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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모험수 꺼내든 수원 삼성... 염기훈 신임 감독의 앞날은?

무거운 숙제 안아든 염 감독... '실패한 리얼블루로의 회귀'라는 지적도

24.01.10 16:29최종업데이트24.01.1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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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등 충격' 수원, 염기훈 감독 체제로 K리그1 복귀 시동 창단 이래 처음으로 K리그2로 강등된 프로축구 수원 삼성이 9대 사령탑으로 염기훈 감독을 선임했다. ⓒ 연합뉴스

 
프로축구 2024시즌을 2부리그에서 보내게 된 수원 삼성이 또다시 모험수를 꺼내들었다. 수원은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염기훈 감독을 구단의 제9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계약기간은 2년"이라고 발표했다.
 
염기훈 신임 감독은 2006년 전북 현대에서 프로에 데뷔하여 울산 현대를 거쳐 수원 삼성에서 2023년까지 선수로 활약했다. 특히 수원에서만 플레잉코치 시절을 포함하여 14시즌을 활약하며 416경기 출전, 71골, 121개 도움으로 구단의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고, 주장 역시 최다인 7시즌을 역임하는 등, 프랜차이즈 출신이 아님에도 수원을 대표하는 전설로 자리매김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2010 남아공월드컵 16강 멤버로 활약하는 등 A매치 57경기에 출전하여 5골을 기록했다. 전성기에는 날카로운 킥과 크로스 능력을 앞세워 '염긱스', '왼발의 마법사'라는 별명으로 불리우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
 
현역 마지막해인 2023시즌에는 플레잉코치로 활약하다가 9월 말 강등위기에 몰린 수원이 김병수 감독을 경질하면서 감독대행을 맡게 됐다. 염기훈 대행 체제에서 수원은 7경기 3승 2무 2패로 우려보다는 나름 선방했다.
 
하지만 시즌 초중반까지의 심각한 부진으로 놓친 승점들이 너무 컸고, 최종전에서의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끝내 최하위로 다이렉트 강등이라는 수모를 피하지 못했다. K리그의 명가를 자부하던 수원의 2부행은 사상 최초이자 축구계에도 큰 충격을 안겼다.
 
팬들의 관심은 수원 구단의 향후 대응에 쏠렸다. 수원은 2부 강등 직후 팬들에게 사과문을 올리며 고개를 숙였지만 정작 후임 감독 선임과 전력보강을 위한 선수 영입 등 후속 행보가 지지부진하여 팬들의 불만을 자아냈다. 여기에 팀의 유스 출신 프랜차이즈스타이자 고액연봉자였던 권창훈이 자유계약으로 최근 전북 현대로 전격 이적하면서 수원 팬들의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수원 구단은 지난 8일에야 강우영 제일기획 부사장을 새 대표이사, 박경훈 전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를 신임 단장으로 영입하며 본격적인 팀 개편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 이틀 만에 지난 시즌 잔류 경쟁을 지휘했던 염기훈을 정식 감독으로 승격시키며 연속성을 이어나가는 길을 선택했다.
 
서포터즈 반대 성명도... 엇갈리는 팬들의 반응

하지만 팬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축구인 출신인 박경훈 단장이야 선수와 감독으로 K리그1·2를 두루 경험했고, 축구협회 행정 업무 경험까지 보유하고 있는 베테랑이다. 하지만 염기훈 감독은 지난시즌 약 두 달간 임시대행으로 팀을 지휘한 것이 지도자 경력의 전부인 초보 감독이다.
 
수원 구단의 염기훈 정식 감독 선임 조짐은 이미 지난 12월경부터 축구계에서는 소식이 널리 퍼져있는 상태였다. 내부적으로는 확정이 되었지만 팬들의 눈치를 보느라 발표 시점을 조율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수원 서포터 '프렌테 트리콜로'는 지난 12월 19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염기훈 감독 선임에 공식적으로 반대 성명을 내기도 했다. 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기간이 짧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강등을 막지 못한 책임이 있는 데다, 다음 시즌 1부리그 승격을 이끌 수 있을 만한 지도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수원 팬들의 진심은 염기훈이라는 인물이 못마땅하다기보다는, 현재 팀의 상황을 감안할 때 외부에서 검증되고 역량 있는 인사를 영입하여 객관적으로 선수단을 재정비하고 체질을 개선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또한 구단의 레전드인 염기훈 감독을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지난 시즌 감독대행처럼 성급하게 소모시키기보다는, 아직 몇 년 더 경험을 쌓아서 미래를 기약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가까웠다.

서포터즈와 수원 팬들이 가장 불만을 토로하는 대목은 수원 구단이 보여줘야 할 쇄신 의지에 대한 불신이다. 수원은 2010년대 중반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겪었으나 적극적인 투자와 팀 개편에 대한 팬들의 요구를 외면한 끝에 결국 강등이라는 대참사를 맞이했다.
 
그동안 여러 사령탑이 팀을 거쳐갔지만 수원을 반등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이는 감독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원칙없이 그때그때 미봉책에 가까운 감독 교체로 상황만 모면해놓고 정작 전권은 주지 않으며 성적이 나빠지면 또다시 감독을 희생양 삼았던 프런트의 행태에 더 큰 책임이 있었다.
 
수원은 2010년대 이후 김병수 감독을 제외하면 윤성효, 서정원, 이임생, 박건하, 이병근 등 주로 구단에서 선수로 뛴 경험이 있는 자팀 레전드들을 감독들로 영입하는 이른바 '리얼 블루' 정책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수원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둔 지도자는 없었다. 모기업이 제일기획으로 이관된 이후 구단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면서 팬들이 원하는 거물급 감독의 영입이 어려워지며 비교적 영입이 쉬운 구단 관련 인사들을 영입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김병수 감독이 지난 시즌 5개월 만에 조기경질된 이후 염기훈을 감독대행을 거쳐 정식 감독으로 선임한 것을 놓고, 일각에서는 또다시 '실패한 리얼블루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우려한다. 팬들은 다음 시즌 당장 1부 승격이라는 결과를 내야 하는 부담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에서 염기훈 감독 역시 언제든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수원 구단은 염기훈 감독을 선택한 배경으로 "패배감 극복과 새로운 목표 제시, 선수단 개혁 추진, 구단의 장기적 발전 계획 수행 등을 두루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염기훈 감독은 선수단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으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갖췄다"며 여러 후보들을 면밀히 검토한 끝에 염 감독이 적임자였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는 이전의 리얼블루 출신 감독들을 선임했을 때도 제시되었던 비슷한 레퍼토리다.
 
염기훈 신임 감독은 "무거운 책임감으로 K리그1 재진입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겠다.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우리 팬들이 있는 한 반드시 재도약하겠다"라고 감독이 된 소감을 밝혔다.
 
염 감독은 취임과 동시에 팬들과의 소통과 신뢰 회복, 무너진 선수단의 자신감 회복이라는 무거운 숙제를 안게 됐다. 초보 감독이지만 초보라는 핑계가 통할 수 없는 현재 수원의 냉엄한 현실 속에서, 과연 염 감독은 팬들과 구단이 원하는 구세주가 되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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