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0.23 05:41최종 업데이트 23.10.23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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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9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3 서울디저트페어' 한 부스에서 판매용 탕후루가 진열된 모습. ⓒ 연합뉴스

 
최근 탕후루가 크게 유행하고 있다. 그 인기를 방증하듯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도 '탕후루' 관련 창업 홍보 또는 문의, 이런 유행성 창업에 대한 비판, 심지어 그 비판 글에 '탕후루가 잘되니 배 아파하는 질투'라는 반박 글까지 하루에만 탕후루에 대한 수십 개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심지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탕후루에 들어 있는 과다한 당 성분이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관련 프랜차이즈 임원을 오는 25일 국정감사 증인으로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또한 역시 '탕후루 열풍'을 실감하게 해준다. 


'탕후루'라는 이 낯선 명칭의 간식은 과거 중국 황실에서 '약'으로 흑설탕과 산사나무 열매를 함께 끓여 먹던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중국에선 산사나무 열매를 기본으로 각종 과일에 녹인 설탕을 얇게 입혀 막대에 꽂아 파는 길거리 음식으로 팔리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오래전 인천 차이나타운 등에서 소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 갑작스럽게 유행이 시작된 것은, 유튜브를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화제를 모으며 젊은이들의 눈길을 끌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인천에서 배달대행 사업을 하며 외식자영업 시장 분위기를 잘 아는 지인은 다음과 같이 탕후루 유행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배달도 꽤 많아요. 이걸 누가 시켜 먹을까 했는데 주문이 적잖더라고요. 가게에 가보면 사람도 많고, 특히 학생들이 주로 사 먹지요. 당분간은 잘될 것 같아요. 그런데 곧 겨울인데 어떨지 모르겠네요. 겨울에는 따뜻한 떡볶이와 어묵이 잘되잖아요.

한여름 미친 듯이 팔리던 냉면과 빙수가 겨울이 되면 매출이 뚝 떨어지듯 탕후루도 그럴 것 같은데, 그래서 '숍인숍(한 가게에서 여러 브랜드 메뉴를 파는 것)이면 몰라도 전업으로 하기에는, 이렇게 유행을 타는 사업은 수명이 짧지 않을까요?"


피자부터 분식까지 여러 외식 사업을 두루 경험한 또 다른 지인의 의견도 비슷했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단맛, 매운맛에 중독된 대한민국이라고요. 그런데 잠시 유행하다 사그라들 것 같네요."

'한탕주의' 시장이 된 프랜차이즈 사업
 

필자는 기사를 쓰기 위해 처음으로 탕후루를 먹어봤다. 맛은 충분히 예상했던 맛이다. 다만 바삭한 식감이 특이하긴 했다. ⓒ 권성훈

 
탕후루 열풍은 2015년부터 2016년 사이 크게 유행한 생과일주스 열풍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당시 1500∼2000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생과일주스를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 '쥬씨'가 등장하며 전국적으로 크게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 인기가 절정에 이르자 유행에 편승하여 동일 업종의 브랜드가 난립하고 생과일주스 가게는 동네마다 우후죽순으로 생기며 경쟁이 과열되기 시작했다. 더욱이 이 열풍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2016년 8월,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인 채널A의 <먹거리X파일>에서 생과일주스의 위생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특히 생과일이란 명칭이 무색하게 설탕으로 단맛을 냈음이 밝혀지며 현재의 탕후루처럼 과다한 당 섭취에 따른 국민 건강 문제까지 지적되었다. 이후 생과일주스 사업은 사양길을 걸었다.

현재 탕후루 열풍에선 이미 과거 생과일주스 사업의 모습이 보인다. 벌써 다수의 기사를 통해 탕후루 가게의 비위생이 거론되고 있으며, 아무 곳에나 버려지는 꼬치용 막대와 끈적한 설탕 시럽 문제로 '노 탕후루 존'이라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브랜드 '쥬시'가 생과일주스 유행을 선도했듯, 탕후루 역시 '왕가탕후루'가 유행을 선도하고 있는 듯하다. 또한, 과거 생과일주스 유행 때처럼 유사 브랜드도 난립하고 있다.

이처럼 매년 수많은 신생 프랜차이즈가 명멸하는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산업은 그 성장 과정이 이제는 어느 정도 도식화되었다.

신생 브랜드 중 맛·개성·마케팅 등 어느 하나 이상의 요소가 소비자의 눈길을 끌면 그 브랜드는 뜨는 브랜드가 된다. 바로 이때 운이든 안목이든 미리 이 사업에 뛰어든 점주들은 돈을 번다. 매출이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초기 단계의 가맹 본사는 점주에게 인심이 좋기 때문이다.

이제 관련 시장에는 그 브랜드 점주들이 돈 번다는 소문이 돈다. 본사는 '물들어 올 때 노를 저으라는' 격언을 되뇌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 창업 희망자들을 끌어모은다. 이렇게 해당 브랜드의 성장이 정점에 오르면 가맹 본사에는 자본가들의 입질이 온다. 마찬가지로 가맹점주들에게도 가게 매매 문의가 쇄도한다.

프랜차이즈 생태계에 등장한 교란종, 사모펀드     
 

지난 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IFS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 연합뉴스


최근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업계는 '사모펀드'의 활동이 거세다. 사모펀드에 프랜차이즈는 굉장히 매력적인 사냥감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변덕스럽고 까탈스러운 소비자를 직접 상대할 필요 없이 전국에서 개미처럼 일하는 점주들을 잘만 다루면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프랜차이즈 기업의 영업이익은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일반 도소매 기업보다 상당히 좋다.

요즘은 성장한 가맹 본사를 사모펀드에 넘기는 게 하나의 공식처럼 된듯하다. 이는 지난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대상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문제는 사모펀드가 본사의 주인이 되면 가맹점주들에 대한 압박이 상당히 거세진다. 당연하겠지만 투자금을 뽑기 위해 본격적으로 점주들을 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모펀드를 '약탈적 자본 집단'이라 부르기도 한다.

여기서 더 문제는 이제 점주들 인근에 본격적으로 동일 업종의 타 브랜드, 심지어 같은 브랜드의 가맹점이 밀려들며 심각한 경쟁에 놓이게 된다는 사실이다.

결국 초기에 창업하여 가맹점을 팔고 나간 점주는 돈을 벌지만, 그 이후의 점주들은 딱 생계만 유지하거나 최악의 경우 모든 투자금을 잃고 쫓겨나게 된다. 그리고 그 빈자리는 본사의 마케팅에 '차안대 (말의 시야를 좁히는 좌우 가리게)'가 씌워진 새로운 창업자들로 채워진다.

이처럼 현재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은 이제 안정적인 생계의 수단이 아니라 한탕 치고 빠지는 투기장으로 변했다. 예전 우연히 알게 된 누군가가 내게 말해준 사연이 바로 이런 현상의 단적인 사례였다.

"예전에 빙수 가게 ○○을 했어요. 지금은 유명한 브랜드가 됐죠. 그 브랜드가 막 뜨기 직전에 해서인지 장사가 잘됐죠. 그래서 돈 좀 벌었고요. 장사가 잘되니 가게를 양수하겠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안 팔았어요. 평생 하려 한 거죠. 그런데 점점 장사가 안되더라고요. 브랜드가 뜨니 가까운 상권에 같은 브랜드가 들어오고 커피숍에서도 빙수를 팔기 시작한 거죠. 그래도 버텼어요. 결과요? 폐점했죠.

다음에는 치킨 가게를 열었어요. 또 운 좋게 제가 선택한 브랜드가 막 인기를 끌던 ○○치킨이었고 주변에 다른 치킨점도 별로 없어 그것도 장사가 잘됐어요. 그래서 오래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그것도 폐점했어요. 언제부터인가 근처에 다른 치킨점이 하나둘 생기더라고요. 나눠 먹기가 시작된 거죠.

그 뒤 제가 깨달은 게 있어요. 프랜차이즈는 절대 계속하는 게 아니다. '박수 칠 때 떠나라'라는 이야기처럼 잘될 때 팔고 나가는 게 프랜차이즈 사업의 속성이라는 걸 말이죠."


'탕후루'라는 간식은 이미 우리 곁에 있었듯,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그 인기는 예전 같지 않겠지만 말이다. 동시에 탕후루 프랜차이즈 사업의 미래는 과거 생과일주스 사례를 답습할 가능성이 있다. 그 속에서 누구는 돈을 벌겠지만 누구는 돈을 잃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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