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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클럽맨' 김강민 한화 이적, 소동에 가깝다

[주장] SSG와 한화 모두 부담 안게 돼

23.11.25 10:19최종업데이트23.11.2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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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클럽맨' 김강민이 결국 친정팀 SSG 랜더스를 떠나 한화 이글스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간다. 한화 구단은 11월 24일 김강민이 한화에 입단하여 선수생활을 연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25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제출해야할 보류선수 명단에도 김강민을 포함시킬 계획이다.
 
김강민은 2001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로 SSG의 전신인 SK와이번스에 입단한 이래 지난 시즌까지 23년간 한 팀에서만 뛴 대표적인 '원클럽맨 프랜차이즈 스타'다. 통산 1919경기에 나선 그는 통산 타율 .274, 138홈런의 기록을 남겼고, 23년간 무려 5차례의 우승을 함께했다.
 
김강민의 커리어

2010년에는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팀의 광저우 아시안게임 우승에도 기여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개인수상 경력도 화려하여 2010년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 2018년 플레이오프 MVP에 이어 2022년에는 만 40세의 나이에 '역대 최고령 한국시리즈 MVP'라는 진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상남자다운 이미지와 저돌적인 플레이스타이로 '짐승남'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82년생으로 올해 만 41세가 된 김강민은 2023시즌에는 1군에서 70경기에 출전하여 137타수 31타수 타율 .226 2홈런 7타점에 그치며 하락세를 보였다. 김강민은 시즌이 끝나고 SSG에서 은퇴와 선수생활 연장 사이에서 고민했다. SSG는 2차 드래프트에서 김강민을 35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만일 김강민이 은퇴한다면 내년 시즌 중 은퇴 경기 개최와 지도자 연수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한화가 22일 진행된 2차 드래프트 4라운드에서 예상을 깨고 돌연 노장 김강민을 전격적으로 지명하면서 상황이 급박하게 흘러갔다. 한화 구단은 노련한 외야수와 라커룸 리더를 필요로 했고 김강민이 여전히 선수로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영입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강민은 고심 끝에 한화의 설득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팀에서 선수생활 연장을 결정했다. 24일 한화 구단 사무실을 찾은 김강민은 구단을 통하여 자필 편지로 친정팀 SSG 팬들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남겼다.
 
김강민은 '23년 동안 원클럽맨으로 야구를 하여 많이 행복했다. 신세만 지고 떠나는 것같아 죄송한 마음'이라며 '보내주신 조건 없는 사랑과 소중한 추억들을 잘 간직하여 새로운 팀에서 다시 힘을 내보려 한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다'라고 친정팀을 떠나는 마음을 밝혔다.
 
23년 원클럽맨의 갑작스러운 이적은 야구팬들에게도 큰 충격을 줬다. SSG는 최근 2022년 통합우승을 이끈 김원형 감독을 계약기간이 2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전격 경질하고 이숭용 신임감독을 영입한데 이어 또 하나의 우승 주역을 떠나보내게 됐다.

SSG 팬들은 구단이 오랜 세월을 헌신한 프랜차이즈스타를 헌신짝 버리듯 토사구팽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SSG 구단이 최근 세대교체를 표방하여 선수단을 개편하고 있는 분위기와 맞물려, 노장인 김강민을 보호선수명단에서 일부러 제외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나온다.

팀 동료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강민과 함께 5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SSG 에이스 투수 김광현은 2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SNS는 인생의 낭비라고 하지만, 오늘은 해야겠다. 누군가의 선택은 존중하지만, 23년 세월은 무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잘 가요 형. 아 오늘 진짜 춥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외야수 한유섬도 '이게 맞는 건가요?', '강민이 형, 조만간 집에 갈게요'라는 문구와 함께 김강민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한화의 무리수인가 SSG의 방심인가
 
김강민 깜짝 이적의 본질은, 구단간의 엇갈린 이해관계와 우연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해프닝에 가깝다. SSG는 고의까지는 아니지만 너무 방심했다는 것이다. SSG의 입장에서보자면 불과 며칠 전까지도 선수생활을 이어갈 지가 불확실했던 김강민을 보호선수 명단에 포함시키기는 애매한 상황이었다. 또한 지난 시즌 성적도 좋지 않았던데다 누가봐도 SSG맨 이미지기 강한 은퇴 직전의 노장을 굳이 데려갈 팀이 있을까 생각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마련하지않은 것은 명백히 SSG 구단의 실책이었다. 특히 각 구단들은 2차 드래프트을 앞두고 보호선수명단에서 제외된 특정 선수의 은퇴 예정 등 관련사항을 타 구단에 공개했다. 한화도 정우람을 플레잉코치로 임명하며 은퇴를 준비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알렸다. 오직 SSG만 그렇게 하지않았다.
 
SSG가 이번 해프닝으로 잃은 진정한 손실은 단지 김강민만이 아니라 구단의 방향성에 대한 신뢰다. 이유와 과정이야 어찌됐든, 구단은 원클럽맨 김강민을 지켜내지 못했고, 사실상 '은퇴 아니면 이적'이라는 선택지를 선수에게 종용하여 벼랑 끝에 내몬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팬들과 선수단, 야구계 전체에는 아무리 구단에 오랫동안 헌신했던 구성원이라도 일단 그 가치가 떨어지면 소홀하게 대우하다가 언제든 버려질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게 더 뼈아프다.
 
냉정히 말해 김강민의 빈 자리가 다음 시즌 SSG의 전력이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오히려 세대교체와 리빌딩이라는 흐름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선택일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감독교체와 선수단 개편 과정에서 보여준 연이은 혼란과 소통부족은, 과연 SSG 구단이 과연 얼마나 확고한 철학과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지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한편 한화도 김강민을 데려가며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됐다. 한화는 김강민이 여전히 경쟁력 있다고 판단하여 영입을 결정했고, 주어진 권한에 따라 합법적인 방식으로 김강민을 지명한만큼 이번 사태에서 잘못한 것은 없다.
 
그러나 도의적으로 굳이 한 팀의 원클럽맨으로 명예롭게 은퇴할 수 있었던 선수를 무리하게 데려왔어야 했는가라는 아쉬움, 그것도 은퇴할 때가 다된 노장 선수를 즉시 전력감이자 리더로 모셔와야 했던 빈약한 현실은 씁쓸함을 자아낸다. 결국 수년간에 걸친 리빌딩에도 불구하고 한화가 쓸만한 인재가 아직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자인한 꼴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다음 시즌 한화가 5강 진출을 노릴 정도의 성적 반등을 보여주지 못하거나, 혹은 김강민이 한화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쓸쓸하게 은퇴하게 된다면? 한화의 이번 2차 드래프트 지명은 선수의 명예로운 말년을 망치고 각 구단과 팬들에게까지 혼란과 상처만 야기한 실책으로 남을 수도 있다. 과연 다음 시즌이 끝나고 김강민의 한화행은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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