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1.17 20:14최종 업데이트 24.01.1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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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열린 '전광훈 목사 초청 제주 애국 국민대회' 현장 중계 화면 갈무리 ⓒ 유튜브

 
제주 4·3을 폄하해온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15일에는 제주도까지 찾아가서 비인간적인 발언들을 쏟아냈다. 현장 동영상들에 따르면, 라마다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전광훈 목사 초청 제주 애국 국민대회'에서 그는 4·3을 무장 폭동으로 비하한 뒤 "제주도는 회개해야 한다"며 "제주도가 회개하지 아니하면 앞으로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광훈은 4·3 대학살의 장본인인 미국을 한껏 미화했다. 1945년에 미군이 제주에 상륙하지 않았다면 제주는 계속 일본 땅으로 남았을 것이라며, 일본 땅이 안 됐다면 공산주의 기지가 되거나 북한에 넘어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947년에 시작해 1954년에 종결된 이 사건의 다른 장본인인 이승만을 변호하는 발언도 내놓았다. "이승만 정권은 48년 8월 15일에 수립됐다"며 "제주도 4·3사건은 4·3이니까 4월에 일어난 것"이라고 한 뒤 "그러면 이 무장폭동을 제압한 것이 이승만 정부예요 미국이예요?"라는 말로 청중의 호응을 끌어냈다. 그런 다음, "미국이 한 거예요"라며 "날짜 계산해 보면 알잖아요"라고 쐐기를 박았다.

서울 광화문광장을 이승만광장으로 고쳐 부르는 데서도 나타나듯이, 전광훈은 윤석열 정권 이상으로 이승만에게 집착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보도에 따르면 2019년 1월 29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에 당선된 그는 "대한민국은 이승만 대통령이 세운 기독교 국가"라며 "기독교 입국론에 맞춰 나라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광훈은 이승만을 토대로 대한민국을 개조하겠다는 발상을 갖고 있다. 그런 그의 입장에서는 1948년 7월 24일 대통령에 취임한 이승만이 4·3의 피를 묻힌 사실이 무척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날짜 계산해 보면 알잖아요"라며 제주 4·3을 1948년 4월 3일 하루 동안의 일인 양 축소하는 모습은 이승만 변호에 어려움을 느끼는 한국 극우의 심경을 보여준다.

그는 학살 책임을 미국에 전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미국을 변호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위 발언 뒤 그의 입에서는 "오늘날 제주도를 이렇게 잘살게 만들어놓은 것이 미국과 이승만"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 대목에서는 미국과 이승만을 한데 묶어 언급했다.

총선을 극우 선전장으로 만들려는 의도

전광훈은 2021년 10월 13일에는 4·3을 진압한 주역이 하나님이라고 발언했다. 이날 너알아TV에서 1945년부터 1950년 사이에 한국인 78%가 공산주의를 지지해 제주 4·3 등이 일어났다고 한 뒤, 하나님이 한국 교회의 기도를 듣고 한반도 문제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하늘의 하나님이 이승만 대통령을 준비해서 우리가 그 1차 전쟁에서 이기게 됐어요"라고 역설했다.

이처럼 하나님이 이승만을 내세워 4·3을 진압했다고 주장했던 그가 지금은 '이승만이 진압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손에 피를 묻힌 이승만을 성스러운 기독교 입국의 주역으로 내세우는 일에 적지 않은 부담감을 느꼈던 듯하다.

정치권이 총선 국면으로 접어든 시점에서 전광훈이 제주까지 가서 자극적 발언을 내놓은 것은 그가 이끄는 자유통일당 총선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4·10 총선 일주일 전에 열릴 4·3추념식 등을 겨냥해 이번 총선을 극우 선전장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그의 발언들에서 드러난다.

이번 15일 강연에서 전 목사는 "어찌하여 제주도는 선거만 하면 야당이 이기냐 말이야!"라며 "이번에 돌아오는 선거는요, 100%, 자유통일당이 100% 쓸어버려야 돼요. 그렇게 되면 2억씩 더 줄게. 왜? 제주도는 돈에 약하니까, 돈만 2억 주면 지 애비도 팔아먹고 조상도 다 팔아먹으니까"라고 비하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에 돌아오는 선거는 일반 선거가 아니다"라고 한 뒤 "대한민국이 북한으로 넘어가느냐"의 문제가 달린 일이라고 평가했다. 야당 국회의원들이 북한과 연대해 연방제 통일을 추진할 위험성이 있으므로 이번 총선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상황 진단이다.

그런 뒤 이번 총선에 대한 분발을 촉구하면서 "제주도여 일어나라", "제주도에서 기선을 잡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4·3에 대한 혐오적 발언들로 제주 민심을 자극하고 이를 발판으로 자유통일당의 선거전을 이어 나가려는 의중을 드러낸 대목이다.

전광훈은 작년 12월 15일 극우 매체인 펜앤드마이크TV에 출연해 4월 총선 전략을 설명했다. '2024 총선 승리 비법 대공개'라는 프로그램에서 그는 "반드시 우리가 200석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99석도 아니고 반드시 200석을 확보해야만 야당 국회의원 일부를 제명할 수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국회의원을 제명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는 헌법 제64조 제3항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그 나름대로는 비장한 각오를 갖고 이번 선거에 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각오로 연초부터 제주도민들을 자극했던 것이다.

제주 여론 자극해 극우세력 단결?

제주 4·3은 1947년 3·1절 기념식 때 발생한 경찰의 발포가 계기가 됐다. 그것이 발전해 1948년 4월 3일에 사건이 절정에 달했다. 이렇게 된 데는 1948년 이전부터 제주 현지에서 민심을 교란하고 자극하는 세력의 역할도 적지 않게 작용했다. 극우세력인 서북청년단(서청·서북청년회)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켜 진압 명분을 제공해 준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2008년에 발간된 양정심 이화여대 연구원의 <제주 4·3항쟁 – 저항과 아픔의 역사>는 "서청은 도내 각 읍·면에 골고루 분파되어 활동 자금을 마련한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갈취했고 테러를 자행했다"고 한 뒤 "제주도 지부가 발족된 것은 1947년 11월 2일이었지만, 서청은 3·1사건 직후에 이미 들어와 있었다"고 기술한다. 3·1절 발포 사건으로 도민들이 분노한 직후부터 서북청년단이 이곳에 들어가 활동을 개시했던 것이다.

서북청년단은 '제주도가 공산당 지역임을 증명하겠다'는 결의를 갖고 있었다. 아직 증명되지 않은 것을 세상이 믿게끔 만들려는 의중이 있었던 것이다.

위 책은 미군 보고서를 인용해 "우익 서북청년회 제주도위원장 안철은 제주도는 '한국의 작은 모스크바'이며, 자신은 이러한 주장을 미군 방첩대에 입증해 보일 작정이라고 말했다"고 기술했다. 제주도를 공산주의 지역처럼 보이게 만들려는 이들의 자극적인 도발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역할을 했음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전광훈 목사는 총선 3개월 전에 제주를 방문해 '4·3은 무장 폭동이다', '제주도는 회개하라, 심판을 받을 것이다'라며 제주 민심을 자극했다. 제주 여론을 자극하고 이곳 반응을 역이용해 극우세력을 단결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제주도의 상처를 짓밟고 짓누르는 방법으로 자유통일당 총선전을 수행하는 그는 이를 통해 여의도라는 또 다른 섬의 입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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