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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아이돌 노래 안 듣는다? 이 노래는 다릅니다

[리뷰] 라이즈-투어스, 이유 있는 신인 남자 아이돌들의 인기몰이

24.02.13 14:39최종업데이트24.04.22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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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 보이그룹 라이즈(왼쪽), 투어스 ⓒ SM엔터테인먼트, 플레디스

 
최근 몇 년간 보이그룹 음악들은 말 그대로 '그들만의 세상'에 있었다. K팝이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으며 꽤 많은 팀들이 100만 장 이상의 음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지만, 정작 음원차트 순위에서는 이들의 이름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과 세븐틴 등 극소수 보이그룹을 제외하면 음원차트는 걸그룹 또는 기획형 발라드 곡들로 채워진 것이 근래의 흐름이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 특이한 변화가 목격된다. 데뷔한 지 반년도 채 되지 않은 신예 보이그룹의 음악이 음원 강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라이즈(SM엔터테인먼트)와 투어스(하이브 산하 레이블 플레디스)다.  

이들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초대형 기획사 출신이다. 하지만 국내 음원 시장의 판도가 꼭 대형 기획사의 뜻대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었기에 두 신예들의 활약은 궁금증을 키우고 있다. 팬덤 기반의 활동만 앞세웠던 보이그룹 시장에서 라이즈와 투어스는 어떻게 음원 서비스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게 된 것일까?

라이즈, 복고 사운드로 눈도장​
 

라이즈 'Love 119' 뮤직비디오 ⓒ SM엔터테인먼트

 
지난해 9월 싱글 'Get A Guitar'(겟 어 기타)로 화려하게 등장한 라이즈(RIIZE)는 올해 1월 발표한 디지털 싱글 'Love 119'로 데뷔곡을 뛰어넘는 성공을 거뒀다. 지난 2005년 방영된 KBS 2TV 드라마 <쾌걸 춘향> OST '응급실'(IZI 원곡)을 샘플링한 'Love 119'는 통통 튀는 드럼 비트와 피아노의 반복된 리프로 귀를 즐겁게 만든다.  

​ '응급실'의 후렴구를 인트로에 그대로 활용하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동시에, 20년 전 그때의 음악이 2024년에도 여전히 사랑받을 수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원곡 가창자 오진성이 백보컬로 참여한 점 역시 같은 맥락의 선택으로 보인다. 남자 아이돌 음악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리스너조차 자연스럽게 멜로디를 흥얼거리게 만드는 점은 'Love 119'의 가장 큰 장점이다.  

​경쾌한 기타 리프로 1980년대 팝-록 사운드를 재해석했던 'Get a Guitar'와 더불어, 라이즈는 자신들의 콘셉트 노선을 확실하게 '복고'로 정했다. 창업주 이수만 프로듀서의 퇴진 이후, 처음으로 SM이 내놓은 신인이라는 점은 라이즈가 과거 H.O.T.부터 지금의 NCT에 이르는 선배 그룹들과는 다른 방향성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청량감으로 가득 채운 투어스
 

투어스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뮤직비디오 ⓒ 플레디스


플레디스 레이블 음악의 강점은 청량감이다. 소속사 선배 세븐틴이 그렇듯, 6인조 다국적 그룹 투어스(TWS, Twenty For Seven with US)도 마찬가지다. 지난 1월 22일 발매된 데뷔 EP 앨범 < Sparkling Blue >는 제목부터 방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흰색 바탕과 파란색 글씨로 구성된 음반 커버 이미지는 유명했던 이온음료 광고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그 속에 담긴 음악은 늦겨울의 추위를 단번에 날릴 만큼 시원하게 고막을 뚫고 귓가를 맴돈다. 타이틀곡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는 발표와 동시에 신인으로선 드물게 각종 음원 순위 상위권에 올랐다. '2024년 괴물 신인'다운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보이후드 팝'이라고 장르를 규정한 투어스 역시 복고 분위기를 자신들의 음악에 녹여냈다. 2000년대 후반 TV 속 청춘 드라마가 연상되는 콘셉트의 음악은 10대들의 패기와 풋풋함을 경쾌한 신시사이저 사운드에 담았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음악 팬들의 플레이리스트에는 투어스라는 이름이 자연스럽게 추가되었다.  

블록버스터급 세계관 대신 자유분방함으로
 

투어스 (맨 위), 라이즈 ⓒ 플레디스, SM엔터테인먼트

 
최근 K팝에서 '세계관'은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았다. 방탄소년단, EXO가 그랬고 이후 등장한 팀들 대부분 이 흐름을 벗어나지 않았다. 문제는 세계관을 잘 모르는 대중에겐 일일이 설명을 첨부해야 이해가 가능하단 점이다. 마치 마블 영화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세계관은 팬덤의 뜨거운 지지를 얻을 수는 있겠지만, 반대로 대중의 미온적 반응이라는 양극단의 결과로 연결되었다.

​음반을 100만 장 파는데도 음원 순위에선 이름조차 찾아보기 어렵고, 생소하게 다가올 뿐이었다. 그런데 라이즈, 투어스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타파하며 팬층을 넓혀가고 있다. 물론 이들 또한 세계관을 만들어가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유연성을 겸비하면서 대중 친화적인 사운드로 선배 그룹들과의 차별화를 도모하고 있다.

K팝의 상징과도 같았던 '​칼군무' 보다는, 느낌이 가는 대로 움직이는 춤선 또한 이들의 특징이다. 짧은 숏폼 콘텐츠의 강세라는 시대적 흐름에, 이들 신인 그룹들은 자연스럽게 쉽게 따라 할 수 있고 부담 없는 동작으로 새롭게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남자 아이돌이라면 응당 갖췄던 요소들, 족쇄처럼 따라붙었던 것들을 잠시 내려놓자 비로소 음악이 보이기 시작했다. 라이즈와 투어스 등 좋은 신예들의 등장은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K팝 위기론'에 대한 자신감 넘치는 반박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라이즈 투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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