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마시대 유리기
이상기
고니오 요새 발굴에 처음 관심을 보인 사람은 독일의 사업가 겸 고고학자인 슐리만(Heinrich Schliemann)이다. 미케네 유적 발굴에서 크게 성공한 슐리만은 그리스 신화 속 아르고호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러시아 제국 황실에 고니오-압사로스 요새 발굴을 신청했다. 그러나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20세기 초에야 러시아 학자들에게 발굴허가가 떨어졌다고 한다. 발굴은 빨리 이뤄지지 못했고, 1974년 요새 안에서 기원후 2~3세기 금장신구가 발견되었다. 고니오 요새는 1994년 조지아 정부에 의해 사적으로 지정되었고, 1995년부터 폴란드 역사학자들에 의해 고고학적 발굴과 연구가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
그 결과 발굴 유물을 보존 전시하기 위해 로마시대 목욕탕 옆에 박물관이 만들어졌다. 박물관 유물은 시대순으로 전시되어 있다. 기원전 7-8세기 흑해 연안 언덕에 살던 원주민의 유물이 가장 오래되었다. 이들은 청동으로 만든 무기, 제기와 생활용기인 도기다. 그리고 기원 후 1~3세기 로마시대 유물이 가장 많다.
무덤에 부장된 금과 보석으로 만든 귀족의 장신구가 보인다. 동전, 철제 마구와 청동 제기, 도자기 등도 전시되어 있다. 그런데 로마시대 유물 중 눈에 띄는 것이 유리기다. 푸른 빛을 띤 얇은 유리기로 정교하거나 화려하지는 않다. 대개 둥근 형태지만, 네모난 모양의 병도 보인다. 가장 정교한 것은 유리기에 원형의 무늬를 만들었고, 손잡이까지 만들어 붙였다.

▲ 도기와 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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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기와 자기는 수준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콜키스가 로마의 동쪽 변방으로 생활수준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출토 유물이 생활용기이기 때문이다. 전시된 도기는 황색이 대부분이고, 자기는 흑색이다. 청동기는 비교적 소품으로 이들 역시 부장품으로 보인다. 동전도 몇 점 없다. 장신구는 목걸이, 팔찌, 귀걸이인데, 이들 역시 단순소박한 편이다. 박물관을 나오면서 보니 유물보관실에 커다란 도기를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도기는 조지아 포도주 용기인 크베브리의 원형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조지아와 튀르키에 국경을 넘다

▲ 조지아 사르피 국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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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니오 요새를 나온 우리는 버스를 타고 고니오 마을을 지나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간다. 5㎞ 정도 달리니 국경마을 사르피(Sarpi)가 나온다. 그리고 마을이 끝나는 지점 길 가운데 특이한 건물이 나타난다. 이곳이 조지아쪽 출입국 사무소다. 사무소 앞에는 튀르키에로 입국하려는 사람들로 붐비는 편이다. 사무소로 들어가기 전 면세점이 있어, 조지아 돈을 다 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일부 터키 사람들이 담배를 사서 옷 속에 숨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튀르키에가 이슬람 국가여서 담뱃값이 비싸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지아에서 튀르키에로 넘어가는 출국수속은 비교적 간단하게 끝난다.
국경을 넘어가면 튀르키에 출입국 사무소가 있다. 사무소 건물이 현대적이다. 또 창이 유리로 되어 있어서 흑해를 내려다 볼 수 있다. 가방을 끌고 복도를 지나면 입국사무소가 있다. 입국심사를 하는 직원들도 까다롭게 굴지 않고 바로 입국도장을 찍어준다. 도장을 보니 Sarpi가 아니고 Sarp다. 조지아 사람들은 이곳을 사르피라 부르고, 튀르키에 사람들은 이곳을 사르프라 부른다. 입국사무소를 나오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물이 웅장한 모스크다. 이를 통해 기독교 국가에서 이슬람 국가로 넘어왔음을 알 수 있다.

▲ 튀르키에 아르하비: 왼쪽으로 흑해가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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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까지 시간 여유가 있어 아르하비 시내 볼거리를 찾아 나선다. 호텔 앞으로 오르치(Orçi)강이 흐른다. 강을 건너 도시가 형성되어 있다. 도심 뒤로는 높은 산이 바로 연결된다. 가장 높은 산(Kiziltepe)은 해발이 3200m가 넘는다고 한다. 시내 쪽으로 가니 저녁이 가까워서인지 시장도 파장이다. 다시 돌아오면서 흑해 쪽으로 나가보려고 한다. 그런데 해안 쪽이 일부만 개방되어 있어 해안을 따라 산책하는 게 불가능하다. 결국 도로를 따라 돌아오면서 다리 위에서 흑해로 넘어가는 태양을 바라본다.
붉은 해가 하늘을 붉게 물들이지만, 바다는 붉게 물들이질 못한다. 그래서 검은 바다 흑해라 부르는가 보다. 우리는 아르하비에서 하룻밤을 자고 아침 일찍 리제-아르트빈 공항으로 떠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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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돼 바다에 버려진 왕자 이름이 지명으로 남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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