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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연패 가스공사, 전자랜드 시절보다 심각하다

23.11.24 10:34최종업데이트23.11.2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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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3년차를 맞이한 프로농구 대구 한국가스공사가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고 있다. 거듭되는 연패에 꼴찌 추락도 모자라 프로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수준의 경기력이 속출하며 팬들을 더욱 실망시키고 있다.
 
11월 23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24시즌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2라운드에서 가스공사는 홈팀 서울 삼성에게 63-84로 완패했다.
 
두 팀의 맞대결은 올시즌 프로농구 2약 체제를 형성한 팀들간의 '꼴찌 대첩'으로 주목받았다. 이날 경기 전까지 삼성은 8연패, 가스공사는 9연패의 수렁에 빠져있었다.
 
두 팀 모두 승리가 간절했기에 나름 치열한 대결이 기대됐지만 뚜껑을 열자 승부는 싱겁게 갈렸다. 삼성은 가스공사를 2쿼터에 4득점으로 묶는 등, 전반에만 46-21로 더블 스코어가 넘는 격차를 벌리며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었다.
 
삼성의 에이스 코피 코번은 경기의 절반(20분 19초)만 뛰고도 17점 11리바운드로 시즌 10번째 더블-더블 고지에 도달했다. 2옵션 이스마엘 레인도 19점 7리바운드로 활약했다. 그동안 부진하던 삼성의 국내 선수들도 김시래(15점 6리바운드 5어시스트)-이정현(9점 8어시스트 4리바운드), 최승욱(6점 9리바운드), 이원석(9점 8리바운드) 등이 모처럼 고른 활약을 선보였다.
 
반면 가스공사는 이대헌(27점 4리바운드)과 샘조세프 벨란겔(18점) 두 명이 45점을 합작했지만, 나머지 10명의 선수들이 합쳐서 총 18점을 넣는 데 그쳤다. 두 외국인 선수 앤드류 니콜슨(4점 2리바운드)과 앤쏘니 모스(무득점 7리바운드)가 나란히 별다른 활약도 보여주지 못하고 잇달아 5반칙 퇴장 당했고 토종 에이스 김낙현도 4분 13초만을 뛰며 무득점에 그쳤다.
 
삼성은 이로써 기나긴 연패에서 탈출하여 3승 10패(.231)를 기록하며 9위를 유지했다. 꼴찌 가스공사는 1승 12패로 어느덧 승률이 1할대에도 못미치는 .077로 전락했다.
 
불명예 기록까지 추가한 가스공사

가스공사는 이날 패배로 여러 가지 불명예 기록까지 추가했다. 10연패는 가스공사의 창단 최다연패 신기록이자 올시즌 프로농구 최다연패 기록이다. 10연패와 개막 13경기에서 1승 12패를 기록한 것은, 전신인 인천 전자랜드 시절인 2009-10시즌 이후 무려 13년 만이다. 
 
가스공사의 삼성전 경기력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가스공사의 삼성전 2쿼터 4득점은 올시즌 한 쿼터 최소득점 기록, 전반전 21점 역시 올 시즌 전반 최소득점이다. 가스공사는 이날 리바운드 싸움에서 35-49로 크게 밀렸고, 야투율은 34.2%(25/73), 3점슛 성공률은 14.3%(3/21)에 그쳤다.

사실 삼성도 3점슛 13.3%(2/15), 자유투는 60.9%(14/23)에 그치며 내용은 그리 좋지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잘해서 이겼다기보다는 가스공사가 일찌감치 자멸한 경기에 더 가까웠다.
 
차이는 간절함이었다. 그나마 삼성 선수들은 경기 초반부터 연패를 끊어보겠다는 확실한 의지가 느껴졌던 반면, 가스공사 선수들은 집중력이 없었고 의욕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가스공사가 올시즌 들어 거둔 1승은 지난 10월 29일 서울 SK를 상대로 거둔 승리가 유일하다. 이 경기는 SK의 에이스였던 자밀 워니가 부상으로 결장하여 외국인 선수가 한 명만 뛰어야 했던 상황이었다. 가스공사는 꼴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에게도 두 번 모두 패했다. 같은 최하위권 팀에게도 21점 차로 일방적이고 무기력한 패배를 당할 정도라면 현재 리그에서 가스공사가 이길 수 있을 만한 프로팀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가스공사는 지난 2021년 전신인 인천 전자랜드 농구단을 인수하여 대구로 연고지를 옮겨 창단했다. 전신인 전자랜드는 우승 경험은 없지만 2018-19시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을 비롯하여 플레이오프 단골손님으로 꼽히며 프로농구의 대표적 '언더독' 구단으로 인기를 모았다. 가스공사의 창단과 연고지 이전으로 대구에는 10년 만에 프로농구팀이 부활하게 됐다.
 
가스공사는 창단 첫해 6위(27승 27패)로 6강진출에 성공하며 순조롭게 연착륙하는 듯했다. 하지만 2년 차부터 여러 가지 잡음이 일기 시작했다. 2022-23시즌 가스공사는 막대한 투자와 호화전력으로 우승후보로까지 꼽혔음에도 불구하고 성적은 9위(18승 36패)로 곤두박질쳤다.
 
여기에 구단 운영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며 가스공사 구단은 지난 6월 전자랜드 시절부터 14년간이나 지휘봉을 잡아온 유도훈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공석이 된 사령탑은 정식 감독 임명 대신 강혁 코치의 '감독대행'이라는 불안정한 체제로 대체했다. 가스공사는 모기업의 재정위기와 스포츠단의 방만한 운영을 이유로 올시즌을 앞두고 지난해 대비 운영비를 20%나 삭감하기로 결정하며 구단에 대한 투자도 위축됐다. 일각에서는 가스공사가 농구단을 계속 운영할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가스공사는 올시즌을 앞두고 이미 하위권 전력으로 분류됐다. 이대성과 정효근 등 주축 자원이 줄줄이 팀을 떠났다. 1옵션 외국 선수로 영입했던 아이재아 힉스는 컵대회에서 불의의 부상을 당하며 이탈했다. 대체 자원으로 영입된 앤드류 니콜슨은 가스공사의 원년멤버로 공격력이 뛰어났지만 수비와 팀플레이에서 약점이 뚜렷한 선수다. 토종 에이스인 이대헌과 김낙현도 위기의 팀을 구해낼 '게임체인저'로서의 존재감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전자랜드 시절에도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고, 가난한 구단 이미지에다가 기복심한 경기력으로 '개그랜드'라는 놀림까지 받던 암흑기도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들만의 매력적인 언더독 서사가 있었고 끈끈하고 저력있는 농구로 마니아 팬덤을 구축하며 나름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지금의 가스공사는 연고지가 바뀐 이후 구성원들도 대거 팀을 떠나며 과거의 전통은 사실상 단절되었다. 또한 창단한 지 불과 2년 만에 성적도 비전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암울한 구단으로 전락해버렸다. 지금으로서는 연패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가스공사가 과연 올시즌 몇 승이나 거둘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보인다. 한파로 인한 난방비 걱정만큼이나 가스공사에는 추운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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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한국가스공사 프로농구순위 꼴찌팀 인천전자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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