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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효율' 허예은, WKBL 최고 가드 등극할까

[여자농구] 9일 삼성생명전 13득점 9어시스트 1블록슛 활약, KB 공동선두 재등극

23.12.10 07:29최종업데이트23.12.10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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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가 적지에서 삼성생명에게 재역전승을 거두며 다시 공동선두로 올라섰다.

김완수 감독이 이끄는 KB스타즈는 9일 용인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우리WON 여자프로농구 2라운드 삼성생명 블루밍스와의 원정경기에서 77-54로 대승을 거뒀다. 2쿼터까지 삼성생명의 기세에 밀려 34-41로 뒤졌던 KB는 후반 들어 박지수가 골밑을 지배하고 강이슬의 외곽슛이 폭발하면서 여유 있는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KB는 우리은행 우리원과 공동 선두로 2라운드를 마쳤다(9승1패).

KB는 박지수가 3점슛 2개를 포함해 28득점 22리바운드 4어시스트 1스틸 4블록슛을 기록하며 경기를 지배했고 슈터 강이슬도 3쿼터 승부처에서 3점슛 3방을 터트리며 15득점 4리바운드로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그리고 그 동안 박혜진(우리은행)이나 안혜지(BNK 썸)같은 확실한 포인트가드가 없었던 KB는 이번 시즌 포인트가드 걱정을 하지 않고 있다. 이번 시즌을 통해 리그 정상급 포인트가드로 올라선 허예은이 있기 때문이다.

홍아란-심성영 거쳐 허예은 등장한 KB
 

심성영을 보유하고 있던 KB는 2019-2020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165cm의 단신가드 허예은을 전체 1순위로 선택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김지윤과 김영옥 이후 확실한 포인트가드가 없었던 KB는 2010-2011 시즌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2명의 포인트가드 유망주를 지명했다. 165cm로 신장은 작지만 안정된 경기운영과 뛰어난 외곽슛을 자랑하는 수피아여고의 심성영을 1라운드 4순위로 지명했고 포인트가드와 슈팅가드를 오갈 수 있고 포지션 대비 신체조건(174cm)도 나쁘지 않은 삼천포여고의 홍아란을 2라운드3순위(전체 9순위)로 지명한 것이다.

농구팬들의 예상과 달리 먼저 주목 받은 선수는 2라운드로 입단한 홍아란이었다. KB는 팀 내 포인트가드 자원이었던 박선영과 박세미가 나란히 2012-2013 시즌을 끝으로 현역생활을 마감하면서 포인트가드 포지션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이 자리를 홍아란이 파고 들었고 홍아란은 2013-2014 시즌 7.3득점 2.7리바운드 1.5어시스트 1.1스틸을 기록하며 KB는 물론이고 여자농구 전체가 주목하는 가드 유망주로 떠올랐다.

2014-2015 시즌 10.5득점 2.5리바운드 2.8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정규 리그 BEST5에 선정된 홍아란은 신지현(하나원큐)과 함께 '얼짱농구선수'로 유명세를 타면서 KB의 팬들로부터 '청주 아이유'라는 별명도 얻었다. 하지만 홍아란은 2016-2017 시즌 발목부상으로 팀을 이탈하더니 한 달 뒤 임의탈퇴 발표가 나오면서 사실상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은퇴 당시 나이가 만 25세에 불과했기에 그녀의 이른 은퇴를 안타깝게 여긴 농구 팬들이 대단히 많았다.

홍아란이 갑작스럽세 코트를 떠나자 KB의 주전 포인트가드 자리는 자연스럽게 홍아란의 입단동기였던 심성영이 물려 받았다. 심성영이 주전 자리를 차지한 2016-2017 시즌은 박지수가 입단하면서 KB가 본격적으로 강해지던 시기였다. 심성영도 주전으로 활약하면서 꾸준히 30분 안팎의 출전시간과 35%내외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하며 성장했다. 특히 2020-2021 시즌에는 10.8득점 4.3어시스트로 데뷔 후 최고 시즌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심성영은 다소 정적인 스타일의 가드로 역동적인 플레이를 하는 포인트가드라기 보다는 외곽슛이 좋은 '단신슈터'에 더 가까웠다. 특히 심성영은 상대적으로 돌파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신장이 좋은 수비수가 붙으면 다소 고전하는 경향이 있었다. 결국 KB는 박지수와 강이슬 콤비의 위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포인트가드를 원했고 2019-2020 시즌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적임자인 허예은을 찾아냈다.

경이적인 슈팅효율 보여주는 KB 야전사령관
 

허예은은 이번 시즌 특유의 저돌적인 경기 스타일에 슈팅 효율마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허예은은 165cm의 단신 포인트가드임에도 상주여고 2학년 시절 2경기 연속 트리플더블을 기록했을 정도로 리바운드 가담능력이 뛰어난 가드다(물론 국내 여고농구는 장신선수가 턱없이 부족해 가드 자원들이 많은 리바운드를 잡는 걸로 유명하다). 3학년 때 팀을 협회장기 우승으로 이끌며 대회 MVP에 선정된 허예은은 2019-2020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KB에 지명되면서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허예은은 루키 시즌 9경기에 출전해 3.3득점 1.6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신인왕을 차지했다. 2020-2021 시즌에는 28경기에 출전했지만 성적은 루키시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2021년 4월 KB가 리그 최고의 슈터 강이슬을 영입하면서 보다 역동적인 포인트가드가 필요했고 허예은은 2021-2022 시즌부터 주전으로 낙점됐다. 그리고 주전 첫 시즌에 8.5득점 2.8리바운드 5.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KB의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허예은은 박지수가 9경기 출전에 그쳤던 지난 시즌 전 경기에 출전해 9.1득점 4.2리바운드 5.2어시스트 1.3스틸로 분전했지만 팀의 5위 추락을 막지 못했다. 작년 농구월드컵 예선을 통해 처음으로 성인대표팀에 선발됐던 허예은은 지난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박지현(우리은행), 안혜지, 이소희(이상 BNK) 등에 밀려 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했다. 하지만 허예은은 대표팀 탈락의 아쉬움을 소속팀에서의 맹활약을 통해 풀고 있다.

이번 시즌 KB가 치른 10경기에 모두 출전한 허예은은 평균 29분32초를 소화하며 10.90득점 4.2리바운드 5.3어시스트 1.5스틸을 기록하고 있다. 3점슛 성공률은 44.1%로 2위, 자유투는 16개를 던져 단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허예은은 9일 삼성생명과의 경기에서도 특유의 역동적인 플레이로 팀을 리드하면서 3점슛 1방을 포함해 13득점 9어시스트 1블록슛으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선보이며 KB의 재역전승을 견인했다.

통산 4번의 어시스트 1위를 기록한 안혜지는 이번 시즌에도 10.8득점 6.6리바운드 6.7어시스트 1.2스틸로 좋은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2점 성공률 39%, 3점 성공률18.2%, 자유투 성공률 47.1%로 그리 좋은 효율을 보이진 못하고 있다. 이번 시즌 최고의 효율을 보이고 있는 허예은과의 결정적인 차이다. 이번 시즌 허예은의 가파른 성장은 WKBL 최고 포인트가드에 대한 농구팬들의 논쟁에 불을 붙이기에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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