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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구보완' 김서현, 작년 문동주처럼 비상할까

[KBO리그] 캠프 통해 제구 보완하며 호주와의 연습경기 1이닝2K 무실점 호투

24.02.20 09:18최종업데이트24.02.20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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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가 18일 호주 대표팀과의 두 번째 연습경기를 끝으로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1차 스프링캠프 일정을 마쳤다. 한화는 17일 1차전에서 2-1, 18일 2차전에서 5-3으로 승리를 거두며 호주대표팀과의 연습경기에서 연승을 기록했다. 물론 공식대회가 아니었던 만큼 양 팀 모두 전력을 다하진 않았지만 호주는 작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메이저리거 2명이 포함된 한국 대표팀을 꺾었던 팀이었다.

비록 호주와의 연습경기 2연전에선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지만 올 시즌 한화가 가장 기대하고 있는 선수는 단연 작년 시즌을 통해 한국야구의 새로운 에이스로 발돋움한 문동주다. 루키 시즌 1승3패2홀드 평균자책점5.65를 기록하며 프로의 벽을 실감하는 듯 했던 문동주는 작년 이닝관리를 받으면서도 23경기에서 8승8패3.72의 좋은 성적을 올리며 2006년의 류현진 이후 17년 만에 한화 소속 신인왕에 선정됐다.

사실 작년 한화가 기대했던 특급 유망주는 문동주 한 명이 아니었다. 서울고 시절이던 2022년 U-18 야구월드컵에서 시속 16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졌던 김서현 역시 문동주의 신인왕 도전을 위협할 후보로 꼽혔다. 작년 제구문제로 실망스런 활약에 그쳤던 김서현은 비시즌 동안 맹훈련을 통해 약점을 많이 보완했고 호주와의 연습경기에서 1이닝 동안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올 시즌 활약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다.

갑자기 잠재력이 폭발했던 유망주들

KBO리그에는 매년 고교무대를 평정한 많은 유망주들이 '초고교급 투수', '즉시전력감' 같은 거창한 수식어와 함께 많은 계약금을 받고 프로에 문을 두드린다. 그리고 그들 중 상당수는 프로에서 크게 빛을 보지 못하고 쓸쓸하게 선수생활을 마감하곤 한다. 하지만 남다른 재능에 노력을 더한 선수들 중에는 입단 초기 고전하다가도 갑자기 잠재력이 폭발하면서 성적이 급상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역대 2위에 해당하는 통산 168승에 빛나는 '대투수' 양현종(KIA 타이거즈)은 2007년 광주 동성고를 졸업하고 KIA에 입단했지만 2년 동안 79경기에 등판해 1승7패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양현종은 풀타임 선발로 도약한 2009년 12승을 올리며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고 2010년에는 16승과 함께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멤버로 활약하며 타이거즈의 차세대 에이스로 급부상했다.

안산공고 시절부터 한국야구를 이끌 차세대 에이스로 불렸던 김광현(SSG랜더스) 역시 입단 첫 해에는 정규리그에서 3승7패에 그치며 실망스런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김광현은 그 해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22승투수' 다니엘 리오스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고 이듬해 16승4패2.39의 성적으로 정규리그 MVP에 선정되면서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김광현에게 루키시즌의 부진은 도약을 위한 발판이었던 셈이다. 

작년 12월 사회복무요원으로 군에 입대하며 2025 시즌까지 보기 힘들어진 히어로즈의 에이스 안우진도 최고의 구위를 가졌다고 평가 받으면서도 프로 입단 후 4년 동안 자신의 자리를 잡지 못하고 방황(?)했다. 하지만 안우진은 프로 5년째가 되던 2022년 15승8패2.11 224탈삼진의 성적으로 평균자책점, 탈삼진 1위와 함께 투수부문 골든글러브까지 휩쓸면서 리그 최고의 선발투수로 떠올랐다.

올 시즌을 앞두고 극적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한 고우석(샌디에이고 파드리스)도 프로 입단 후 2년 동안 81경기에 등판해 단 하나의 세이브도 올리지 못했을 정도로 '공만 빠른' 유망주였다. 하지만 2019년 정찬헌(키움 히어로즈)의 부상으로 마무리 자리를 맡은 고우석은 65경기에 등판해 8승2패35세이브1홀드1.52의 성적으로 세이브 2위에 오르면서 단숨에 리그 정상급 마무리 투수로 떠올랐다.

김서현이 올 시즌 필승조로 활약한다면?

고교 3학년 선수 중 유난히 투수 유망주가 많았던 2022년 '고교 넘버원'으로 불리던 유망주는 단연 덕수고의 우완 심준석(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이었다. 심준석은 KBO리그 입단을 결정하면 전체 1순위 유력후보라고 평가 받았지만 심준석의 선택은 KBO리그가 아닌 메이저리그였다. 하지만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진 한화는 크게 아쉽지 않았다. 심준석 못지 않은 잠재력을 가졌다고 평가 받은 서울고의 김서현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고 시절부터 시속 16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지며 프로구단의 주목을 받았던 김서현은 2023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한화의 지명을 받았고 5억 원의 계약금을 받았다. 이는 1년 전 문동주가 받았던 계약금과 같은 금액으로 그만큼 김서현에 대한 한화 구단의 기대가 크다는 의미였다. 일부 팬들은 문동주가 토종에이스, 김서현이 마무리로 활약하는 2023 시즌 한화 마운드를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작년 시즌 토종에이스로 성장한 문동주와 달리 김서현은 22.1이닝 동안 31개의 사사구를 기록하며 1세이브7.25라는 실망스런 성적에 머물렀다. 6월초 2군으로 내려가 두 달간 조정기간을 거친 김서현은 8월17일 NC 다이노스전에서 선발 데뷔전을 치렀지만 2이닝3실점을 기록한 후 그대로 시즌을 마감했다. 구속은 느리지만 뛰어난 제구와 영리한 머리를 앞세워 문동주와 같은 8승을 올린 데뷔 동기 윤영철(KIA)과 비교되는 시즌이었다.

루키 시즌을 통해 '제구보완'이라는 확실한 숙제가 생긴 김서현은 작년 마무리캠프와 올해 스프링캠프를 거치며 투구폼 교정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지난 18일 호주와의 연습경기 1이닝2K 무실점 투구를 통해 성과를 보여줬다. 물론 연습경기 1이닝 투구만으로 김서현이 작년에 드러난 약점을 극복했다고 확신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김서현이 스프링캠프에서 보여주고 있는 성과는 한화팬들을 설레게 하기 충분하다.

한화는 작년까지 팀의 필승조로 활약했던 사이드암 강재민이 지난 2월 현역으로 군에 입대했다. 선발투수와 마무리 박상원을 이어줄 중간계투 및 셋업맨 보직에 강재민의 공백을 메울 새로운 투수가 나타나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역할을 강속구를 던지는 유망주 김서현이 해준다면 한화의 전력에는 엄청난 도움이 될 수 있다. 올 시즌 김서현의 성장과 도약이 한화에게는 '필수'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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