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3.12 14:10최종 업데이트 24.03.12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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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을 아시나요? 다이렉트 메시지(Direct Message)의 약자인 디엠은 인스타그램 등에서 유저들이 1대 1로 보내는 메시지를 의미합니다. 4월 10일 22대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대변하기 위해 국회로 가겠다는 후보들에게, 유권자들이 DM 보내듯 원하는 바를 '다이렉트로' 전달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오마이뉴스>는 시민들이 22대 국회에 바라는 점을 진솔하게 담은 DM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편집자말]

자영업자들을 위한 진정성 있는 정책을 원하는 유권자의 DM ⓒ 오마이뉴스

 
"나는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을 뿐이며, 나는 정의를 믿지 않는다."

조금 도발적으로 보이는 이 담론은 우루과이의 경제·정치·노동 환경을 남미 최고 수준으로 변모시키며 세계적인 존경을 받고 있는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전 대통령의 발언이다. 이는 진실을 추구하고 갈망하면서도 사회적·법적 정의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말로 특정 국가의 상황을 넘어 우리 인간 세상을 표현한 것으로 느껴졌다.

반복되는 좌절
 

지난 2023년 8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70회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 2023'에서 예비 창업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의 업체는 기사의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연합뉴스


이번에도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기대는 무너졌다. 지난 2월 29일,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는 소식이 기사로 전해졌다. 가맹점주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단체 협상권과 등록제'를 구체화한 가맹사업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호소한 세월이 어느덧 10여 년이다. 가맹점주들은 자신들의 호소가 여전히 현실화되지 못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 한다.

2016년, 연이어 터져 나온 프랜차이즈 '갑질' 분쟁으로 마련된 당시 공정거래위원장 (정재찬)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가맹점주들은 자신들의 척박한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며 호소했다. 그러나 공정위 위원장은 "현재 공정위에 가맹사업 담당자는 8명인데 브랜드는 3000개에 달해 일손이 너무 부족하다", "근로자가 아닌 가맹사업자들의 단체 구성은 합리적이지 않다" 등의 발언으로 당시 현장에 있었던 가맹점주들을 좌절시켰다. 


이처럼 '간담회, 아우성 대회, 피해사례 발표회' 등으로 명칭을 바꾸어 가며 수많은 자리가 매년 마련됐지만, 사실 나아지는 건 없었다. 보수 정부 시절에는 '친기업' 기조 때문이라고 해도 '상대적 약자 보호, 민생'을 앞세우는 진보 정부 시절에도 이들의 숙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2024년 2월 27일, 이제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민생 청취를 위해 주최한 종속적 자영업자 현안 간담회에서 점주들의 간절한 호소가 어김없이 터져 나왔다.

"자동차 기업과 보증수리 계약을 맺은 카센터의 보증수리 시간당 공임이 시중의 평균 공임의 절반도 안 된다. 심지어는 '보증공임'이 20년 전 설정된 공임에 머물러 있는 업체들도 있다." - OO코리아, 한국OO 보증수리 카센터

"이번에 재계약을 해야 하는데 본사가 '연중무휴 영업'을 강요했다. 주말에 쉬고 싶거든 직원을 쓰란다. 수익이 박해 사장 혼자 또는 부부가 운영하는데 본사가 이걸 알면서도 강요한다. " - OO닭 가맹점주

"코로나19로 재난에 피해를 본 우리에게 대규모 재투자를 지시하고 반발하자 점주 80%를 계약갱신 거절했다. 공정위에 신고했더니 우리는 가맹점이 아닌 대리점이라서 '가맹사업법'상의 점주의 권리인 계약 갱신요구권이 없다고 한다." - OOOO코리아 가맹점주

"배달앱의 각종 수수료를 떼면 점주 손에 쥐어지는 건 거의 없다." - OOOO 가맹점주

"배달 전문이라 코로나19 때 오히려 매출이 올랐다. 그런데 남 좋은 일만 했다. 높은 본사 물류비와 인건비, 거기에 배달 앱들 수수료까지, 수익을 개선을 위한 상생안을 달라 했지만, 본사는 묵묵부답이다." - OO치킨 가맹점주


'배달앱'이란 새로운 변수와 참석 점주들만 바뀌었을 뿐, 호소의 내용은 과거와 비교하여 '동어 반복'이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점주들은 '우리 사회에 정의의 여신이 있는가?'라고 반문한다.

미운 오리 새끼와 황금알을 낳는 거위

통상 '점주'로 불리는 자영업자들은 특정 회사와 계약으로 종속된 사업자들이다. 치킨, 편의점, 커피숍부터 우유 대리점, 학원, 카센터까지 거의 모든 업종에 포진되어 있다 보니 대다수 사람들은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이들과 마주치게 된다.

이러함에도 우리 사회가 근로자들 대비 점주에 대한 권익 보호에 무감각했던 게 사실이다. 여기에는 '점주' 대부분이 '소자본가'일 거라는 언론과 대중의 인식이 한몫했다고 본다.

사실 점주는 어부가 통제하는 '가마우지'와 비슷한 신세다. 가마우지는 물고기를 잡더라도 삼킬 수 없다. 목줄을 메어 놨기 때문이다. 삼키지 못한 물고기를 바구니에 뱉어내기를 수없이 반복해야 저녁 무렵 주어진 작은 물고기 몇 마리로 겨우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

가마우지 신세인 점주들은 호칭만 '사장'일 뿐, 본사의 엄격한 통제하에 의무는 근로자 수준이지만 권리는 오히려 근로자보다 못한 존재로 취급되는 게 현실이다.
 

공정위에 '연중무휴' 약관을 시정해달라하자 , 사전 승인 조건으로 "365일 연중무휴"는 여전히 존속시켰고 오히려 영업시간을 한시간 더 늘렸다. ⓒ 권성훈

   
대표적으로 인간의 기본 권리라는 '휴무의 권리'만 봐도 점주는 인권 사각지대에 방치된 느낌이다. 2016년 당시 필자는 본사의 비인간적인 '하루 12시간 이상, 연중무휴' 정책을 공정위에 신고하며 점주들에 대한 휴무의 권리 제한은 세계인권선언에도 배치된다고 호소했지만 당시 공정위의 조치는 거의 '양두구육' 수준이었다.

그리고 8년이 흐른 현재, 모 치킨 브랜드들의 과도한 영업시간이나 연중무휴 정책이 최근 언론에 보도되며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러니까 이 '휴무 권리'조차 가시적인 진전이 없었던 것이다.

더욱이 우리 사회에서 자영업은 '미운 오리새끼'로 취급된다. 전문가들이 툭하면 거론하는 'OECD 국가 중 상위권에 속하는 한국의 자영업 비율'이 대표적이다. 더욱이 과열된 자영업 시장에 대해 대중은 자영업자들을 '불나방'으로 표현하며 그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분위기다.

이러니 자영업자의 한 부분인 '점주'들은 가마우지 신세에 미운 오리 새끼 이미지까지 더해져 좌절감에 시달린다. 그렇다면 이 부조리한 상황에 국가는 전혀 책임이 없는 걸까? 국가 정책을 이끄는 정치권과 관료들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까?

지금 자영업, 그중 특히 과열된 외식업은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난립이 분명 한몫했다. 우리나라에서 프랜차이즈 기업 창업은 자영업 창업만큼이나 진입 문턱이 낮다. 심지어 한 치킨 브랜드와 커피 브랜드 본사의 영업 이익은 첨단 산업의 영업 이익을 넘어섰다며 한동안 언론을 도배했다.

이런 소식은 프랜차이즈 본사 창업을 꿈꾸는 이들은 물론 기업 전문 사냥꾼인 사모펀드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들에게 프랜차이즈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느껴졌을 것이 분명하다. 이는 통계 자료로 확인할 수 있다.
  

자영업자 종사자와 가맹점주 성장 비교 ⓒ 통계청

 
해당 자료는 자영업자 수는 추세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프랜차이즈 산업은 매출이 100조 원을 넘어서고 종사자 수가 거의 100만 명에 육박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자영업자들의 종속화가 가속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대기표 받고 기다리는 미래의 점주들 덕분에 본사가 점주를 일회용품 취급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는 정부와 정치권의 방관이 한몫한 것으로 보여진다.

매번 실망하지만 다시 부탁한다

총선이 코앞인 최근, 여야 모두 '민생'을 앞세우고 있다. 이전에도 그러했듯 '민생'의 한 축인 점주들에게 차기 국회의원을 꿈꾸는 이들은 '이번에는 반드시'라며 고단함에 지친 그들의 손을 잡고 사탕발림이 아님을 강조한다.

이런 상황에서 점주들 사이에는 총선이 매년 있었으면 좋겠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곤 한다. 반복되는 기대와 실망이지만 월드컵처럼 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정치인들의 관심이 이들에게는 여전히 소중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모든 국회의원 지망생들에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대한민국의 모든 점주를 대신하여, 영국의 정치인 '토니 벤' 말씀을 빌려 부탁하고자 한다.

"신념(faith)이란 당신이 그것을 위해 죽을 수 있는 것이고, 정책(doctrine)이란 그것 때문에 당신이 사람을 죽이게 되는 것이다. 둘은 큰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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