐다.

실제로 박정아는 도로공사 이적 후 6시즌 동안 활약하면서 한 번도 정규리그 득점 순위 8위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 매 시즌 꾸준한 활약을 선보였다. 외국인 선수의 활약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던 2018-2019 시즌과 코로나19로 시즌이 조기종료됐던 2019-2020 시즌에는 두 시즌 연속 득점 4위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2019-2020 시즌에는 이재영,양효진(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등을 제치고 국내 선수 득점 1위를 차지했다.

박정아가 있던 시절 도로공사는 다른 구단들과는 다른 수비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박정아와 외국인 선수의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임명옥 리베로와 문정원에게 서브리시브를 전담하게 하는 '2인 리시브 체제'을 사용한 것이다. 물론 이는 박정아의 리시브 능력에 대한 불안 때문이기도 했지만 반대로 박정아의 공격력에 대한 김종민 감독의 절대적인 믿음이 있었기에 시도할 수 있었던 전술이었다.

도로공사는 박정아가 공격에만 전념한 6번의 시즌 동안 두 번이나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으니 결과적으로 박정아의 리시브 면제 전술은 성공을 거둔 셈이다. 김연경의 대표팀 은퇴 후 대표팀 주장자리를 물려 받은 박정아는 대표팀의 부진으로 배구팬들에게 많은 비판을 들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박정아가 2022-2023 시즌이 끝난 후 열린 FA시장에서 김연경과 함께 '최대어'였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이적 두 경기 만에 19득점, 리시브는 숙제
 

페퍼저축은행은 박정아가 19득점을 올린 도로공사전에서 개막 2경기 만에 시즌 첫 승을 따냈다. ⓒ 한국배구연맹

 
박정아 외에도 배유나와 정대영(GS칼텍스 KIXX), 문정원, 전새얀까지 무려 5명의 선수가 FA자격을 얻은 도로공사는 현실적으로 팀 내 FA를 모두 붙잡을 수 없었다. 그렇게 박정아의 이적이 유력해진 가운데 박정아를 붙잡은 팀은 다름 아닌 창단 후 두 시즌을 치른 '막내구단' 페퍼저축은행이었다. 페퍼저축은행은 4월 17일 계약기간 3년에 연봉 4억7500만원, 옵션3억 원이라는 역대 최고의 조건에 박정아와 FA계약을 체결했다.

흔히 스포츠에서 베테랑 FA선수들은 우승이 가능한 구단으로의 이적을 원하지만 박정아는 2017년 기업은행에서 도로공사로 이적할 때도 우승팀에서 최하위 팀으로 이적했다. 그리고 올해 도로공사에서 페퍼저축은행으로 팀을 옮길 때도 역시 우승팀에서 꼴찌팀으로의 이적을 선택했다. 박정아는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한 이적"임을 강조하면서 "페퍼저축은행 유니폼에 첫 번째 별을 달아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며 팬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페퍼저축은행 유니폼을 입은 박정아의 첫 걸음은 마냥 순조롭지 않았다. 지난 컵대회에서 한 경기에 교체로만 출전해 1득점도 올리지 못한 박정아는 15일 수원에서 열린 현대건설과의 V리그 시즌 첫 경기에서 페퍼저축은행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선발 출전했다. 하지만 교체 없이 풀타임으로 경기를 소화한 박정아는 33.3%의 공격성공률로 9득점을 올리며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19일 페퍼저축은행의 홈개막전은 박정아가 친정 도로공사를 처음 상대하는 '박정아 더비'로 열렸다. 박정아는 첫 세트에서 긴장한 듯 한 점도 올리지 못했지만 2세트부터 본격적으로 몸이 풀리기 시작했다.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27.7%의 점유율을 책임진 박정아는 36.59%의 성공률과 함께 서브득점 1개, 블로킹 3개를 포함해 야스민 다음으로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19득점을 올리며 토종 에이스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페퍼저축은행 이적 후 도로공사 시절처럼 리시브를 면제받지 못한 박정아는 이날 리시브 효율 0%를 기록했다. 실제로 박정아는 옛동료 문정원의 목적타 서브에 크게 고전했다. 박정아의 리시브 약점은 다른 구단도 이미 알고 있는 부분이고 페퍼저축은행을 만나면 적극적으로 공략해 올 것이 분명하다. 박정아의 공격은 이미 충분히 검증된 만큼 페퍼저축은행이 이번 시즌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리시브 문제 또한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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