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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우파' 생중계 콘서트에 울려 퍼진 금기어

[리뷰] 티빙 <스트릿 우먼 파이터2: 온 더 스테이지>

23.12.06 15:34최종업데이트23.12.06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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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MTV 뮤직 어워드' 중 비욘세의 'FLAWLESS' 공연 장면. '잼 리퍼블릭'은 <스우파2: 온 더 스테이지> 콘서트에서 이를 오마주했다. ⓒ MTV

 
"우리는 여자아이들에게 스스로를 낮추라고 가르친다. 스스로 더 작게 만들라고. 우린 여자아이들에게 말합니다. 야망을 가질 순 있어. 근데 너무 많이는 안돼. 넌 성공을 향해 노력해야 돼. 근데 너무 성공해선 안돼. 남자들에게 위협이 될 테니까. 우리는 여자아이들게엔 남자아이들 같은 방식으로 성적인 존재가 되어선 안된다고 가르치죠. 페미니스트,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인 성 평등을 믿는 사람."

나이지리아 작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페미니스트' 연설이 12월 3일 <스우파2: 온 더 스테이지> 콘서트장에 울려퍼졌다. 이 콘서트에는 지난 10월 31일 종영한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 2>(이하 <스우파2>) 출연진이 참가했다. 다국적 댄스 크루 '잼 리퍼블릭' 뒤로 'FEMINIST'라는 단어가 전광판을 채웠다. 이 장면은 OTT 서비스 '티빙(TVING)'을 통해 생중계됐다.

비욘세의 곡 'FLAWLESS'에 삽입된 페미니스트 연설이 잼 리퍼블릭 무대에서 오마주됐고, 크루들은 코르셋을 벗어 던지는 안무를 선보였다. '비욘세가 유명한 가수라서' 고른 게 아니었다. '잼 리퍼블릭' 리더 커스틴 도젠은 명백한 의지를 밝혔다.

그는 "전적으로 여성의 강한 힘, 그리고 이 방송을 비롯해 전 세계의 무대에 서는 여성들에 우먼 파워를 전하고자 했다"며 "'퀸 비'(비욘세의 별명)는 대단한 사람이다. 그래서 비욘세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통역사는 커스틴의 말을 한국어로 옮기며 "저희는 비욘세의 곡을 통해서 여러분들과 저희를 대표하는 우먼 파워를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간추렸다.

'잼 리퍼블릭'은 페미니스트임을 숨기지 않았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 2> 파이널 무대에서 '잼 리퍼블릭'은 비욘세의 곡 'FLAWLESS'에 삽입된 '페미니스트 연설'에 맞춰 코르셋을 벗어 던졌다. ⓒ 엠넷

 
사실 '잼 리퍼블릭'은 줄곧 페미니즘, 여성주의 등 '우먼 파워'를 강조해왔다. 커스틴은 한국에서 첫인사하는 자리에서 '우먼 파워'가 강력한 참가 계기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 8월 27일, <스우파2> 제작발표회에서 그는 "<스우파> 시리즈에는 여성들이 주도하는 힘이 있다. 전세계가 지켜보는 플랫폼을 댄서에게, 특히 여성 댄서들에게 제공하기 때문에 영향력이 크다"며 "이런 프로가 존재한다는 게 멋지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여성 댄서들의 강인함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라 말할 때는 '강인한 여성(strong, strong woman)'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스우파2> 5회 '메가크루' 미션 촬영을 앞두고는 댄서들에게 "우리의 고향과 우리의 힘을 보여주고 싶고, 우리가 가진 우먼 파워도 보여주고 싶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기싸움', '캣파이트' 따위의 멸칭으로 오염된 여성들의 경쟁을 '우먼 파워'로 고쳐 부른 것이다(관련기사 : '스우파' 아무리 깎아내려도... 여자들 의리는 살아있다).

아직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후배 엠마를 돕는 장면에서는 '자매애(시스터후드)'가 언급되기도 했다. 미션 준비 과정 중 커스틴은 "엠마를 아주 어렷을 때부터 오랫동안 알았다. 엠마가 강한 여성으로 자라서 다른 여성을 리드하는 사람이 된 게 의미가 크다"라며 "엠마와 크루를 위해 저의 모든 것을 다하고 싶었다. 이런 게 바로 자매애, 크루애 같다"며 눈물지었다.
 

9월 26일 방송된 <스우파2> 5회, '메가크루' 미션 준비 중 '잼 리퍼블릭' 리더 커스틴은 "크루를 위해 내 모든 걸 하고 싶은 마음"을 "자매애"라 표현했다. ⓒ 엠넷

 
<스우파2> 결승 무대 중 '엔딩 크레딧' 미션은 결승 진출 팀 고유의 색을 담은 퍼포먼스가 주제였다. '잼 리퍼블릭'은 영화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 사운드트랙인 'Jele'를 선곡했다. 무대 배경을 자세히 살피면 여러 국기 이미지를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커스틴, 라트리스, 링, 엠마, 오드리의 고유한 뿌리를 상징한다.

엠마는 <스우파2> 종영 후 인스타그램 계정에 "뉴질랜드 출신 사모아인이 <스우파2> 같은 대형 쇼에 나올 줄 누가 알았겠나? 한국에서 사모아 여성 댄서의 역사를 남기고 내 고향을 대표하게 되어 감사하다"는 소감을 남겼다. 다만 방송에서 부각되지 않았을 뿐, '잼 리퍼블릭'은 여성, 페미니스트, 다양한 민족 정체성에 자부심 가진 팀이었다.

만약 '잼 리퍼블릭'이 해외 활동 기반두지 않았다면, 'PC주의'와 '페미니즘'을 공격하는 한국 남초 커뮤니티발 사이버 괴롭힘과 SNS 검열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을까. <스우파2: 온 더 스테이지> 콘서트 이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페미니스트 샤라웃한 잼 리퍼블릭"이란 제목의 게시물이 공유되면서 이들 무대가 알려졌다.

해당 게시물에는 "멋있는데 한국인이었으면 못 했을거라 생각하니 웃프다(우스우면서 슬프다)", "한국인 크루였으면 진짜 뒤집어졌을 것 같다", "그래도 이런 공연이 있어서 인식이 바뀔 거라 생각한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잼 리퍼블릭'의 무대는 '나는 페미니스트이며, 성평등을 지지한다'는 당위가 위협받는 현 시류와 맞물려 이야기 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웃픈 현실' 가운데, 작은 해답을 얻은 듯 하다. '잼 리퍼블릭'을 비롯해 <스우파> 여성 댄서들은 '캣파이트(여성 간 경쟁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폄하되거나 말거나, 함께 춤 추며 스트릿 우먼 시스터즈가 되었다. 그처럼 혐오 섞인 논란은 신경쓰지 말고, 우리는 우리의 정체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최선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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