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1.30 07:10최종 업데이트 23.11.30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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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 앱 ⓒ 김예지


특정 회사를 언급할 생각은 없지만 일회용 배달 용기를 언급하려면 어쩔 수 없다. 배달의민족 브랜딩 과정을 담은 책이 있다고 해서 검색해 보니, 그들 '다움'이 있었다고 한다. 뭐 하는 회사를 만들 것인지? 어떻게 자기다움을 쌓아갈 것인지? 등등.

홍보 글을 읽다 보니 일명 우리를 지칭했던 배달의 민족이란 이름으로 브랜딩을 한 그들에게, 오늘도 일상의 행복을 배달한다는 그들에게 묻고 싶어졌다. 우리는 배달의 민족이지 일회용 민족은 아니지 않냐고. 왜 음식 배달을 요청했을 뿐인데, 왜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를 숱하게 받아야 하냐고. 배달을 위해서라면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가 이 세상을, 지구를 어떻게 하건 말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당신들의 '다움'이냐고.


당연히 배달의민족 문제만은 아니다. 그들의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아서, 그들의 배달과 더불어 발생하는 일회용 배달용기 수가 압도적으로 많아서 대표적으로 언급되었을 뿐이다. 요기요, 쿠팡이츠 등 타 배달플랫폼도 예외는 아니다.

온라인 음식 서비스 거래시장 규모가 월 약 2조 원이나 되는 실적, 급증한 일회용 플라스틱에서 특히 일회용 배달용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이 문제는 그냥 넘어갈 수 없다. 녹색연합이 일회용기 배달이 아닌 다회용기 배달로 바뀔 수 있도록 배달 플랫폼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요구한 이유이다.   

배달 플랫폼도 일회용 플라스틱 문제를 더 이상 무시하기 어려웠는지, 배달음식 주문 시 다회용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렇게 작게나마 다회용기 배달 서비스가 시작되는 듯했다.

그러나 음식이 다회용기로 배달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결제 단계에서 가능하고, 주문할 때 다회용기를 미리 선택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다회용기 활성화를 위해 배달 플랫폼이 사전에 다회용기 사용 여부를 미리 알 수 있게 하거나, 다회용기 식당 정보를 상위에 노출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 노력이 필요한 이유이다.

물론 자원재활용법에 따른 일회용품 규제가 배달에서는 예외 적용되기 때문에 법을 개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규제 없이 다회용을 유도하고 촉진하는 것만으로 일회용 사용이 제어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일회용을 제어하지 않는 한, 이제 플라스틱 없는 세상은 상상이 안 될 정도로 친숙하다. 규제 없는 플라스틱 파도가 결국엔 우리를, 우리가 사는 세상을 역습하게 되는 것을 제어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벌써 목도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그 많은 플라스틱은 어디로 갔나
 

11월 1일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13일부터 케냐에서 개최되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 3차 정부간 협상위원회를 앞두고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국제플라스틱 협약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번 퍼포먼스는 플라스틱을 사용해 크리처 작품을 제작하는 이병찬 작가와 협업, 플라스틱 괴물 조형물을 통해 플라스틱 오염이 지속될 경우 닥칠 암담한 미래를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 이정민


인류의 혁명적 발명품 중 하나로 꼽혔던 매력적이었던 플라스틱! 폴리에스테르 섬유, 랩, 세제 용기, 식료품 보관용기 및 포장재, 음료수병, 파이프, 비닐봉지, 튜브, 스티로폼 포장재료, 장난감, 전자기기 케이스, 범퍼, 바닥재, 전선, 인조가죽 등 그 쓰임새는 거의 무한할 지경이다. 가볍고 온도변화에도 강하고, 수명도 제법 길어 편리하게 쓰이지만, 생산된 제품 가운데 절반은 한 달도 안 되어 쓰레기가 된다.

그에 반해 폴리염화비닐,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등 이름도 여러 가지인 이들은, 저항력이 강한 성질을 띠어 분해되는 데에는 매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분해만이 문제가 아니라, 플라스틱은 채굴과 생산과 소비, 폐기 과정에서 공기와 식수, 토양과 바다의 경계를 넘나들며 미세플라스틱과 독성 유해 물질로 생태계와 건강을 위협한다. 여러 경로로 우리 몸에 침투해 암, 신경계질환, 생식기능과 호르몬, 면역체계 손상 등을 유발한다는 사실이다.

동물 사체의 뱃속에서 플라스틱이 발견되는 사례도 안타깝지만 이제는 많이 보아온 사진들이다. 각 나라들은 플라스틱 사용을 규제하기 시작했고 플라스틱은 최고의 발명품에서 최악의 발명품으로 전락하고 있다. 플라스틱이 최악의 발명품인 이유는 또 있다. 

플라스틱의 원료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이다. 플라스틱을 지금처럼 생산하고 소각한다면, 탄소예산(지구 기온을 산업화 이전과 대비하여 1.5도 상승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2050년까지 허용된 최대 탄소 배출량)의 10~13%를 플라스틱으로 인해 소진하게 될 것이란 국제환경법센터(CIEL)의 예측이 있다.

지구 기온 1.5도 상승 억제를 위해 남은 총 탄소예산은 4200억~5700억 톤인데,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050년까지 560억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플라스틱 부분에서 배출할 것으로 전망된다(플라스틱 아틀라스 세계판 2022). 

여전히 해마다 전 세계적으로 4억 톤 넘는 플라스틱이 생산되고 1/3은 포장재로 쓰이고, 전체 생산된 플라스틱 중 재활용되는 비율은 10% 미만이다.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매립되거나 소각되고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지금까지 플라스틱 관련 기업이나 정부는 재활용만 잘하면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듯 홍보(?)해 왔지만, 이는 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기업의 책임 회피 홍보 전략일 뿐이다.

플라스틱 문제를 소비자들의 '분류'나 '처리' 문제로 접근하면, 플라스틱 생산으로 어떤 환경문제가 발생하고, 그 파장이 얼마나 큰지에 대해서는 굳이 시선을 집중하지 않아도 된다. 기업의 환경오염 책임에 대한 질문을 피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환경단체에서 플라스틱의 '처리'보다 플라스틱 제품 생산의 대대적인 감량과 재사용, 일회용 규제가 플라스틱 정책의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환경 정책에 거침 없는 정부
 

11월 13일부터 케냐에서 열리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3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를 앞두고, 한국정부에게 과감한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9일 오전 광화문 광장에서 한국환경회의와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2024년까지 유엔은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국제적으로 해결해 보기 위해 구속력 있는 협약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정부 간 협상 테이블이 열린다.

플라스틱의 주원료인 석유를 주로 생산하고 수출하는 국가들은 플라스틱 폐기물 관리에 초점을 두고, 플라스틱 생산 감축으로 인한 이익 감소라는 위기 상황을 피하고자 단결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부도 플라스틱 감량보다는 재활용 확대 중심으로 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주력하는 입장으로 이들 국가에 편승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플라스틱은 재사용 문화를 일회용 문화로 바꾸며, 자원을 남용하고 폐기물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안타깝게 우리나라도 1인당 연간 88kg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고 있는데, 미국과 영국에 이어 3순위를 점하고 있다.

플라스틱 일회용이 범람하는 문제는 많은 시민들도 우려하는 바이다. 얼마 전 환경운동연합이 일반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88.5%가 1회용 쓰레기 문제가 매우 심각하고, 1회용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규제정책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81.5%)했다.

응답자의 80%가 규제정책을 시행하지 않을 경우 1회용품은 늘어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이렇게 시민들도 인지하고 걱정하고 있는 사실을 정부만 모르는 듯 외면하며  플라스틱 규제에 역행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은 더욱 문제다.

지난 11월 7일 정부는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등에 관한 1회용품 규제를 철회했다. 이미 1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의무 시행을 백지화한 데 이어 정부는 1회용품을 규제 역할을 해야 할 본연의 임무를 무책임하게 저버렸다.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사용 저감과 일회용품 규제 흐름에 역행하겠다는 의지를 당당히 천명한 셈이라고나 할까.

스스로 반환경 정부 오명을 벗지 않겠다는 듯 반환경 정책에 거침없는 정부. 플라스틱의 역습에 이 정부는 답을 내기는커녕, 거꾸로 가기만 한다. 플라스틱 토양이 될 지경으로 매립되고 플라스틱으로 바다를 메울 지경이 되어가는데도, 정부는 거꾸로 가기만 한다.
덧붙이는 글 녹색연합 홈페이지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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