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속에 아이들의 경쾌한 발소리와 농구공이 튀어오르는 소리를 담고 싶다.
김보민
팀 스포츠에는 각자 역할이 있고, 제 역할에 충실하지 않을 경우 그 여파가 팀 경기 전체에 영향을 준다. 엄청난 역량을 가진 선수가 한 명 있어도 팀워크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 팀은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없다. 다른 팀에 비해 평균 수준의 능력을 갖춘 팀이더라도 선수들 간의 호흡이 좋고 서로 도와가며 경기에 임할 때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농구 연습이 시작하기 전 레크리에이션 센터에서 메일이 하나 왔다. 아이들이 숙지해야 하는 내용으로 팀별로 색깔이 다른 팀 티셔츠를 입어야 하는 것, 목걸이와 같은 액세서리는 착용하지 않는 것이었다. 마지막에 가장 중요한 규칙이 언급되어 있었다.
스포츠인이 가져야 할 기본자세인 스포츠맨십을 익힐 수 있도록 게임이 끝나면 상대 팀과 악수합니다.
스포츠를 통해 질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는 정도는 생각했지만 스포츠맨십까지 배운다는 것은 생각이 닿지 않았다. 상대방을 대할 때 자제력을 유지하고, 공정하게 대우하고, 존중하는 것과 같은 마음을 운동으로 배울 수 있다니 농구 수업 안내 메일을 읽다 감동했다.
자제력을 상실한 채 제멋대로 행동하고, 권력이 있는 자들은 힘이 없는 사람을 공정하게 대우하지 않고, 똑같은 인간임에도 서로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의 뉴스가 넘쳐나는 이 세상에서 아이들은 스포츠맨십을 배우고 있다니, 생각만 해도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훨씬 멋지고 존경스럽지 않은가.
큰아이는 농구에 흠뻑 빠져 있다. 연습 시간 20분 전에 학교에 도착해 몸을 풀고, 집에서도 시간 날 때마다 드리블 연습을 한다. 경기가 있는 토요일은 식구 중 가장 먼저 일어나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나갈 준비를 한다.
농구를 대하는 아이의 자세에서 또 한번 배우다
총 네 번의 경기를 했는데 두 번은 이겼고, 두 번은 졌다. 질 때나 이길 때나 아이의 반응은 한결같다. 코트에서 부지런히 뛰었고, 적극적으로 패스했고, 기회가 있을 때면 슈팅했다고 했다. 이기고 지는 결과에도, 친구 중 누가 더 잘하고 못하는지도 관심이 없다. 무심한 듯 제 할 일만 할 뿐이다. 미리 나갈 채비를 하고, 달릴 수 있도록 몸을 풀고, 경기 시간에는 최선을 다하는 것, 그뿐이다.
두어 달 농구를 대하는 아이의 자세를 보며 또 배운다. 무언가 하는 과정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는지, 결과에 따라 일희일비 하지 않고 다음 스텝을 위해 또다시 준비하고 있는지, 내일 있을 무언가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오늘 하루 알차게 준비하고 즐기고 있는지 자꾸만 나를 돌아보게 된다. 농구를 통해 팀워크를 배우고, 요행을 바라지 않고 무던하게 임하는 자세를 익히고, 몸을 움직이는 재미를 만끽하는 아이를 보고 있으면 나를 반성하게 된다.
나는 아이가 드리블을 얼마나 능수능란하게 하는지, 한 경기에서 몇 번의 슈팅을 하는지, 경기에서 이겼는지 졌는지 관심 없다. 수업 30분 전 경기장에 도착하려 준비하는 아이의 뒷모습에서, 누구보다 진지하게 경기에 임하며 코트를 누비는 아이의 분주한 발걸음에서, 농구를 마치고 돌아오는 아이의 얼굴에 피어난 웃음에서 아이가 농구를 만나 이미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는 것을 직감한다. 이보다 더 값진 시간이 또 있을까.
아침에 경기를 다녀온 아이에게 묻는다.
"오늘 경기 어땠어?"
아이는 덤덤하게 답한다.
"좋았어."
기대가 섞인 목소리로 내가 다시 묻는다.
"이겼어?"
농구화를 벗는 아이가 무심하게 답한다.
"응."
경기에서 이긴 날인데 경기에 임한 선수가 보인 저 무덤덤함이란, 프로의 세계를 누비는 농구 선수 같아 내 눈에는 그저 멋질 수밖에 없다. 아이의 리바운드는 언제 어디서나 날숨과 들숨 사이에 등장하겠지. 실패의 얼굴을 했지만 기회라는 속뜻을 품은 마법같은 모습으로 말이다.
지속가능한 가치로 아이들을 길러야 한다는 의미를 담아 육아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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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은 세상을 찾다가, 지구 어디에서든 잘 살아가는 나를 발견하는 기쁨으로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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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운드에 대한 딸의 해석... 아홉 살 맞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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