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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하위' 하나원큐, 감격의 창단 첫 '봄 농구'

[여자농구] 22일 BNK 71-67로 꺾고 플레이오프 진출 확정, KB와 PO 격돌

24.02.23 08:47최종업데이트24.02.23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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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원큐가 부산에서 BNK를 꺾고 창단 첫 봄 농구 진출의 감격을 누렸다.

김도완 감독이 이끄는 하나원큐는 22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우리WON 2023-2024 여자프로농구 6라운드 BNK 썸과의 원정경기에서 71-67로 승리했다. 3쿼터까지 60-46으로 앞서다가 4쿼터 초반 안혜지와 진안 콤비를 앞세운 BNK에게 2점 차까지 추격을 허용했던 하나원큐는 경기 막판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2012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다(10승18패).

하나원큐는 에이스 신지현이 3점슛 2방을 포함해 18득점12리바운드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을 이끌었고 양인영이 16득점7리바운드2스틸4블록슛, 김시온이 17득점8어시스트, 김정은이 14득점7리바운드 등 주전 4명이 고르게 활약했다. 정규리그 7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순위가 모두 정해진 이번 시즌 여자프로농구는 1위 KB스타즈와 4위 하나원큐, 2위 우리은행 우리WON과 3위 삼성생명 블루밍스의 맞대결로 플레이오프 대진표가 완성됐다.

'득점왕' 김정은도 하지 못한 신세계의 도약
 

하나원큐는 창단 후 12시즌 만에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무대를 경험할 수 있게 됐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하나원큐 구단의 역사는 짧게는 1997년에 창단해 WKBL 원년부터 참여했던 신세계 쿨캣, 멀리는 1977년에 창단해 여자농구 역대 최고의 스타로 꼽히는 박찬숙을 앞세워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평양화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80년대 초반까지 여자농구 최강으로 군림하던 태평양화학은 1980년대 중반 박찬숙의 은퇴 이후 동방생명(현 삼성생명)과 국민은행(현 KB)이 도약하면서 정상권에서 밀려났다.

그러던 1997년, 모기업인 태평양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여자 농구단이 매물로 나왔고 신세계그룹이 구단을 인수하면서 광주를 연고로 한 신세계 쿨캣이 탄생했다. 신세계는 WKBL 출범 이후 정은순,전주원(우리은행 코치)과 함께 WKBL 초창기 3대스타로 꼽히는 '여제' 정선민과 국가대표 출신 이언주,장선형 등 쟁쟁한 멤버들을 앞세워 WKBL 출범 후 8번의 시즌 동안 4번의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프로 출범 초기 최고의 명문팀으로 기세를 올리던 신세계는 2003년 팀의 에이스 정선민이 WNBA 시애틀 스톰으로 이적하면서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실제로 신세계는 2002년 겨울리그에서 마지막 챔프전 우승을 끝으로 우승은커녕 한 번도 챔프전 무대를 밟지 못했다. 정선민이 팀을 떠난 후 세 시즌 동안 두 번이나 최하위를 기록하며 침체에 빠져 있던 신세계는 2006년 또 한 명의 스타 김정은이 입단했다.

신인 포워드로서는 흔치 않은 파워와 기술을 겸비한 특급 유망주 김정은은 입단과 동시에 신인왕을 수상하며 신세계의 새로운 에이스로 떠올랐다. 하지만 신세계는 두 시즌 연속 득점왕과 국가대표 단골손님으로 활약했던 걸출한 에이스 김정은을 보유하고도 리그에서 뚜렷한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2007년 겨울리그부터 시작된 '레알신한 강점기'도 신세계가 뻗어 나가지 못했던 원인 중 하나였다.

2010-2011 시즌 김정은과 김지윤,김계령으로 이어지는 트로이카를 앞세운 신세계는 5할 승률(18승17패)를 기록하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신한은행에게 3연패를 당하면서 탈락했다. 그리고 신세계는 이듬 해 다시 정규리그 5위로 떨어졌고 신세계 구단은 2012년 해체를 선언했다. 그렇게 WKBL 초기 챔프전 4회 우승에 빛나는 명문구단 신세계는 허무하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여러 어려움 이겨내고 12년 만에 PO 진출
 

신지현,양인영,김정은,김시온(왼쪽부터)은 하나원큐의 봄 농구 진출이 확정된 BNK전에서 팀이 기록한 71점 중 65점을 합작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신세계의 해체로 리그가 파행위기에 놓였던 WKBL은 하나금융그룹의 참가로 부천 하나외환이라는 이름의 팀이 탄생하면서 6개 구단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하지만 신세계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창단한 하나외환은 전력의 한계를 드러내며 세 시즌 연속 하위권을 전전했다. 그렇게 팀 이름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만년 하위팀'의 이미지를 씻지 못하던 하나외환은 팀명을 KEB하나은행으로 바꾼 2015-2016 시즌 단숨에 비약적인 전력상승을 맞았다.

하나은행이 갑작스럽게 도약할 수 있었던 비결은 한국인 할머니를 둔 198cm의 혼혈선수 첼시 리의 합류가 결정적이었다. 첼시 리는 득점과 리바운드 1위를 차지하며 맹활약했고 하나은행은 창단 4번째 시즌 만에 챔프전 준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시즌이 끝난 후 한국과 연관이 없는 첼시 리가 공문서를 위조해 혼혈선수로 활약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하나은행은 2015-2016 시즌 기록이 모두 말소되는 중징계를 받았다.

'첼시 리 사태'의 후유증으로 초대형 유망주 박지수(KB) 드래프트 지명권 추첨도 하지 못한 하나원큐는 다시 세 시즌 연속 3할대 승률을 기록하며 하위권을 맴돌았다. 2019-2020 시즌에는 정규리그 3위를 달리던 중 코로나19로 시즌이 중단되는 불운도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하나원큐는 2021년 팀의 에이스 강이슬(KB)마저 팀을 떠났고 최근 두 시즌 동안 단 11승 밖에 따내지 못하며 두 시즌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철치부심한 하나원큐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신세계 시절부터 팀을 이끌었던 김정은을 재영입했고 트레이드를 통해 똘똘한 듀얼가드 김시온을 데려오면서 전력을 강화했다. 물론 김정은을 제외하면 20대의 젊은 선수들로 구성돼 있는 하나원큐는 시즌을 치르면서 크고 작은 부침을 겪었다. 하지만 앞선 두 시즌보다 한층 성장한 기량으로 28경기 만에 시즌 10승을 따내면서 창단 후 12시즌 만에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을 따냈다.

물론 하나원큐가 플레이오프에서 반란을 일으켜 챔피언 결정전까지 진출할 거라고 예상하는 농구팬은 거의 없다. 하나원큐의 플레이오프 상대는 박지수가 버틴 정규리그 우승팀 KB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년 하위팀으로 10년이 넘는 흑역사를 견딘 하나원큐는 꾸준한 성장과 적절한 투자로 창단 후 처음으로 '봄의 축제'를 즐길 수 있게 됐다. 하나원큐가 잠깐이나마 창단 첫 플레이오프 진출의 기쁨을 누릴 자격이 충분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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