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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기현 감독 4년이 남긴 것, 2002세대 감독들의 현 주소

[K리그2] 경남 FC, 설기현 감독과 결별... "결과로 보답하지 못해 죄송"

23.12.05 18:08최종업데이트23.12.05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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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기현 감독 ⓒ 한국프로축구연맹

 
설기현 감독이 경남 FC 사령탑으로서 4년간의 동행을 마감했다. 경남 구단은 5일 설기현 감독과의 결별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설기현 감독은 구단을 통하여 "경남 FC 구단에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4년 동안 첫 프로 감독을 좋은 팀에서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설 감독은 "구단과 구단주님, 그리고 경남 팬과 도민들에게 굉장히 감사하다. 많은 시간과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셨지만 감독의 능력이 부족했다. 결과로 보답하지 못해 죄책감을 느끼고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향후에 경남을 열렬히 응원하는 한 명의 팬으로 남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설기현 감독은 경남이 2부 리그로 강등된 직후 지난 2019년 12월 경남 사령탑에 부임했다. 이전에 국가대표팀 코치와 성균관대 감독을 거쳤지만 프로 사령탑은 경남이 첫 팀이었다.
 
설 감독은 4년간 경남을 이끌고 K리그2에서 3-6-4-4위를 기록했다. 꾸준히 중상위권을 유지하며 매년 승격 플레이오프에 도전할 만큼 기대를 모았으나 아쉽게도 번번이 고비를 넘지 못하고 1부 리그 승격에는 실패했다. 경남이 2부 리그에서는 연봉 상위권에 속할 만큼 투자를 많이 한 구단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1부팀과의 승강 PO까지도 올라보지 못했다는 것은 결코 만족할 수 없는 성적표였다.
 
설기현 감독은 현대 축구의 흐름에 걸맞게 후방 빌드업 과정을 중요시하는 공격 축구를 표방하며 '설사커'라는 애칭을 얻었다. 결과를 떠나 '과정이 매력적인 축구'라는 점에서 호평을 받은 부분도 있고, 설 감독이 준비한 플랜대로 맞아 떨어진 경기에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빌드업에 얽메이는 전술적 고집, 전력이 강한 팀을 상대했을 때도 무턱대고 공격 일변도의 전술을 추구하다가 전방 압박이나 카운터 어택으로 무너지는 패턴, 골 결정력이 좋지 않은 경남의 팀 사정과 선수들의 성향을 고려하지 않은 경기운영 등으로 한계도 분명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2부 리그 구단으로는 선수 영입이 적지 않은 지원에도 영입 타율은 그다지 좋지 못했기에, 설기현 감독의 선수 보는 안목에 대한 비판도 높아졌다.
 
설기현의 경남이 그나마 1부 리그 승격에 가장 근접했던 시즌은 첫 해인 2020년이었다. 경남은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수원 FC를 상대로 종료 직전까지 승리를 눈앞에 두는 듯했으나 추가 시간 8분에 통한의 PK를 내주며 승격이 좌절됐다. 이후 경남은 두 번 다시 그 이상의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올해도 플레이오프에서 김포에 2-1로 패하여 4년 연속으로 1부행이 좌절 되었고, 인내심이 바닥난 경남 구단은 결국 시즌이 종료되기도 전에 설기현 감독에게 재계약 불가를 통보한 상태였다.
 
설기현 감독의 경남 4년은 결국 지도자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적 축구론과 한정된 환경 속에서 그 축구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하는 현실의 간극을 드러낸 시간이었다. 도민구단인 경남은 2014년 첫 강등된 이후 2017년 3년 만에 1부 리그로 돌아왔으나 다시 두 시즌을 버티지 못하고 두 번째 강등을 당한 팀이었다.
 
과정보다는 결과가 더 중요한 상황이었지만, 장기적인 시간과 전술적 완성도를 요구하는 설기현 감독은 경남의 방향성과 맞지 않았다. 설기현의 축구는 차라리 대기업 구단이나 전력이 안정된 강팀에 더 어울리는 스타일이라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지난 2022시즌을 끝으로 물러난 김남일 감독과 이어 '2002세대'를 대표하는 젊은 감독들의 연이은 실패는 아쉬움을 주고 있다. 설기현 감독과 프로 감독 데뷔 동기인 김남일 감독은 부임 내내 1부 리그에서 강등권에 허덕인 끝에 지난해 성남의 2부 강등을 막지 못하고 지휘봉을 내려놓아야했다.
 
2002세대 멤버들 다수가 이미 프로 무대에서 지도자를 역임했다. 이중 프로 2부 이상에서 감독을 경험해본 인물만 무려 9명이고, 감독대행 경력자까지 포함하면 절반에 가까운 11명에 에 이른다.
 
가장 성공한 사례는 2002세대의 맏형인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과 황선홍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이다. 홍명보 감독은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에 이어 2014년 월드컵축구대표팀 감독을 역임했고, 2021년부터는 울산의 지휘봉을 잡아 구단 역사상 최초의 리그 2연패를 달성하며 올해의 감독상까지 수상했다.
 
황선홍 감독은 포항에서 리그 우승과 FA컵 2연패를 이뤄냈다. 올해는 24세 이하 축구대표팀을 맡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3연패의 위업을 이뤄내기도 했다. 현재 황감독은 2024 파리올림픽 본선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홍명보와 황선홍 감독을 제외하고 2002세대 출신 감독들의 최근 성적표는 저조한 편이다. 최용수 감독이 올시즌 강원FC에서 성적 부진으로 경질당했고 그 뒤를 이은 윤정환 감독은 승강플레이오프에서 설기현의 경남을 이긴 김포와 단두대 매치를 앞두고 있다.
 
최성용은 올시즌 2부로 강등당한 수원 삼성에서 잠시 감독대행을 역임했으나 성적 부진을 막지 못하고 중도에 물러났다. 이민성 감독은 대전하나 시티즌을 이끌고 승격 첫 해 하위스플릿이지만 8위로 안정적인 1부리그 잔류에 성공하며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시즌을 보냈다.
 
김남일이나 설기현 감독처럼 화려한 국가대표이자 유럽파 스타 출신이라는 이름값을 바탕으로 감독직에 올랐으나 첫 도전에서 쓴 맛을 본 초보 감독들의 시행착오는 지도자의 무게를 보여준다. 하지만 황선홍 감독이나 홍명보 감독도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50대 중반의 원숙한 지도자로 거듭받기까지는 그 과정에서 혹독한 비판을 겪었던 시절도 있었다. 2002 세대의 젊은 감독들에게는 실패의 경험도 언젠가는 좋은 자산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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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기현 경남FC 홍명보 2002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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