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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훈의 KT, 봄농구 흑역사 끝냈다

4강 진출 성공한 KT, 간결한 패스로 공격 주도한 허훈

24.04.12 12:07최종업데이트24.04.12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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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훈의 수원 KT가 기나긴 플레이오프의 흑역사를 청산하고 4강 진출에 성공했다. KT는 4월 11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2023-24 정관장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93-80으로 승리했다.  

KT는 에이스 파리스 배스가 33점 17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작성했다. 허훈이 3점슛 4개를 포함해 22점 6어시스트을 올렸고, 하윤기도 16점 2블록을 보태며 세 선수가 무려 71점을 합작했다. 현대모비스는 이우석이 3점포 6개 포함 28점으로 분전했지만 외국인 선수 케베 알루마(10점 8리바운드)와 게이지 프림(9점 2리바운드)의 부진 속에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시리즈 전적 3승 1패를 기록한 KT는 현대모비스를 누르고 2년 만에 4강 진출에 성공했다. KT는 정규리그 2위팀 창원 LG와 챔피언결정전진출을 놓고 5전 3선승제의 4강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된다.
 
KT와 허훈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시리즈였다. KT는 유독 '봄농구'에 약했다. 프로농구에서 전신(나산-골드뱅크-KTF) 시절을 통틀어 챔피언결정전에서 아직 한번도 우승을 차지해보지 못한 세 팀(창원 LG-대구 한국가스공사)중 하나다. 챔프전 진출은 2006-07시즌이 유일했고, 정규리그 우승도 2010-11시즌 한번뿐이었다.
 
특히 KT에 봄농구 플레이오프 시리즈 승리는 무려 10년 만이다. KT는 2013-14시즌 5위 6강플레이오프에 진출하여 4위 인천 전자랜드(현 가스공사)를 3승 2패로 업셋한 것을 마지막으로 최근 9년 간은 단 한번도 플레이오프 시리즈를 이겨보지 못했다.
 
2014-15시즌부터 2017-18시즌까지 4시즌간은 7-7-9-10위에 그치며 6강무대 조차 밟지 못했다. 2018-19시즌부터 다시 봄농구 무대에 복귀했지만 세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첫 판에서 탈락하며 단기전에 약한 모습을 드러냈다.
 
2019-20시즌은 6위로 플레이오프 진출권이었지만 코로나19로 시즌이 조기종료되면서 봄농구 자체가 무산됐다. 2018-19시즌과 2020-21시즌은 6위로 봄농구 막차티켓을 잡았으나 3위팀이었던 창원 LG와 안양 정관장을 넘지 못했다. 특히 2021-22시즌에는 2위를 기록하며 4강에 직행하는 수혜를 입고도, 플레이오프에서 2년연속 만난 정관장에게 1승 3패로 '업셋'까지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KT의 플레이오프 통산 전적은 26승 42패에 불과하며, 시리즈 전적도 6승 12패에 지나지 않는다.
 
당연히 KT의 에이스인 허훈도 봄농구만 되면 고개를 숙여야 했다. 허훈은 2017-18시즌 프로에 데뷔한 뒤 올시즌 전까지 3차례 PO 무대에 섰다. 첫 PO 데뷔무대였던 2018-19시즌에는 창원 LG와 6강 PO로 당시 2승3패로 밀렸다. 2020~2021시즌에는 4강, 2021-22시즌에는 6강 에서 정관장을 만나 각각 3연패와 1승3패로 무너지며 플레이오프 시리즈 3연속 패배에 그쳤다.
 
종아리 부상 등 운이 따르지 않은 순간도 있었지만, 허훈 역시 결과적으로 큰 경기에서 에이스에게 기대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정규리그 MVP까지 차지했던 화려한 개인 경력에 비하여 허훈은 아직 우승타이틀은 커녕 챔프전도 한번 밟아보지 못했다는 것은 옥에 티였다.
 

9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울산 현대모비스와 수원 KT의 3차전에서 KT 배스가 3점 슛을 성공시킨 후 허훈과 몸을 부딪치며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해 전역 후 달라진 허훈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허훈은 지난해 11월 전역 이후 KT에 복귀하여 2023-24 정규리그 27경기에서 15.1점 3.6어시스트 2.1리바운드, 1.1개의 스틸을 기록하며 2년만의 봄농구 복귀와 3위 등극에 힘을 보탰다. 여전히 잔부상으로 고전하기는 했지만 허훈이 있을 때와 없을 때 KT의 경기력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6강 플레이오프 역시 허훈을 위한 무대였다. 송영진 감독의 전략적인 체력 안배속에서 출장시간을 조절하면서도 3경기 평균 20점 3.7어시스트 2.3리바운드로 제몫을 다했다. 1승1패로 맞선 3차전에서는 4쿼터에만 8점을 꽂는 클러치타임으로 흔들리던 분위기를 KT 쪽으로 돌려놓는 데 기여했다.
 
4차전에서도 동료들을 활용한 스크린과 간결한 패스로 공격을 주도하는 효율적인 플레이가 돋보였다. 정규리그에서 변수로 지적되었던 배스와의 공존 문제도 역할분담을 통하여 어느 정도 해법을 찾아가는 모습이었다.
 
원투펀치의 개인기량을 극대화한 플레이에 초점을 맞춘 송영진 감독의 전략이 적중하면서 KT는 10년만의 플레이오프 시리즈 승리라는 값진 보답을 얻을 수 있었다. 아울러 2006-07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7차전 석패의 아쉬움을 안겼던 현대모비스를 상대로 무려 17년 만의 설욕에 성공했다.
 
허훈의 KT가 4강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하면서 형 허웅과의 '챔프전 형제 더비'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허웅의 KCC를 정규리그 5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여 6강전에서 4위 SK를 3연승으로 스윕하고 준결승에 오르는데 성공했다.
 
허웅-허훈 형제는 아직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경험은 없다. 허웅 역시 아직 우승 경험이 전무하다.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로 자리잡은 두 형제지만, 정규리그에 비하여 봄농구에서의 족적이 아직 미미하다는 것은 공통적인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두 형제가 사상 첫 챔프전에서 격돌하려면 각각 1위 원주 DB와 2위 창원 LG의 벽을 뛰어넘어 업셋을 이뤄내야 한다. 허웅의 KCC는 송교창-최준용-라건아-이승현으로 이어지는 호화전력을 앞세워 '5위팀 최초의 챔프전 진출'이라는 이변을 꿈꾸고 있다. 허훈의 KT는 LG을 상대로 정규리그 상대 전적에서 2승 4패로 열세다.

나란히 동반 4강행으로 봄농구 커리어의 스텝업을 이뤄낸 허웅-허훈 형제, 내친김에 챔프전에서도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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