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의 기원> 표지.
인플루엔셜
언뜻 보기에 인간은 자유의지에 의해 발전한 것 같지만 긴 역사의 흐름 속에서 보면 대부분의 큰 변혁은 인류가 환경변화라는 외부 자극에 살아남기 위해 반응한 결과다. 현대사회는 컴퓨터, 인터넷, 휴대전화, 자율주행차 같은 신기술이 인간의 일상과 생활 규범, 나아가 사상까지 바꾸고 있다.
인류는 질병 치료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근본적인 접근이 가능해진다. 줄기세포로 인공장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에게는 DNA에 30억 쌍의 염기가 존재한다. 인간게놈프로젝트는 이 중 99% 이상의 염기서열을 밝혀냈다. 이제 유전병을 일으키는 염기서열을 알아내 해당 유전자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유전자 편집이 가능해진다.
이 책 출간 후의 최신 사례로 미국 생명공학 기업 이제네시스는 말기 신장질환을 앓고 있는 남성에게 유전자변형 돼지의 신장을 이식했다. 이제네시스는 먼저 사람과 비슷한 크기의 장기를 가진 유카탄 미니돼지(40~80kg)를 길렀다. 사람에게 과도한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3개의 유전자를 미니돼지 신장에서 제거하고, 인간 적합성을 높이기 위한 유전자 7개를 삽입하는 등 모두 69개의 유전자를 편집했다. 이번 수술은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진행됐고, 환자는 정상적으로 소변을 배출하며 걸어다니고 있단다.
유전자 편집기술로 자연인의 한계를 뛰어넘는 강화된 신체를 가지고 태어난 생체증강인, 뇌에 컴퓨터나 로봇에 연결된 AI 증강인, 자아의식이 생긴 AI 기계인이 등장하는 세상은 어떻게 될까?
저자는 인류의 변화를 견인하는 두 축은 도구(기술)과 사상이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하기 때문에 현재의 사상을 절대적으로 여기며 이미 도래한 기술을 단죄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말한다. 유전질환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로 떠오른 유전자 기술도 외면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역사에서 본 미래, 우주 어딘가엔 생명체가 있다
저자는 책 첫 장에서 '역사를 보면 미래를 알 수 있다'며 우주의 가장 오래된 과거인 빅뱅(Big Bang)으로 뛰어든다. 비전공자는 난해한 우주론에 지레 겁을 먹고 책을 덮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1장(우주의 탄생), 2장(태양계와 지구의 탄생)을 건너뛰었다가 3장(생명의 출현)부터 시작해 마지막 장까지 다 읽고 나서 1장으로 돌아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박물관마다 구석기 시대를 대표하는 도구로 주먹도끼가 전시돼 있다. 구석기인들은 껍질을 벗기듯이 돌을 가공하는 박리(剝離) 공정을 통해 석기를 만들었다. 주먹도끼는 사고능력이 발달한 구석기인들을 통해 후대로 기술이 전승된 히트 상품이었다.

▲ 소행성 궤도 변경을 위해 발사된 충돌위성이 소행성 디모르포스에 충돌하는 상상도.
Wikipedia
청동기 시대에는 논에 물을 끌어다 벼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농기구도 발달했다. 자연스럽게 빈부 격차가 생기고 재산이 많고 힘이 센 사람들이 부족의 우두머리가 되었다. 고인돌은 청동기 시대의 장묘문화다. 큰 덮개돌을 옮기는 데는 수백 명의 인력이 필요해 족장의 권위와 권력이 아니면 이런 무덤을 만들기 어려웠다.
실물생산을 하지 않는 금융권력이 경제의 최고 권력이 되면서 전반적으로 근로의욕을 잃고 사회가 퇴보할 것이라는 예측은 과학기술과 미래학의 영역을 넘나드는 분석이다. AI는 인간을 힘들고 복잡한 일에서 해방시키지만, 인간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실업률은 높아질 것이다. 미래를 향해 길게 보면 잡 셰어링(Job Sharing) 같은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예측이다.
저자는 우주 어딘가에 생명체가 있다고 믿는다. 우주의 방대함에 비추어 오로지 지구에만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것이 확률적으로 비합리적이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주는 지구라는 별에 사는 인류의 도전을 기다리고 있다.
이 책은 이 총장이 집필을 시작해 5년 동안 땀을 쏟은 결실이다. 김충식 가천대 부총장은 "이광형은 과학자이면서 동시에 과학계의 이어령이라는 말을 듣는 과학 칼럼니스트"라며 "공학도는 물론 인문학도도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영어 번역서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초벌 번역은 AI가 하겠지만, 최종 원고는 아직까지 인간의 뇌로 다듬을 수밖에 없다.
미래의 기원 - 우주의 탄생부터 인류의 미래까지 이광형 총장이 안내하는 지적 대여정
이광형 (지은이),
인플루엔셜(주),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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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탐사보도로 한국기자상을 두해 연속 수상했다. 저서 '박종철 고문치사와 6월항쟁'은 언론 지망생들의 필독서 반열에 들었다. 시사월간지 신동아에 황호택이 만난 사람을 5년 5개월동안 연재하고 인터뷰 집을 7권 펴냈다. 동아일보 논설주간, 서울시립대 초빙교수를 지냈고 현재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 대학원 겸직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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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돼지 신장을?... AI 함께 하는 미래, 공존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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