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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우여곡절, '외계+인2'와 헤어져야 하는데" 눈물 보인 감독

[인터뷰] <외계+인> 2부 최동훈 감독

24.01.08 17:41최종업데이트24.01.08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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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외계+인> 2부를 연출한 최동훈 감독. ⓒ CJ ENM

 

 
기획과 시나리오 작업에 2년, 그리고 두 편의 연작이 나오기까지 총 6년이 걸렸다. 순수 촬영 기간만 따지면 387일로 한국 대중영화 역사상 가장 긴 기록이 됐다. 영화 <외계+인> 1부가 2022년 7월 공개된 뒤 약 1년 반 만에 2부를 선보이게 된 최동훈 감독은 감사함과 미안한 마음의 교차한다는 심경부터 고백했다. 1부의 흥행 참패, 그리고 맞이한 해당 시리즈와 작별의 시간. 그래서였을까. 지난 3일 언론 시사회에서 그는 "관객분들께 초대장을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최동훈 감독은 5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다시 만났다. 알려진 대로 1부가 개봉한 직후 바로 2부 편집에 들어갔고, 최종 버전까지 총 52번의 수정 과정이 있었다. 모든 편집을 마쳤을 그때의 심정부터 물을 수밖에 없었다.
 
달라진 외계인들
 
"12월 초 기술 시사회를 하고 뛰어나가서 다시 편집하고, 음악을 바꿨다. 마지막 편집실과 녹음실 가기 전날에 '정말로 바꿀 게 없나?' 생각해봤다. 정말 영혼까지 다 털었다, 바꿀 게 없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왔다. 사실 1부를 끝내고 많이 지친 상태였다. 2부 후반 작업을 할 힘을 어디서 얻어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걸 배웠다. 이게 바로 감독의 숙명이란 걸 말이다."
 
지구를 탈취하려는 외계인 죄수들과 이들을 막으려는 외계 가드(김우빈) 및 썬더(김우빈, 김대명 목소리), 그리고 이들과 맞서는 지구인들이 시대를 자유롭게 오가며 이합집산하는 과정이 어렵게 다가온 걸까. 죄수들을 막는 과정에서 인간 소녀 이안(김태리)은 그들과 함께 고려 시대에 떨어지게 되고, 그곳에서 떠돌이 도사 무륵(류준열)과 두 신선(염정아, 조우진)을 만나는 과정은 판타지 성격을 담보한다.
 
다중 캐릭터를 SF 장르에 녹여낸 게 최동훈 감독의 야심 찬 설계였다. <토탈리콜> 등 할리우드 SF 영화 및 소설을 탐닉한 그는 공상과학과 인간이라는 키워드를 꽤 오래 품고 있었다고 한다. 여기에 엉뚱함과 유머를 덧대, 누구나 영웅의 면모를 품고 있다는 보편성을 강조했다. 최동훈 감독은 가장 한국적 SF를 만들고 싶었다던 기획 당시 목표를 귀띔했다.
 
"아무리 CG(컴퓨터 그래픽)를 잘해도 할리우드처럼 할 순 없겠지만, 우리 기술로 소재 또한 한국적으로 해야 했다. 그게 처음 원칙이었다. 외계인을 본 사람은 실제로 없지만, 한국 사람이 디자인한 결과여야 했다. 그래서 <괴물> 크리처를 디자인한 장희철씨를 모셨지. 봉중호 감독에게 큰 빚을 진 셈이다(웃음). <괴물>이 없었다면 <외계+인>의 그 존재는 나오지 못했을 테니.
 
CG로 구현하는 과정이 흥분되고 재밌었다. 멋있으면서도 공격적으로 보였으면 했다. 또한 어떤 인격을 가진 존재로 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2부 후반 작업에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한 게 외계인의 디자인을 다듬는 거였다. 시나리오엔 기괴하다는 표현만 돼 있는데, 더욱 실감나는 기괴함이어야 했다. 그 결과 1부보다 더 발전한 기술력이 담긴, 그리고 우리 영화에서 가장 비싼 캐릭터가 탄생할 수 있었다."

  

영화 <외계+인> 2부 스틸컷 ⓒ CJ ENM

 
인연의 소중함
 
기술적 성과야 필수로 반영돼야 하는 요소였다면, 드라마성은 최동훈 감독이 끝까지 고민한 결과물이었다. 수십 번 편집과정에서 시나리오를 새로 쓴 부분도 있고, 그에 따라 배우들에게 목소리 연기를 녹음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하기도 했다. 최동훈 감독은 인연의 매듭을 이유로 들었다.
 
"영화를 보시면 그래서 무슨 얘기야? 묻는 분이 계신다. 인연을 맺는 과정이기도 하고, 그 매듭이 풀리는 걸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 지구를 구했다고는 하지만, 아무도 그걸 모르거든. 모였던 사람들이 헤어졌을 때 어떻게 살아나갈지가 너무 궁금했다. 세상을 구했다는 환호보단 뭔가 외로울 것 같았고, 그리울 것 같았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하는 그 마음이 전달됐으면 했다.
 
사실 2부의 내레이션은 전부 새로 녹음한 것이다. 누구의 목소리로 시작할 것인가 고민했는데 1부의 내막을 아는 사람이 좋을 것 같았다. 썬더 아니면 이안이지. 태리씨랑 우빈씨에게 모두 내레이션을 주고 녹음을 부탁했다. 직접 들으면 결정하기 좋을 것 같다고, 그리고 수차례 편집을 고치면서 이안(김태리)의 목소리로 2부를 시작하는 게 맞을 것 같다는 판단이 생겼다. 배우들에게 너무 고마웠다. 촬영 후반부에 부탁했는데 그때가 가장 힘들 때거든. 이 영화를 찍으면서 서로 좋은 파트너십이 생기는 걸 보게 됐다."

 
영화 후반부, 이안과 썬더를 비롯해 두 신선, 그리고 고려 시대 또다른 도인인 늠파(진선규)가 한 화면에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최동훈 감독이 준비한 회심의 장면이었다. 시대를 막론한 영웅들이 외계인에 맞서고, 헤어지는 과정이 곧 이 시리즈로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였다.
 
"엔딩 자체는 이미 정해진 거였지만 어떻게 찍을지 매순간 고민이었다. 대놓고 헤어지는 걸 찍으면 너무 유치해질 것 같았는데, 결국은 멋진 헤어짐을 전달하고 싶었거든. 리드미컬한 헤어짐이 필요했다. 음악도 엄청 고심했다. 초반에 로이 오비슨의 'In Dreams'로 결정해놓고, 수많은 노랠 넣어봤는데 그 이상 맞는 게 없더라. 현장에서도 여러 의견이 있었는데 이 노래가 살아남게 됐다(웃음)."
  

영화 <외계+인> 2부 스틸컷 ⓒ CJ ENM

 
6년이라는 시간 말대로 모든 걸 쏟아부으며 건강이 상한 그다. 시신경에 문제가 생겼고, 급성 축농증 등이 왔다. 최동훈 감독은 "후회가 남지 않게 하는 게 맞다. 영화를 한다는 게 참 힘들지만 참 흥미로운 일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자신조차 의식하지 못했던 영화에 대한 애정을 발견하는 시간이었다는 뜻이었다.
 
"신선이 등장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일종의 도를 닦게 해준 영화랄까. 이렇게 집중하고 확인하는 과정이 몸에 베었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1부는 장르적 특성에 낯섦이 좀 있었다면 2부에선 그게 관객들게 익숙해졌으면 좋겠다. 어느 정도는 성공한 것 같다. 저를 두고 '이야기꾼'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여러 생각이 든다. 물론 그런 수식어가 있다는 건 긍정적이지. 동시에 이야기 쓰는 사람으로서 반성과 고집 사이를 매번 오간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아침에 반성하고, 저녁에 고집 피우고 그런다(웃음).
 
6년간 우여곡절이 많았다. 아픔도 있었지만, 감독이라면 비켜 갈 수 없는 숙명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렇게 개봉을 앞두니, 딸을 결혼시키는 부모의 마음이 이럴까 싶다. <타짜>를 제가 편집을 약 3주간 했는데 이 작품은 정말 수개월을 했지. 제 작품 중 가장 오래 붙잡고 있었다. 그만큼 제가 영화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게됐다."
최동훈 외계인2 김태리 류준열 김우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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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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