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들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김국현
엄마에게 반찬 못 만든다고 맨날 잔소리하는 아버지가 정말 밉다는, 미움에 대한 이유. 엄마랑 버스를 타고 외출하면 엄마가 자신을 버릴 것 같아서 불안하다는, 눈물을 담은 고백. 손목시계만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참을 수 없는 소유욕. 낯선 제주도에서 가족이랑 한 달간 살고 싶은, 새로운 것에 대한 설렘. 하고 싶은 말을 공책에 기록해 두었다가 결국 그것까지 다 끄집어내고 마는, 말하고 싶은 욕망. 밥 먹는 중에 물 떠 오라는 말이 세상에서 제일 듣기 싫다는, 방해 금지 모드.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살아있는, 자유로움의 몸짓.
아! 그게 너였구나! 귀 기울여 들어야만 알 수 있는, 세상에 하나뿐인 이야기들이 아직도 내 귓가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렇게 학생들의 삶이 내 삶에 들어와 한 자리를 차지했다.
겨울방학 전날, 나는 내가 다른 학교로 이동한다는 얘기를 학생들에게 했다. 그랬더니 한 학생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저도 1년 후엔 졸업인데, 샘은 의리도 없이 혼자 가시네요. 배신자!"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마음이 울컥했다. '배신자' 그 말이, 나에게는 그동안 너와 나의 관계가 두터웠다는, 친구처럼 동등했다는 증언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그 증언은, 낯설게 말을 걸어오는 학생들에게 토라지지 말고, 부지런히 응답하며, 자신들을 포용하라는 나에게 주는 깨우침이었다. 학생들과 대화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교사를 만나고 싶다는 바람이기도 했다. 그 깨우침과 바람을 기억하려고 한다. 그 기억의 힘으로 새해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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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교육 교사이며,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휠체어를 탑니다. 그동안 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한 말을 글로 풀어보려고 합니다. 장애를 겪으며 사는 내 삶과 교육 현장을 연결하는 방식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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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에게 들은 '배신자'란 타박... 순간 울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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