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2.01 14:16최종 업데이트 23.12.0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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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세월호참사가 났던 날을 우리는 모두 기억하고 있습니다. 함께 울었고, 분노했고, 행동했던 날들이었습니다. 그날 뒤로 많은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10년의 시간 동안 여전히 기억의 장소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도 긴 시간을 견뎌내고 있습니다. 기억 속의 그 장소들을 가보고, 그곳을 지켜온 이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아울러 피해자들의 견뎌온 이야기들도 풀어냅니다. 이 이야기들이 세월호참사를 기억하는 시민들의 이야기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기자말]

흔적도 없이 가라앉은 배와 함께 사람들이 가라앉아 돌아올 수 없었습니다. ⓒ 4.16재단


겨울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눈 내리고, 세찬 바람 부는 이 겨울이 지나고 나면 봄이 오겠지요. 그 봄에는 봄바람과 함께 꽃도 피어나고, 풍경도 녹색으로 변하겠지요. 아마도 벚꽃도 일찍 피어날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세월호참사 이후 열 번째 봄을 맞게 되겠지요.

우리는 지금도 누구나 2014년 4월 16일을 기억합니다. 다른 봄날과 다름없던 그날,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세월호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안타깝게 상황을 지켜보던 그때 날아들었던 '전원구조' 소식에 환호했고, 비로소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그러다가 그 소식이 오보였음이 알려진 뒤, 흔적도 없이 가라앉은 배와 함께 사람들이 가라앉아 돌아올 수 없었던 그 상황을 TV 생중계로 보면서 같이 울었습니다. 세월호의 승객들이 살아 돌아오는 기적을 바라며 거리로 나와서 촛불을 들었습니다.

그 거리에서, 광장에서 우리는 함께 외치고, 행동했습니다. 그 연대의 힘으로 특별법도 제정했고, 침몰했던 세월호를 인양했고, 박근혜 정권 탄핵까지 이뤄냈습니다. 그 아름다웠던 기억들, 우리가 같이 만들었던 위대한 역사의 현장을 우리는 모두 간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광장에 모였던 사람들은 대부분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진상규명은 여전히 미완인 상태이고, 책임자들은 속속 법원에서 무죄를 받았고, 사면까지 받아냈습니다.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통한 안전사회를 건설하자는 우리의 모든 노력이 큰 벽에 부닥친 것 같습니다.

생명존중과 안전사회를 바라는 시민들의 의식은 성숙했고, 그런 결과로 중대재해처벌법 등 일부 법을 제정하기도 하고, 개정도 했습니다. 안전 관련한 대책이 속속 만들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2022년 10월29일에는 이태원참사를 맞았고, 2023년 7월 15일에는 오송 궁평지하차도 참사를 맞았습니다.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것 같은 위험사회, 국민이 죽어가는 위기 앞에서는 사라져 버리는 국가, 여전히 책임자는 처벌을 면하고 피해자만 남아서 온갖 모욕과 혐오를 견뎌야 하는 세상을 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해왔을까요? 패배감으로 절망에 무릎 꺾이는 시절, 그런 겨울을 우리는 맞고 있습니다.

우리는 많은 것을 바꾸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많은 것을 바꾸고 있습니다 ⓒ 4.16재단

 
그럼에도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고 말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오랜 세월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던 많은 것들을 바꾸는 중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세월호참사 이후 재난을 대하는 이 나라의 공식이 바뀌고 있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재난참사들의 경우 대부분 피해자에게 온갖 감언이설로 장례를 치르게 한 다음에 몇 푼의 보상금을 지급하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 위령탑 하나 세우면 끝이었습니다. 제대로 된 문제 제기와 조사는커녕 피해자들은 어디에서 권리를 말할 수도 없었습니다. 고립된 피해자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시민들과 연대하게 되었습니다. 피해자연대가 만들어지고 있고, 피해자권리센터도 준비되고 있습니다.

그런 공식을 바꾸는 중입니다. 세월호참사 이후 세 번의 국가 조사기구가 만들어졌고,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국가범죄를 확인했고, 국가가 이를 인정하고 사과할 것 등을 권고했습니다.

처음으로 국가의 공식기구에서 나온 권고입니다. 명확한 결론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이처럼 집요하게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활동을 10년 가까이 이어왔던 경우는 없었습니다. 지금도 피해자와 시민들은 연대해서, 심지어 해외에서까지 활동을 이어가면서 이태원참사의 진상규명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요?

그리고, 지금도 시민들은 곳곳에서 노란리본을 만들어 나눕니다. 기억의 장소들이 팽목항, 목포, 제주, 서울, 안산, 인천 등에 여전히 유지되고 운영되고 있습니다. 흔적을 지우려는 세력들을 이겨내면서, 온갖 모욕과 핍박을 받아내면서도 이토록 긴 세월을 피해자만이 아니라 시민들과 함께 지켜냈던 적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안산 화랑유원지에 추모공원(생명안전공원)을 세우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재난참사 피해자들을 위한 트라우마센터(마음건강센터)는 안산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목포에 임시 거치된 세월호는 2026년에 영구 거치장소인 고하도로 옮겨지고, 보전되어 기억과 교육장소로 활용될 것입니다.

이런 일을 피해자들과 함께 해왔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전국의 기억 장소들에는 그런 시민들의 노력과 사연이 차곡차곡 쌓여 있습니다. 그런 이야기들을 풀어내려고 합니다. 그들은 일상으로 돌아가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 같이 나눌 것입니다.

고통을 넘어서는 피해자들이 있습니다
 

세월호참사 유가족 최순화씨가 이태원참사가 발생한 골목길을 찾아 시민들이 남긴 추모글을 바라보고 있다. ⓒ 권우성

 
이태원 참사가 났을 때 세월호참사 유가족이 말했습니다.

"우리가 더 싸웠어야 하는데... 미안합니다."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은 마음이 찢기고, 온몸이 아팠습니다. 남의 일이 아닐 자신의 일로 그 고통스러운 참사를 받아들이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싸운다고 내 가족이 돌아오지 않는 걸 알아요. 우리는 다시는 이런 일로 우리와 같은 유가족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싸웁니다."

이 말을 한 사람들은 세월호참사 유가족이 아닙니다. 삼풍백화점 붕괴참사의 유가족이 대구지하철화재참사 유가족에게, 그리고 대구지하철화재참사 유가족이 세월호참사 유가족에게 달려와 한 말입니다. 그리고 이제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이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에게 이 말을 전했습니다.

10년 가까운 세월을 견뎌내면서 유가족을 비롯한 피해자들은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요? 왜 그들은 거리의 투사로 바뀌어 가는 것일까요?

온갖 비난과 모욕, 혐오를 겪으면서도 싸워야 한다는 피해자들의 절절한 이야기도 풀어내려고 합니다. 피해자라고 같은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다양한 처지와 입장과 이해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에게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제는 자신들과 같은 피해자들이 안 생기게 하는 일, 나의 사건을 더 밀고 나가면서 진상규명이 되고, 책임자들을 처벌하는 일이 단지 자신의 울분을 풀기 위한 게 아닌, 그 사연을 작가들이 피해자들을 만나서 듣고 전달할 것입니다.

10년의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기억장소를 지켜온 사람들과 피해자들의 이야기가 여러분들에게 가 닿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닿은 이야기들이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가 되고, 우리의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나만의 기억이 아니라 모두의 기억이 되는 과정을 우리는 보게 될 것입니다.

세월호참사와 관련된 여러분의 이야기도 4.16재단에 보내주시기를 바랍니다. 사진 한 장이 말하는 당시의 상황과 여러분이 그곳에서 했던 일에 대해서, 짧더라도 그때의 한순간을 담은 영상, 사연이 있는 물품들을 보내주시면 좋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이 보내주시는 자료와 이야기들을 4.16재단이 소중하게 보전하겠습니다. 그 이야기들은 우리가 함께 만들어 온 지난 시간의 기록이 될 것입니다.

'세월호참사, 10년의 사람들', 그 이야기들이 이어집니다.

[세월호참사와 관련한 당신의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 사진, 영상, 기억 물품과 함께 a4 1장 내외로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 보내주신 자료와 이야기는 소중한 자료로 보존될 것입니다. 

[링크 주소]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ftuG9tfVz_JpYVgtNLFqX8TuxinBgfx_Elbdj9ZtYqaZelAw/viewform?vc=0&c=0&w=1&flr=0

 

지금도 리본을 만들며 이 이름들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 4.16재단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박래군 4.16재단 상임이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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