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2023년 11월 16일 한 고등학교에서 시험 시작을 기다리는 수험생들 모습(자료사진)
사진공동취재단
당시 그 수학 학원에 아이를 보내야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아이가 수학학원을 다니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신 댄스학원을 보내달라고 했다. 아이는 공부보다 운동을 좋아한다. 토요일마다 학교 배구교실을 가는데 누가 깨우지 않아도 아침 일찍 일어나 집을 나서곤 했다.
춤추고 싶어하는 아이를 수학학원에 보내야 할까 싶었다. 내 고민의 방향이 달라졌다. 어차피 늦은 거, 나는 아이를 고등학교 진학 전까지 댄스학원에 보냈다. 아이는 댄스 동아리에 가입하고 학교 축제 때 무대에서 춤을 췄다. 축제 전날, 내 앞에서도 춤을 췄는데 내 눈에는 거짓말 조금 보태서 아이돌보다도 잘 추는 것 같았다.
그때 나는 내가 몰랐던 아이의 모습을 봤고, 아이의 밝은 웃음을 봤다. 수학학원 대신 댄스학원에 보낸 건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아이야 천천히 걸어라. 빨리 가는 아이들이 보지 못하는 꽃도 보고 별도 보면서, 천천히 가라.
진짜 아이를 위한 일이 뭘까
이랬는데도 월말이면 내게 무서운 문자가 날아오기 시작한다. 그것은 바로 아이들 학원비 결제 안내 문자이다.
2024년 3월 기준, 고3 첫째가 다니는 국·영·수 학원, 고1 둘째가 다니는 영어학원, 초등학생 막내가 다니는 피아노 학원까지 결제를 마치면 한 달 학원비가 2백만 원 정도 된다. 물론 이 정도 비용이 많은 건 아니라는 이들도 있겠지만, 그 기준은 각 가정마다 다른 것이니까.
아이들을 키우는 십 수년간 교육 문제로 쉴 새 없이 흔들렸다. 주변에 아프다는 아이가 있으면 그래 아이들이 건강하면 됐지 뭘 바라나 싶다가도, 소위 '스펙'이 좋지 않아 취업의 기회조차 잡지 못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내 아이가 하루도 허투루 보내서는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이곤 했다.
솔직히 내 아이들이 명문대에 들어갔으면 좋겠다. 나보다 나은 삶을 살았으면 좋겠고, 다른 사람들 앞에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내가 뒤늦게 야간 대학을 졸업하고 원하는 직업을 갖기 위해 치열하게 애썼던 것은, 내 자부심이기도 했지만 어떤 때는 내 콤플렉스의 발현이기도 했다.
내 아이들은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대학을 졸업하고, 안정된 직장을 다니며 취미생활을 즐기는 삶을 살기를 바랐다. 사교육은 그런 내 욕심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다 보니 정작 내 노후 준비는 놓치고 있었다.
부모인 내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은 과도한 입시 경쟁이 교육의 중심이 되어 있고, 사교육 시장은 그 경쟁을 더욱 부추기며 부모들의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다.
앞으로도 아이들이 원치 않는 학원은 보내지 않기로 했다. 대학은 가지 않아도 좋고, 원하는 게 생겼을 때 가도 된다고 아이들에게도 말해뒀다.
지금 당장 사교육에 힘쓰는 것보다 아이가 진짜 원하는 게 생겼을 때 도움을 주고, 내 노후를 든든하게 준비해 두는 게 더 아이를 위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내 엄마처럼 아이들에게 끝까지 든든한 부모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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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학원비만 2백, 그런데도 '대학은 선택' 말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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