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잠실 일대 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인식과는 달리 공시가격 현실화는 조세정의의 출발이자 한국 사회의 오래된 합의다.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는 부동산 유형별·지역별 세 부담의 공평성·형평성을 제고하고, 과표와 시세간의 간극을 좁혀 공정 과세를 구현함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국리민복을 추구하는 정부라면 반드시 달성해야 할 정책과제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공시가격 현실화의 속도에 대해 이견이 있었을 뿐, 공시가격 현실화를 반대하는 정부는 없었다. 그런데 이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를 사실상 사회악으로 규정하며 없애겠다고 나선 것이다.
윤 정부가 입만 열면 소환하는 문재인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간략히 살펴보자.
2020년 도입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은 현실화율을 매년 단계적으로 높여 2035년(공동주택 10년, 단독주택 15년, 토지 8년으로 달성연도가 상이함)까지 90%로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문 정부가 이 로드맵을 임기 중에 수립한 것은 기존의 부동산공시가격 제도가 시세와의 간격이 너무 커 사실상 감세를 위한 장치로 기능하는 데다 부동산 유형별·지역별 형평성에 심각한 문제가 내장돼 있었기에 이를 개혁하기 위함이었다.
가령 부촌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단독주택의 시세 반영률은 40∼50% 선에 그치고, 지방 저가 주택은 70∼80%라 형평성에 어긋나는 등 서울과 지방, 아파트와 단독주택, 고가와 저가주택 등 지역별·유형별·가격대별로 벌어진 시세 반영률을 공평하게 보정해야 한다.
한편, 윤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를 폐지하겠다고 천명함에 따라 당장 기존 공시가격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이던 형평성 제고는 물건너갔다. 일례로 주택 유형 등에 따라 시세 반영률을 동일하게 맞추려던 형평성 작업은 어렵게 됐다. 올해 공동주택 평균 현실화율은 69%, 표준(단독)주택은 53.6%가 적용됐다. 9억 원 미만 아파트 현실화율은 68.1%, 9억~15억 원 미만은 69.2%, 15억 원 이상은 75.3%다.
19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국토부 관계자는 "유형·지역 간 시세 반영률의 '키 맞추기 작업'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지만, 대통령의 앞선 발언으로 신뢰도를 보장할 순 없을 것 같다.
부자감세-공동체 파괴 매표행위

▲ 총선주거권연대, 주거권네트워크 회원들이 20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앞에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지 즉각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석자들은 ‘총선을 20여일 앞두고,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산정의 기반이 되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지를 발표한 것은 도를 넘은 매표행위가 아닐 수 없다’며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권우성
윤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때문에 부동산 관련 세금이 폭증했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폐지하겠다는 거다. 물론 공시가격이 현실화되면 과표가 오르기 때문에 세부담이 늘어난다. 하지만 근래 부동산 관련 세금이 폭증한 주된 이유는 부동산 가격의 폭등 때문이었다. 윤 정부는 현재 원인과 결과를 의도적으로 전도시키고 있다.
간과해선 안 되는 것이 또 있다. 공시가격 현실화 폐지는 고사하고 공시가격 현실화를 동결시켰을 때조차 수혜는 '부동산 부자'에게만 돌아간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공시가격 시세 반영률을 2020년 수준(69%)으로 되돌리면서 한국도시연구소가 진행한 분석에 따르면, 2020~2023년 공시가격 3억 원 미만 아파트 보유세는 거의 변화가 없는 반면 15억 원 이상 아파트 보유세는 1270만 원에서 536만 원으로 감소했다.
변동하는 시장가격과 과표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것, 지역별·유형별 부동산 간의 현실화율에 형평을 도모하는 것은 조세정의와 공정과세의 기초다. 하지만 윤 정부는 기초를 허물려 하고 있다. 공동체의 현재와 미래에 위해를 가하는 행위이자, '부동산 부자들'의 세금 감면을 통한 매표행위란 비판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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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또 대형사고...이건 조세정의 흔드는 폭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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