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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보상선수' 김주향, 주전 차지할까

[여자배구] 25일 도로공사전 블로킹 3개 포함 11득점 활약, 현대건설 선두 재탈환

23.10.26 10:10최종업데이트23.10.2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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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이 도로공사를 개막 3연패의 늪에 빠트리며 선두를 재탈환했다.

강성형 감독이 이끄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는 25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19-25,25-21,25-23,25-22)로 승리했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패배의 아픔을 안긴 도로공사를 상대로 설욕에 성공한 현대건설은 가장 먼저 승점 10점 고지에 오르며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8점)를 제치고 단독 선두에 올라섰다(3승1패).

현대건설은 양효진이 블로킹 4개를 포함해 64.29%의 공격성공률로 23득점을 기록하며 현대건설의 승리를 이끌었고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도 40.29%의 점유율을 책임지며 22득점을 올렸다. 현대건설은 이날 위파위 시통이 6득점,이다현이 블로킹 1개에 그쳤지만 이 선수의 활약 덕분에 블로킹 대결에서도 도로공사에 9-7로 앞설 수 있었다. 이날 3개의 블로킹과 함께 11득점을 올린 180cm의 장신 아웃사이드히터 김주향이 그 주인공이다.

리시브에 발목 잡힌 180cm 대형 유망주
 

김주향은 두 번의 보상선수 지명 끝에 4년 만에 '친정' 현대건설로 복귀했다. ⓒ 한국배구연맹

 
현대건설은 V리그 출범 후 지난 19번의 시즌 동안 우승은 두 번 뿐이었지만 최하위에 머물렀던 시즌도 단 두 번에 그쳤을 정도로 꾸준한 성적을 올린 팀이다. 하지만 V리그에서 성적이 꾸준히 좋았다는 것은 이듬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유리한 순번을 얻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지난 20번의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었던 시즌이 단 한 번(2008-2009 시즌의 염혜선) 밖에 없었다.

2016-2017 시즌 정규리그 4위를 기록한 현대건설은 2017-2018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GS칼텍스 KIXX, 도로공사와의 구슬뽑기 대결에서 밀리며 전체 3순위 지명권을 얻었다. 현대건설 입장에서 그나마 다행이었던 사실은 2017-2018 시즌 신인 드래프트가 확실한 대어급 유망주가 없다고 평가 받았다는 점이다. 적어도 늦은 순번 때문에 팀의 미래를 책임질 대어급 신인을 다른 팀에 빼앗기고 안타까워할 일은 적었다는 뜻이다.

1순위 지명권을 가진 GS칼텍스가 수원전산여고(현 한봄고)의 멀티 플레이어 한수진을 지명했고 도로공사가 선명여고의 세터 이원정(흥국생명)을 지명한 가운데 3순위 현대건설은 광주체고의 김주향을 선택했다(현대건설은 그 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4순위로 현 국가대표 주전세터 김다인을 지명하는 행운을 누렸다). 김주향은 공격수 중 최대어로 꼽히던 선수로 지명순번에 비해 결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2017-2018 시즌 현대건설은 외국인 선수 엘리자베스 캠벨과 FA자격을 얻어 현대건설로 이적한 황민경(IBK기업은행 알토스)이 아웃사이드히터 두 자리를 차지했다. 당시만 해도 황연주가 득점 12위(378점)에 오를 만큼 기량이 건재했기 때문에 아포짓 스파이커를 노리기도 여의치 않았다. 결국 김주향은 루키 시즌 단 6경기에 출전해 15득점을 올리는 데 그치며 신인왕 자리를 김채연(흥국생명)에게 내주고 말았다.

프로 2년 차를 맞은 2018-2019 시즌에는 현대건설이 외국인 선수로 아포짓 스파이커 밀라그로스 콜라(등록명 마야)를 영입하면서 김주향이 아웃사이드히터로 더 많은 출전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22경기에서 83득점을 올린 공격력은 차치하더라도 19.68%에 불과했던 리시브 효율은 아웃사이드히터로서 낙제점이었다. 고교 시절 공격에 전념하느라 리시브를 다소 소홀히 했던 것이 프로 입단 후 김주향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4년 외도 끝내고 보상선수로 친정 컴백
 

김주향(왼쪽)은 정지윤의 부상 이후 이번 시즌 현대건설의 붙박이 아웃사이드히터로 활약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2018-2019 시즌이 끝난 후 현대건설은 김주향을 주전으로 시즌을 치르긴 힘들다고 판단해 FA시장에서 아웃사이드히터 고예림을 영입했다. 그리고 기업은행은 현대건설로부터 뛰어난 잠재력을 갖춘 김주향을 보상선수로 지명했다. 김주향은 이적 첫 시즌 아웃사이드히터와 아포짓 스파이커를 오가면서 25경기에 출전해 222득점을 올리며 프로 데뷔 후 가장 좋은 시즌을 보냈다. 현대건설 시절에 비해 확실히 많은 기회를 얻은 셈이다.

하지만 기업은행에서도 불안한 서브리시브는 번번이 김주향의 앞을 가로 막았다. 김주향은 외국인 선수로 아포짓 스파이커 안나 라자레바(베이징 BAIC 모터)가 활약했던 2020-2021 시즌 육서영과 주전경쟁을 펼치며 26경기에서 221득점을 올렸다. 2021-2022 시즌에도 외국인 선수 교체의 혼란을 틈타 29경기에서 266득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달리 산타나(PFU 블루캣츠)가 주전으로 자리 잡은 2022-2023 시즌엔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리고 말았다.

지난 시즌이 끝난 후 산타나와의 재계약을 포기한 기업은행은 FA시장에서 황민경을 영입했고 현대건설은 4년 전 팀을 떠났던 김주향을 보상선수로 지명했다. 보상선수로 떠났던 김주향이 다시 보상선수 지명을 받아 친정팀으로 컴백한 것이다. 황민경의 이적과 고예림의 부상으로 역할이 커진 김주향은 정지윤마저 부상을 당하면서 이번 시즌 아시아쿼터 위파위와 짝을 이뤄 현대건설의 주전 아웃사이드히터로 활약하고 있다.

사실 김주향의 활약은 기업은행 시절과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4경기에서 34.57%의 성공률로 38득점을 올리고 있는 김주향은 모마와 양효진에 이어 팀의 세 번째 또는 네 번째 옵션으로 활약하고 있다. 다만 고무적인 부분은 3경기에서 8개(세트당 0.47개)의 블로킹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김주향은 25일 도로공사와의 경기에서도 3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며 아웃사이드히터로서 돋보이는 블로킹 능력을 과시했다.

다만 김주향이 4경기에서 기록하고 있는 21.11%의 리시브효율은 반드시 보완돼야 할 부분이다. 위파위가 불안하던 리시브 효율을 31.2%까지 끌어 올린 데 비해 김주향의 리시브는 아직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만약 김주향의 리시브 불안이 계속된다면 상대팀의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 정지윤이 복귀하기 전까지 리시브가 얼마나 안정되느냐가 김주향의 이번 시즌 팀 내 입지와 향후 출전시간을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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