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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표 FA 3인방', 운명의 시즌 맞는다

[KBO리그] 삼성 오재일-키움 최주환-NC 이용찬 FA 계약 마지막 시즌

24.03.04 09:20최종업데이트24.03.0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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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타자들이 10일 오후 경기도 이천베어스파크에서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3번의 우승을 차지한 두산 베어스는 2020 시즌이 끝나고 비상이 걸렸다. 팀의 핵심선수 7명이 한꺼번에 FA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2023 시즌부터 시작되는 KBO리그의 연봉 상한제과 두산그룹의 재정상태를 고려했을 때 FA를 신청한 7명의 선수를 모두 잡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웠다. 결국 두산 입장에서는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었다.

두산은 7명의 FA 중 팀의 왕조시대를 만든 주역인 '90트리오'의 멤버 허경민과 정수빈을 우선적으로 잡았다. 두산은 내야수 허경민과 4+3년 최대 85억 원, 외야수 정수빈과 6년 최대 56억 원의 조건에 FA 계약을 체결했고 주전 유격수 김재호 역시 3년 25억 원의 조건에 팀에 잔류시켰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8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한 유희관(KBS N 스포츠 해설위원)과는 옵션 7억 원이 포함된 1년 10억 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타 팀으로 보내야 했던 선수들도 있었다. 4년 총액 42억 원에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로 이적한 최주환과 4년 총액 50억 원에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은 오재일, 3+1년 총액 27억 원에 NC 다이노스와 계약한 이용찬이었다. 이 선수들이 두산을 떠난 지 어느덧 3년의 세월이 흘렀고 이들은 올 시즌이 끝나면 두 번째 FA 자격을 얻는다. 과연 두산 출신 'FA 3인방'은 올 시즌이 끝난 후 또 한 번 높은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을까.

[오재일] 작년 수모 씻어야 하는 거포 1루수

두산을 떠나기 전까지 오재일은 리그에서 가장 저평가된 거포 1루수 자원이었다. 오재일은 두산이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기간 동안 3번의 3할 타율과 4번의 20홈런 시즌, 5번의 80타점 시즌을 만들며 두산의 붙박이 주전 1루수로 맹활약했다. 특히 오재일이 KBO리그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잠실야구장을 홈으로 사용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규모가 작은 구장으로 이적하면 시즌 30홈런도 충분히 가능할 거라는 평가를 받았다.

오재일은 삼성 이적 첫 해 120경기에 출전해 타율 .285 25홈런 97타점의 성적으로 2021년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한 삼성에서 팀 내 홈런 2위, 타점 공동 1위를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오재일은 2022년 타율이 .268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21홈런 94타점으로 삼성의 중심타자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무엇보다 이적 후 2년 동안 255경기에 출전했을 정도로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변함없는 강철체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1루수였던 오재일의 명성은 작년 시즌을 통해 산산이 무너지고 말았다. 작년 시즌 106경기에 출전한 오재일은 타율 .203 11홈런 54타점으로 주전으로 도약한 2015년 이후 가장 부진한 시즌을 보내고 말았다. 그나마 2015년엔 '나이 많은 유망주'로 불리던 시절었지만 고액 연봉을 받는 베테랑 선수가 된 작년 시즌엔 변명의 여지가 없는 최악의 부진으로 팬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삼성은 올 시즌을 앞두고 작년 세이부 라이온즈에서 활약했던 내야수 데이비드 맥키넌을 영입했다. 맥키넌은 1루와 3루를 오갈 수 있는 선수로 오재일이 작년처럼 부진할 경우 1루수 자리를 가져갈 수도 있다. 그렇게 주전 자리를 빼앗긴 채 어영부영 한 시즌을 보내면 30대 후반의 오재일이 2025 시즌에도 기회를 잡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오재일이 올 시즌 부활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이유다.

[최주환] 공격형 2루수는 고척돔서 살아날까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동안 3번이나 3할 타율을 기록한 최주환이 2021 시즌을 앞두고 두산을 떠나야 겠다고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는 SK에서 제안한 주전 2루수 보장 때문이었다. 두산 시절까지만 해도 오재원이라는 경쟁자가 있어 풀타임 2루수로 활약하지 못했던 최주환은 2019년부터 호세 페르난데스가 지명타자 자리를 차지하면서 더욱 입지가 좁아졌다. 따라서 안정적으로 2루수로 출전할 수 있는 SK 이적을 선택했다.

최주환은 이적하자마자 팀 명이 바뀐 SSG에서 2021년 타율 .256 18홈런 67타점을 기록했다. 2018년(26개) 이후 두 번째로 많았던 홈런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두산 시절보다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이었다. 하지만 최주환은 2022년 주전 2루수 자리를 김성현에게 내준 채 97경기에서 타율 .211 9홈런 41타점으로 크게 부진했다. 리그를 대표하는 '공격형 2루수'였던 최주환의 위상이 단숨에 추락한 시즌이었다.

최주환은 작년 시즌 134경기에 출전해 커리어 두 번째 20홈런 시즌을 만들었다. 하지만 최주환의 작년 시즌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는 야구팬은 많지 않았다. 최주환의 타율은 여전히 .235로 최주환의 통산타율(.279)에 크게 미치지 못했고 급기야 포스트시즌에서는 대타요원으로 전락했다. 결국 최주환은 작년 11월 22일에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키움 히어로즈의 지명을 받으면서 FA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서울팀으로 복귀했다.

현실적으로 최주환이 올 시즌 키움에서 주전 2루수로 활약하기는 매우 힘들다. 키움의 주전 2루수는 최근 2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국가대표 2루수 김혜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적으로 공격력이 약해진 키움 입장에서 장타력을 갖춘 베테랑 내야수 최주환의 합류는 대단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최주환 역시 경쟁자가 많은 SSG보다는 키움에서 더욱 편안하게 야구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용찬] 건재 보여줘야 하는 공룡 뒷문지기

2018년 선발투수로 15승을 거둔 후 2019년 4.07의 준수한 평균자책점에도 7승10패에 머물렀던 이용찬은 2020년 단 5경기에 등판한 후 팔꿈치 인대 재건수술을 받으며 시즌 아웃됐다. 이용찬은 재활 중임에도 과감하게 FA를 신청했지만 2021 시즌이 개막할 때까지 이용찬을 찾는 구단은 나오지 않았다. 모교인 장충고와 독립구단 연천 미라클에서 훈련을 이어가던 이용찬은 2021년5월 20일 NC와 3+1년 최대 27억 원에 FA계약을 체결했다.

셋업맨으로 시즌을 시작한 이용찬은 8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NC의 마무리 투수로 나서기 시작했고 39경기에 등판해 1승 3패 16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2.19의 뛰어난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이용찬은 풀타임 마무리로 나선 2022 시즌에도 59경기에 등판해 3승 3패 22세이브 ERA 2.08의 성적을 기록하며 NC의 뒷문을 든든히 지켰다. 2009년 세이브왕을 차지했던 정상급 마무리 투수의 위용이 창원에서 살아난 것이다.

이용찬은 작년 시즌 데뷔 후 가장 많은 29개의 세이브를 기록하며 NC의 정규리그 3위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평균자책점은 2022년 2.08에서 작년 4.13으로 무려 두 배 가까이 높아졌고 가을야구에서도 7경기에 등판해 4세이브를 따내는 동안 7이닝 6실점(평균자책점 6.00)을 기록하며 마무리 투수로서 불안한 투구를 선보였다. 포스트시즌에서의 투구내용만 보면 과연 올해도 마무리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좋지 못했다.

하지만 작년 세이브 부문 5위에 오른 이용찬은 NC 이적 후 3년 동안 정규리그에서만 67개의 세이브를 기록한 공룡군단의 붙박이 마무리다. 게다가 현재 NC의 마운드에는 2019년의 하재훈(SSG) 같은 '깜짝 스타'가 등장하지 않는 한 현재 이용찬을 대신할 마무리 자원이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 NC로서는 이용찬이 2022년의 구위와 투구내용으로 2023년 이상의 세이브 숫자를 기록해 주는 게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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