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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 컸던 '놀면 뭐하니', '쓰레기 아저씨'에 답 있다

[주장] 김석훈 출연한 '놀면 뭐하니?' 시청률 5.5%... 편안한 웃음이 주는 의미

23.12.21 16:05최종업데이트23.12.2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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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예능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질문 하나를 던져보고자 한다. 한 해 동안 시청자들에게 제일 큰 실망감을 안겨줬던, 달리 말해 기대치에 가장 미치지 못했던 예능 프로그램은 무엇일까. 언뜻 여러 프로그램의 제목이 떠오르지만, 역시 다수의 표를 획득할 주인공은 따로 있다. 아무래도 1년 내내 가야 할 길을 잃어 우왕좌왕했던 MBC '놀면 뭐하니?'가 아닐까. 

음악 예능으로 회귀, 공감대 없는 러브라인. 2023년 상반기 '놀면 뭐하니?'를 설명하는 두 키워드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MSG 워너비, WSG 워너비를 흥행시키기도 했을 뿐더러 '놀면 뭐하니?'의 전통으로 봐줄 수 있겠지만, 이미주와 이이경의 러브라인은 시청자들의 철저한 외면을 받았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방송용 러브라인에 왜 그리 힘을 쏟았는지 지금 생각해도 의문이다. 

"시청률이 안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유재석)
"가장 좋은 건 이제 폐지를 해야겠죠." (이경규)


장기적 플랜 부재한 '놀면 뭐하니'
 

MBC <놀면 뭐하니?> 한 장면. ⓒ MBC

 
김태호 PD의 이탈 이후 '놀면 뭐하니?'는 길을 잃고 헤맸다. 장기적인 플랜이 부재했고, 단기적 아이템도 부실했다. 멤버들의 캐릭터와 역량을 살리지 못했다. 박창훈 PD 체제의 '놀면 뭐하니?'는 실패했다. 5월 '예능 선생님' 이경규의 날카로운 직언 이후 제작진은 대대적인 개편 사실을 알렸다. 3~4%대로 고착화된 시청률에 위기감을 느꼈던 모양이다. 

재정비의 내용은 ①정준하, 신봉선 하차 ②2주 간 재정비 ③제작진 교체였다. 이 세가지 답안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아쉬웠다. 우선, 정준하, 신봉선이 빠지면서 멤버들이 젊어지긴 했지만(이후 '놀면 뭐하니?'는 주우재를 영입했다), 윤활유 역할을 할 베테랑 예능인 2명이 빠진 자리는 생각보다 컸다. 게다가 정준하와 신봉선에게 책임을 묻는 모양새에 공감하기도 어려웠다.

분명 제작진 교체는 불가피했으리라. 하지만 박창훈 PD가 물러나고 김진용, 장우성 PD가 '내부 승진'을 하며 기대감이 축소됐다. 물론 기존 멤버들과 호흡을 맞춰왔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대적인 변화를 도모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지적이 많았다. 혁신보다는 안정적 변화에 가까웠고, 2주라는 짧은 재정비 기간은 그러한 예측에 힘을 실었다.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랫동안 방법을 고민하고 개편까지 오면서 선택한 앞으로의 방향은 밑의 세대인 동생들이 주축이 되고 유재석, 하하 씨가 변두리가 돼 동생들에게 놀림을 받는 구도로 판을 짜는 거예요." (장우성 PD)

주우재 영입을 통해 제작진이 꾀했던 그림은 '유재석(과 하하)을 변두리로' 보내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동생들의 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 '놀면 뭐하니?'는 탄생과 성장, 전성기까지 전 과정을 유재석과 함께 한 만큼 유재석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프로그램이다. 캐릭터, 아이템, 발언권 모두 유재석 중심으로 짜여졌다. 심지어 멤버를 놀리는 역할도 유재석의 몫이었다. 
 
정준하, 신봉선이 빠지면서 유재석의 롤은 그만큼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무게 중심을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멤버들(이미지, 박진주, 이이경)과 조화를 이룰 적임자로 주우재를 낙점한 건 신선하지는 않아도 납득할 행보였다. 하지만 재정비 이후에도 동생들의 활약은 미미했다. '단합대회', '영업사원', '돌아온 전국 간식 자랑', '놀뭐 대행주식회사' 등에서 여전히 유재석과 하하가 돋보였다.

MBC 금토 드라마 '연인'과 컬래버를 시도한 '놀면 뭐하니?'의 다음 행보도 아쉬웠다. 2008년 '무한도전'과 '이산'의 케이스를 떠올리게 했는데, 시청률은 다소 상승(3.9%→4.8%)했으나 반응은 완전히 달랐다. 시청자들은 극중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코믹한 장면에 몰입도를 해쳤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여론의 반응이 부정적이자 '연인'은 13회 카메오 분량을 통편집했다.

음악 예능으로의 회귀는 '악수'
 

MBC <놀면 뭐하니?> 한 장면. ⓒ MBC

 
이후 '놀면 뭐하니?'는 또 다시 음악 예능으로 회귀라는 악수를 두기에 이른다. 장기적인 계획이 없다보니 몇 달 동안 우려먹을 수 있는 음악 예능에 기대는 고질병이 도진 것이다. 'JS 엔터' 편은 무려 8주에 걸친 대장정 끝에 '원탑(JS 유재석, 올드케이 김종민, 하하, 주우재, 이이경, 데이식스 영케이)'을 데뷔시켰고, '주주 시크릿(이미주, 박진주)'을 음악방송에 컴백시켰다. 

시끌벅적하기는 했으나 알맹이는 없었다. 음악 예능에 대해 식상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JS 엔터' 편 역시 시청자들의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또 음악 예능이야?"라는 차가운 시선 속에 과거와 달리 음원('세이 예스', '잠깐만 타임') 성적도 신통치 않았다. 시청률도 3~4%대로 변화가 없었다. 음악 예능에 대한 피로감이 반영된 수치일 것이다.  

재정비 이후 6개월이 지났지만, '동생들의 반란'은 고사하고 '동생들의 성장'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놀면 뭐하니?'는 트렌드를 이끄는 예능에서 고만고만한 예능으로 전락했다. 젊은 피를 수혈해서 댄스곡을 소화한다고 해서 시청자들은 환호하지 않는다. 음악 예능을 무조건 지지하지도 않는다. '어떤' 도전인지, '왜' 도전하는지 공감되어야 한다. 스토리텔링 없는 예능은 공허할 뿐이다. 

오히려 '쓰레기 아저씨' 김석훈이 출연한 212회의 시청률은 5.5%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 주에 비해 무려 1.3%나 상승한 수치였다. '억지 텐션' 없이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소소한 웃음이 이어졌던 이 방송에서 제작진이 해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실망이 컸다는 건 그만큼 기대가 많았다는 뜻이기에, 2024년에는 '놀면 뭐하니?'가 프로그램의 방향성을 잡고 비상하길 또 다시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놀면뭐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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