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1.11 10:51최종 업데이트 24.01.1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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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산케이뉴스>의 기사 '윤 정권 명운 결정하는 총선거까지 3개월' ⓒ 산케이뉴스


윤석열 정권은 일본이 독도에 대해 도발할 때마다 형식적인 항의를 하면서 번번이 사고를 친다. '독도는 영토분쟁 중'이라는 일본 주장을 담은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가 일본 방위성이 아닌 한국 국방부에서 나온 일은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박근혜 정권 때인 2014년에 나온 국방부 교재에도 유사한 오류가 있었다는 10일 자 언론보도가 있었다. 문재인 정권 때 2019년판 교재가 나오기 전까지 그것이 사용됐다고 한다. 이 보도에 따르면, 문재인 정권 때 사라졌던 오류를 윤석열 정권이 2024년판에서 되살린 셈이다. 그것도 세상이 다 알 정도로 떠들썩하게 처리해 향후 일본이 유력한 증거로 삼을 수 있게 만들었다.


우리 국민들은 불만을 갖지만, 일본에서는 호의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최대 극우 매체인 <산케이뉴스>의 온라인판인 <산케이뉴스>는 이른바 다케시마의 날인 작년 2월 22일 윤 정권이 독도와 관련해 "대일 배려"를 보이고 있다고 호평했다. 독도 방어훈련인 동해영토 수호훈련을 비공개로 축소해서 진행하고 훈련의 핵심인 독도 상륙 훈련을 생략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런 <산케이뉴스>가 우려를 담은 기사를 10일 저녁에 내보냈다. 제목이 '윤 정권 명운 결정하는 총선거까지 3개월'인 이 기사는 '윤씨, 패하면 레임덕에'라는 소제목하에서 "지난번에 이어 국민의힘이 패배해 국회 주도권을 되찾지 못하면, 윤씨는 임기 5년의 반환점을 앞두고 일찌감치 레임덕화가 진행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윤 정권이 2020년 총선에 이어 또다시 패배하지 않기 위해 승부수를 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과거에는 지지율이 저조한 정권의 말기에 다케시마(시마네현 오키노시마조) 상륙을 강행해 국면 전환을 꾀한 이명박씨의 사례도 있어서 외교적인 영향도 우려된다."

응원하면서 불안하게 지켜보는 이유

이와 유사한 보도들이 이전에도 있었다. 일례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11.5)되고 윤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44.1% 대 37.0%로 앞선다는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11.24)된 뒤인 2021년 12월 14일에도 비슷한 기사가 일본에서 나왔다.

일본 극우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교포인 변진일 <코리아 리포트> 편집장이 그날 야후재팬 뉴스에 기고한 '한국 여야당 대통령후보가 다케시마에 상륙할 가능성은!?'이라는 칼럼은 "형세가 불리한 후보가 기사회생의 대책을 강구할지 모른다"며 "어쩌면 다케시마 상륙이라는 비장의 수를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칼럼은 윤 후보는 일본에 우호적이므로 그렇게 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그 역시 상황이 불리해지면 "친일 딱지를 떼기 위해" 이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한국의 유력 정치인들이 독도를 방문한 뒤에 정치적 성과를 거둔 사례들을 거론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2005년 10월 5일 독도를 방문한 뒤 한나라당은 2006년 5월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12석을 획득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2012년 8월 10일 독도를 방문한 뒤 그해 12월 박근혜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했다.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16년 7월 25일 독도를 방문한 뒤 2017년 5월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다. 변진일 편집장이 언급한 사례는 이 셋이다.

세 사례에서 독도 방문이 선거 승리로 직결됐다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독도에 집착하는 일본 극우세력의 눈에는 둘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료할 수 있다. 10일 자 <산케이뉴스>에 윤 대통령의 독도 상륙 가능성이 거론된 것은 그런 전례들로 인한 일본인들의 우려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세 사례 중에서 일본 정부나 극우가 볼 때 특히 충격적인 것은 이명박의 경우다. 현직 대통령의 방문이어서 그런 면도 있지만, 일본인들이 볼 때는 뒤통수를 쳤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면이 있다.

노무현 정부에 뒤이어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윤 정권만큼은 아닐지라도 한일 군사협력에 집착했다. 대표적인 것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추진이다. 대통령의 독도 방문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명박 정권은 이 협정 체결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명박 정부는 2012년 6월 26일 국무회의에서 협정 체결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군사작전 하듯 처리했다는 여론의 비판을 초래했다. 이에 개의치 않고 이명박 정부는 사흘 뒤 협정 서명식을 강행하려 했다. 그랬다가 국민적 반발을 의식한 나머지, 서명식 1시간 전에 연기 통보를 보냈다. 이 사안은 그렇게 유야무야됐다.

6월 29일까지만 해도 일본과 군사협력을 맺으려 했던 이명박 정부가 두 달도 안 된 8월 10일 독도 방문을 단행했다. 역대 대통령들이 한일관계를 의식해 기피했던 일을, 일본에 우호적인 뜻밖의 정권이 성사시켰던 것이다. 이런 전례가 있기 때문에, 지지율 정체와 총선 문제로 고심하는 윤 정권을 일본인들이 한편으로는 응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염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1월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회동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이전 어느 정부보다도 집요하게 한일관계를 밀착시키고 있다. 그래서 윤 정부가 지금까지 벌여놓은 일들을 임의로 거둬들이기는 쉽지 않다. 또 북한과 중국·러시아의 연대가 긴밀해지고 있는 데다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노동당 전원회의 이후로 대남 압박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적 기반이 약한 윤 정부 입장에서는 미국과 일본에 더욱 의지하기 쉽다. 그래서 <산케이신문>의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지금 조건하에서는 그리 높지 않다.

그런데도 일본이 우려하는 데는 이유가 있어 보인다. 군사협력을 추진하다가 갑자기 독도 방문을 성사시킨 이명박 정권의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검사 출신들과 함께 윤 정권을 움직이고 있다.

또 작년 4월 2일에는 '윤 대통령이 독도는 한국 땅임을 천명하는 선언을 할 것'이라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말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3월 28일에 문부성이 독도 왜곡을 강화한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해 한국 여론이 악화된 직후에 나온 보도였다. 그런 선언이 도리어 일본을 도와주게 되리라는 지적들이 나오고 대통령실도 그런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면서 독도선언 발표는 없었던 이야기가 됐다.

그런 상황을 지켜보는 일본인들의 시각은 한국인들과 다를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가 나왔기 때문에, 일본 입장에서는 윤 대통령에 대해 일말의 우려를 가질 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일본을 위해 너무나도 많은 일들을 하고 있지만 자기 권력이 위태로워지면 이명박의 선례를 참고할 가능성이 있다고 일본인들은 우려할 수 있다.

일본이 걱정을 덜려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안정돼야 한다. 그런데 지지율이 좋아지려면 국민 다수의 희망에 부합하는 쪽으로 노동·언론·안보·역사·경제 정책 등이 수정돼야 한다. 윤 정권의 정책들이 소수 특권층과 극우세력을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민심이 계속해서 차가워지고 있다. 이로 인해 일본은 윤 대통령이 혹시라도 사고를 치지 않을까 염려하게 됐다.

정권의 구조나 지지 기반을 볼 때, 무엇보다 그간 해온 일들을 볼 때, 윤 대통령이 다수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정책들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 핵심 기반인 특권층과 극우세력을 실망시킬 용기가 그에게는 없어 보인다.

윤 정권 입장에서는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보다 집토끼가 이탈하는 것이 더 두려울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은 윤 정권 지지율이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게 막고, 이는 일본이 윤 대통령의 돌변 가능성을 염려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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