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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희-류준열 열애에 훈수 둔 '황색 언론'의 혐오스러움

[주장] '알 권리'에 가려진 저널리즘의 윤리 망각, '황색언론'이 씁쓸한 이유

24.03.19 17:36최종업데이트24.03.19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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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의 '열애설'만큼 세간의 관심을 끄는 이슈도 드물다. '배우 누구누구가 연애를 한다더라', '아이돌 누구와 누가 만난다더라'는 뉴스가 속보 또는 단독이라는 타이틀로 포털 사이트에 등장하면 마치 블랙홀처럼 모든 시선을 집중시킨다. 기사가 기사를 낳고, 클릭이 클릭을 부르고, 관심이 관심을 배양한다. 허나 그들의 사생활이 아무런 필터 없이 실시간으로 전해질 때마다 서늘하다. 

비연예인 입장에서 스타의 열애설은 흥미로운 가십이다. 직장에서, 지하철에서, 침대 위에서 쉴새 없이 소비된다. 반면, 팬들 입장에서는 청천벽력 같은 충격이다. 스타와 팬의 관계는 일종의 '유사 연애'이기 때문이다. 바람을 피우는 연인 혹은 배우자의 소식을 마주한 기분이랄까. 실제로 이재욱과 연애를 공개한 에스파의 카리나는 팬들의 성화에 못이겨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다.

사랑은 죄가 아니지만, 이처럼 사랑을 '고백당한' 스타는 죄인이 되곤 한다. 이번에는 한소희와 류준열이 그 대상이 됐다. 며칠동안 두 배우의 열애설로 세상이 시끌벅적했다. 안타깝게도 이번 소란은 그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열애설이 불거지게 된 발단부터 환승연애 논란 그리고 해명까지의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 열애 인정에도 축복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열애설 발단
 

배우 류준열(자료사진). ⓒ 이정민

 
발단은 일본의 한 인플루언서의 목격담이었다. 3월 14일, 하와이 여행 중 호텔 수영장에서 한소희와 류준열을 목격했다고 주장한 그는 '한국 최고의 여배우와 최고의 배우가 호텔 수영장에서 '꽁냥꽁냥'하고 있다는 목격담을 전했다. 팔로워 수가 4만 명에 달하는 인플루언서였던 만큼 목격담은 일파만파 전해졌다. 이쯤되니 소속사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으리라.

류준열의 소속사 씨제스 스튜디오는  "류준열이 사진 작업을 위해 하와이에 머물고 있는 것은 맞다. 배우의 개인 여행이라는 점 존중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는 애매모호하게 대응했고, 한소희의 소속사 9아토엔터테인먼트도 "데뷔 후 처음우로 받은 휴가에 친한 동성 친구들과 하와이 여행을 간 것이 맞"지만 "이번 열애설에 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며 미적지근하게 반응했다.

환승 연애 논란

소속사의 바람과 달리 이 상황은 통제되지 않았다. 결국 네티즌 수사대가 나섰고, 한소희와 류준열의 연애는 사실상 공식화됐다. 여기까지였다면 기존의 수많은 열애설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15일, 류준열의 전 여자친구인 혜리가 소셜미디어에 해외 휴양지에서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과 함께 "재밌네"라는 글을 남기면서 흐름이 완전히 바뀌기 시작했다. 

기막힌 타이밍이었을까. 혜리가 류준열의 SNS 계정을 언팔했다는 사실까지 확인되며 온갖 추측이 시작됐다. 이때부터 '환승 연애' 의혹도 제기됐다. 류준열과 혜리는 2017년부터 공개 연애를 시작했고, 지난해 11월 결별 사실을 밝혔다. 네티즌들은 한소희가 지난해 11월 류준열의 사진전을 찾으며 친분을 공개했던 관련지어 두 사람의 '환승 연애'를 의심한 것이다. 

해명 
 

배우 한소희(자료사진). ⓒ 연합뉴스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음을 인지한 한소희는 즉각 해명에 나섰다. 14일, 한소희는 자신의 SNS에 칼을 든 강아지 사진과 함께 "저는 애인이 있는 사람을 좋아하지도 친구라는 이름하에 여지를 주지도 관심을 가지지도 타인의 연애를 훼방하지도 않습니다. 환승연애 프로그램은 좋아하지만 제 인생에는 없습니다"라며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또, 글의 말미에 "저도 재미있네요"라는 저격성 글을 남겼다. 혜리의 SNS 글을 의식한 반응이었다.

양측 팬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졌고, 언론은 이 싸움의 양상을 실시간을 보도했다. 볼썽사나운 꼴이 연출된 것이다. 한소희로서는 입장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16일,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장문의 글을 게시했다.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면 ①열애 인정 ②환승 연애 불인정 ③혜리에 대한 사과였다. 물론 놀랐을 팬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한소희의 주장이 맞다면, 결별 기사가 11월에 보도됐을 뿐 류준열과 혜리의 이별은 2023년 초에 마무리가 되었다. 따라서 환승 연애가 아니냐는 의심은 접어두는 게 좋겠다. 또, 한소희는 자신의 인스타 스토리가 "찌질하고 구차했"다고 인정했다. 환승에 대한 루머에 "잠시 이성을 잃고 결례를 범한 것"이라며 사과의 뜻도 전했다. 이후 류준열 측도 "좋은 마음을 확인하고 만남을 가지고 있다"며 열애를 인정했다.

열애설 그 후 

18일, 드디어 혜리도 자신의 SNS에 입장을 표명했다. 내용은 '사과'였다. 혜리는 "저의 개인적인 감정으로 인해 생긴 억측과 논란"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순간의 감정으로 피해를 끼치게 되어서 다시 한번 죄송"하다며 상황을 정리했다. 가장 뜨거운 논란거리였던 '환승연애'에 대해서는 지난 11월 결별기사가 난 후 이야기를 해보자고 했으나, 그 이후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못한 상태였다며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이쯤에서 한소희와 류준열의 열애설 논란은 마무리됐다. 발단부터 루머와 해명 및 사과까지 약 3일에 걸쳐 숨가쁘게 흘러갔다. 언론은 한소희와 류준열이 따로 입국하는 장면들을 카메라에 담아 보도하기에 바빴다. 그 사진 기사들은 역시 놀라운 조회수를 기록하며 하루종일 이슈가 됐다. 또, 이번 열애설의 '승자'가 누구인지 따지기도 했고, 그들의 연애에 훈수를 두기도 했다. 

'한소희와 류준열의 열애설' 이슈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디스패치'가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열애설 직후 하와이로 날아간 것 아닐까. '디스패치'는 '파파라치 언론'이라는 별칭답게 하와이에서 함께 있는 한소희와 류준열을 몰래 촬영했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면, 그리 재밌어 보이진 않았"다며 10장이 넘는 사진을 공개했다. 한소희는 "밥보다 폰이었"다는 문구도 담았다.

이 기사의 압권은 가장 끝부분이었다. '디스패치'는 두 사람을 걱정하는 듯한 뉘앙스를 짐짓 풍기더니 "서울에서는 폰이 아닌 둘만 보길 바랍니다. 서울에서는 따로가 아닌 같이 걷길 바랍니다"라는 어쭙잖은 훈수를 두기에 이른다. 전형적인 황색언론(Yellow Paper)인 '디스패치'가 파파라치 취재의 대상에게 이와 같은 조언을 건넸다는 데 혐오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황색언론'은 그런 식으로 대중의 시선을 공적 관심사로부터 강탈해 왔다. '디스패치'의 기획력과 취재 전략은 하나의 성공 신화로 자리잡았지만, '알 권리'라는 미명하에 저널리즘이 고민해야 할 최소한의 윤리와 양심을 망각했다는 점은 씁쓸할 따름이다.

물론 그것이 비단 '디스패치'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많은 언론들이 '디스패치'의 뒤를 쫓고 잔상을 추적한다. 심지어 일부 대중들은 이번 열애설이 터진 후 '디스패치'의 파파차리식 기사를 기다렸다가 잽싸게 클릭하고 지인들에게 공유했다. 이 마라맛 클릭의 덫은 점점 더 강렬해지는 중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한소희 류준열 디스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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