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라피티로 뒤덮인 LA 다운타운의 오션와이드 프라자.
데이비드 권
그렇다면, 그라피티 작가들은 왜 다운타운 초고층 빌딩을 노렸을까요? 사실, 빈 건물에 그라피티를 그리는 것은 그라피티 작가의 존재 증명과 같습니다. 축구선수에게 왜 발로 공을 차냐고 묻는 것과 같죠. 산이 거기 있으니 오른다는 산악인 제프리 노먼의 말과도 같습니다.
이번 작업에 참여한 그라피티 작가
머치(Merch)는 지난 5일 예술 매체인 하이퍼앨러직(HYPERALLEGIC)과 한 인터뷰에서 "플로리다에서 열린 '아트 바젤 마이애미비치 2023'에 참여해 철거 예정인 20층짜리 병원에 태그를 하면서 영감을 얻었어요. 빈 빌딩에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LA 버전을 만들고 싶었죠"라고 말했습니다.
LA 전역에 태그가 있어 LA 주민이라면 무조건 볼 수밖에 없는 태그 'HOPESS' 그리는 작가
호프스도 말을 보탰습니다. 호프스는 "외람되는 말이지만, 이 건물은 도심에 버려진 흉물입니다. 우리는 이것에 색을 입히는 겁니다. 개발업자가 (자기) 일을 끝내지 않았다면,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해야죠"라고 말했습니다.
위법 행위에도 매우 당당하죠? 또 다른 작가
에이커(Aker)는 "이 건물은 수년 동안 사랑이 필요했습니다. 소유주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기꺼이 무언가를 해야죠"라고 응답했습니다.
LA는 벽화와 스티커, 그라피티 등 거리예술에 우호적인 도시입니다. 도심에서 낙서를 해도 경찰이 바로 체포하지 않습니다. 미국 뉴욕 등 동부에서는 바로 검거될 수 있어, 많은 작가들이 LA로 이주해 작품 활동을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작가들이 처음 이 빌딩에 들어가 그라피티를 그렸을 때도 경찰이 굳이 제지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작가들이 발 딛기도 힘든 고층 난간에서 그림을 그리고, 일부는 패러글라이딩으로 묘기를 부리자 경찰이 나선 겁니다. 사건 발생 후, LA경찰은 작가 20명 정도를 기물 파손과 무단 침입, 절도 등의 혐의로 체포했습니다. 대부분 나이가 20~40대였습니다. 미셸 무어 LA경찰청장은 그라피티로 인해 경찰력이 3000시간 정도 투여된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시의회도 질타에 나섰습니다. LA 시의원은 2월 중순 개발업자에게 낙서를 지우고 보안을 강화하도록 하는 발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캐런 배스 LA시장도 "누가 떨어질까 봐 겁난다. 빨리 폐쇄하지 않으면 비극적인 일이 일어날 거라고 장담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개발업자로부터 아무런 응답이 업자 LA시는 380만 달러(50억 원)를 우선 투입해 경비업체를 고용해 보안을 강화하고 3미터 금속 벽을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이어, 시의회는 빌딩을 인수할 투자자를 찾는 걸 돕겠다고 밝혔습니다.

▲ 한 사람이 그라피티로 뒤덮인 오션와이드 프라자를 사진 찍고 있다.
데이비드 권
이러는 와중 '그라피티 타워'는 LA 신흥 관광 명소로 떠올랐습니다. 그라피티 애호가뿐만 아니라 여행객과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몰려오고 있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드론을 띄워 그라피티 촬영을 하려 하자, 이제 경찰이 나서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한 방문객은 지난 14일 NBC 뉴스 인터뷰에서 "뉴스에서 보고 직접 보기 위해 찾아왔어요. 멋지기도 하면서, 나쁜 짓 같아 보이네요"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사람은 "LA다운 모습이에요. 여기가 바로 미국이고, 이것이 바로 미래의 미국입니다. 미국도 언젠가는 저렇게 돈이 떨어지겠죠"라며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LA 출신이자 애리조나 대학교에서 문화, 지리적 관점에서 범죄학을 가르치는 스테파노 블로흐(Stefano Bloch) 교수는 "사람들이 그라피티 작가들이 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 만큼, 그들이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공간을 사용하려는 노력을 존중해 주길 바란다"고 논평했습니다.
LA에서는 버려진 공원이나 터널, 수영장 등 온갖 시설물에 그라피티가 그려져 있습니다. 눈살을 찌푸리는 행위이면서도 하나의 문화 행위로 자리 잡았죠.
한국에도 건설이 중단된 건축물이 꽤 많죠? 만약, 동네 낙서 패들이 몰려다니며 빈 건물에 그림을 그린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평가할까요? 예술과 훼손 사이, 여러분께서는 어느 것을 선택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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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트레블러17 대표
인스타그램 @rreal_la
전 비영리단체 민족학교, 전 미주 중앙일보 기자, 전 CJB청주방송 기자
<오프로드 야생온천>, <삶의 어느 순간, 걷기로 결심했다>, <내뜻대로산다> 저자, 르포 <벼랑에 선 사람들> 공저
uq261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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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층 빌딩은 왜 길거리 낙서 패에 점령당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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