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3월 새학기가 시작된 가운데 14일 오후 1시 30분께 하교시간에 김포 신풍초등학교 앞에서 자녀를 기다리는 학부모들 모습.
김화빈
<오마이뉴스>는 지난 14일 경기도 소재 초등학교 2곳(도당초·김포 신풍초) 등·하굣길에서 학부모 10여 명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대다수 학부모들은 올해 늘봄학교 1학기 운영실태와 프로그램의 전문성을 꼼꼼히 따져 신청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오전 8시 20분께 찾은 도당초등학교 운동장과 정문은 자녀의 손을 잡고 온 학부모들로 붐볐다. 인근에서 만난 30대 여성 학부모 김아무개씨는 늘봄학교에 대한 질문에 "맞벌이 부부는 도움을 받겠지만, (운영)시간뿐 아니라 누가 어떤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을 돌봐주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운을 뗐다.
현재 자녀를 늘봄학교에 보내고 있다는 김씨는 "아이의 발달이 늦는 것 같아 (보충학습 목적으로) 신청했고, 아이가 (현재까지는) 만족하고 있어 추가로 연장했다"면서도 "지금은 과도기다. 엄마들 입장에선, (기존) 선생님(교사)들은 수업에 집중하고 방과후 프로그램은 전문 강사들이 맡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의 (특성을) 잘 아는 전문가라면 (정부의 발표대로) 긴 시간이라도 믿고 맡길 수 있다"며 "(다만) 충분한 준비 없이 전면 확대된다면 아이를 보내놓고도 걱정할 것 같고, 아이가 적응마저 못한다면 후회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도당초 정문 앞에서 만난 30대 학부모 정아무개씨는 "담임 선생님 등 (일선) 교사들이 늘봄학교에 투입되는 건 반대"라며 "선생님들은 아이들 교육에 집중하고, 학교가 외부 강사를 섭외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늘봄학교를 신청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 인근 문구점 앞에서 만난 서아무개씨도 "선생님들이 투입되는 건 반대"라며 "주변 학부모들의 평가가 좋다면 신청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근로시간 단축 등 '저녁이 있는 삶'의 여건 조성이 저출생 대책의 본질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오후 1시 30분께 신풍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40대 남성 학부모 박아무개씨는 "육아휴직 중이라서 아이 마중을 나올 수 있었다"며 "곧 휴직이 끝나는데 평소 출퇴근 시간을 고려하면 학교 앞에 와 볼 시간도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늘봄학교에 신청할 의향은 있지만, (늘봄학교가) 저출생 대책의 본질인지는 의문"이라며 "부모는 (밤) 늦게까지 밖에서 일하고 어린아이는 저녁까지 학교서 돌보는 게 맞는 건가. 진짜 문제는 장시간 노동"이라고 꼬집었다.
교육부 해명에도 잦아들지 않는 교사들 비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전남 무안군 오룡초등학교를 방문해 늘봄 창의미술 프로그램을 참관하던 중 학생들과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사들은 삼중고(예산·인력·공간 부족)를 호소했다. 경기도 소재 초등학교에서 23년째 근무 중인 교사 박아무개씨는 14일 <오마이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정부는) 3월 셋째 주까지 의무적으로 늘봄학교를 운영하라는 지침을 내려놓고 정작 프로그램 강사채용은 학교에 떠넘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루에 1~2시간짜리 프로그램은 (일선) 강사분들께 인기 있는 자리가 아니다보니 인력채용이 너무나 어려웠고, 그래서 기존에 출강 중인 강사 또는 방과후 선생님들께 양해를 구해야 했다"며 "그마저도 안 될 때는 1학년 담임선생님이나 체육·음악 등 다른 교과 선생님들이 늘봄학교에 투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늘봄 프로그램을 메우면 다음 날 수업 준비에 지장이 있다. 이 와중에 방과후 수업은 별도의 일"이라며 "새학기엔 학부모 상담도 많고 아이들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에 신경 쓸게 많다"고 강조했다.
"학급당 보통 22명인데 한 달에 10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다 보니 색종이·보드게임·블럭놀이를 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교육부에서 홍보했던 쿠킹클래스나 로봇·코딩 같은 프로그램과 차이가 크다. 막상 늘봄학교를 보내려던 학부모님들도 실망해 '성급히 할 거면 신청을 받지 말라'는 민원을 주신다. 졸속으로 추진한 정책 때문에 교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 23년 차 초등학교 교사 박아무개
실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늘봄학교 실태조사 결과, 기존 교원이 늘봄 프로그램에 투입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전교조가 조사한 초등학교 661개교(전체 늘봄학교 중 22%) 중 53.7%에서 교사(정교사·기간제)를 투입하고 있었다. 특히 늘봄학교 행정업무를 교원(교감·정교사·기간제)이 떠맡는 경우는 89.2%에 달했다.
이에 교육부는 반박 설명자료를 내고 "늘봄학교 강사 중 교원의 비율은 약 16.8%이고 외부강사의 비율이 83.2%"라며 "교원이 강사를 맡는 경우에는 시간당 약 4만 원의 강사료를 지급한다"고 반박했다.

▲ 전교조는 지난 12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학기 늘봄학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전교조 제공)
충북인뉴스
하지만 교육부 해명에도 현장 교사들의 반발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교권운동을 촉발시켰던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 후 결성된 교사들 모임인 'pray_4_teacher'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당장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고 주먹구구로 밀어넣는 무대포식 정책"이라고 늘봄학교를 혹평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의 말대로 늘봄학교가) 국가적 과제라면 최소한 학교 현장의 실태조사를 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진행했어야 했다"며 "늘봄학교가 공교육을 망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출생 문제는 긴 근로시간,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 극심한 경쟁, 그리고 양육하기 어려운 환경 등 복합적인 요인에서 야기된다. 늘봄학교로 저출생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아이들은 늘봄으로 아침 7시부터 밤 8시까지 학교에 있어야 하는데 어른들도 하기 힘든 일이다. 아이들은 가정에서 양육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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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앞에 겸손하겠습니다. 사회부 법조팀 김화빈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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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르포] 대통령이 밀어붙인 늘봄학교..."부모 아이 모두 밤까지, 이게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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