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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도 외면한 보이스피싱... 시민이 직접 나선 사연

[미리보는 영화] <시민덕희>

24.01.15 13:31최종업데이트24.01.1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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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민덕희>의 한 장면. ⓒ 쇼박스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을 수 있지만, 작은 규모의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에게 3200만 원은 어쩌면 전부와도 같은 돈일 것이다. 대출이 급해 금융권 여기저기를 알아보던 중 이를 노린 보이스피싱 집단에게 오히려 돈이 뜯긴다면? 십중팔구 순식간에 일상이 무너지는 경험이 될 것이다.
 
영화 <시민덕희>는 바로 그 절망과 절실함을 소재로 한다. 세탁업에 종사하는 덕희(라미란)는 큰 화재 사고 후 생활고에 시달린다. 대출 신청과 거절당함을 반복하던 그는 한 은행원에게 연락을 받고, 총 8회에 걸쳐 3200만 원을 송금하게 된다. 얼핏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돈이 급한 상황에서 냉철하게 판단하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이렇게 서민의 감성과 상황을 십분 활용한 영화는 이윽고 공권력의 외면, 법의 사각지대를 차례로 소환한다. 공분을 사기 충분한 상황을 두고 덕희는 어떻게 행동할까. 또다른 영웅의 등장을 기대할 수 있지만, 영화는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선 덕희와 그의 친구들을 등장시킨다.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이라는 이유로 혹은 쏟아지는 다른 민원들 때문에 덕희 사건을 덮어만 두려는 경찰과 스스로 자신들을 구하기 위해 나서는 소시민적 영웅이 서로 대비되는 식이다.
 
덕희를 행동하게끔 하는 주요한 동력 중 하나는 바로 덕희를 속인 바로 그 보이스피싱범이다. 그 또한 범죄 조직 내에서 온갖 부조리를 겪는 중에 총책과 해당 집단의 정보를 덕희에게 넘기기로 한 것. 영화는 시민과 범인, 공권력이라는 세 축을 두고 유쾌하게 혹은 무모하게 상황을 타파하려는 소시민의 이야기를 전한다.
 
우선 캐릭터나 이야기를 보면 관객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하다. 누구나 공감 가능한 보통의 인물이 직접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 추격 활극이라는 장르성을 더했다. 대중영화로써 <시민덕희>는 액션과 코미디, 휴먼 드라마가 적절하게 어우러진 미덕을 갖추고 있다. 전문 지식이 있다거나 신체적 능력이 탁월하지 않은 오히려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여성과 조선족의 연합은 그 자체로도 감동을 불러일으키기에 좋은 설정일 것이다.
  

영화 <시민덕희>의 한 장면. ⓒ 쇼박스


  

영화 <시민덕희>의 한 장면. ⓒ 쇼박스


 
알려진 대로 <시민덕희>는 2016년 발생한 실화를 소재로 했다. 세탁소를 운영하던 김성자씨 사연은 당시 방송을 통해 꽤 알려진 바 있다. 세 아이 엄마였던 그는 보이스피싱으로 3200만 원을 뜯기게 되고, 경찰의 무관심에 좌절하다가 해당 범인의 제보로 본인이 직접 정보를 취합해 총책 검거에 일조하게 된다.
 
이런 실제 사건을 영화는 약간의 변주를 통해 관객에게 제시하는 모양새다. 중심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 라미란, 염혜란, 장윤주, 안은진의 호흡이 잘 맞는 편이다. 보이스피싱범의 공명이나 형사 역의 박병은도 본인들이 맡은 역할 안에서 긴장감과 갈등 요소를 더하는 데 일조한다. 다만, 전반적으로 영화가 구성해 놓은 틀이 너무 안정적이라 그 해결 과정 또한 쉽게 예상 가능한 편이다. 어떤 반전이나 신선함보다는 익숙함에 기대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점에서 일부 관객들에게 아쉽게 다가올 수도 있다.
 
여러 중편, 단편으로 칸영화제 등 국내외 영화제에서 호평받은 박영주 감독은 <시민덕희>로 대중영화 신고식을 치르게 됐다. 좀 더 신인 감독 고유의 독창성이나 개성이 담겼다면 어땠을까. 소박하고 따뜻한 코미디 활극이라는 장점이 돋보이기 위해서라도 감독만의 인장은 필수였다. 잘 다듬어진 기성 영화의 느낌이 물씬 난다는 게 오히려 <시민덕희>의 약점으로 작용한다.
 
한줄평: 깔끔한 전개와 설정, 깜짝 놀라게 하는 한 방도 있었으면
평점: ★★★☆(3.5/5)

 
영화 <시민덕희> 관련 정보

영제: Citizen of a Kind
감독: 박영주
출연: 라미란, 공명, 염혜란, 박병은, 장윤주, 이무생, 안은진
제작: ㈜씨제스스튜디오, 페이지원필름㈜
제공 및 배급: ㈜쇼박스
관람등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13분
개봉: 2024년 1월
 
 

   
시민덕희 라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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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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