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흑두루미들의 비행 모습. 창공에서 한참을 선회비행을 한 후 서서히 내려앉는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 해평면의 고장 해평중학교 아이들에게 이곳 해평의 산 역사를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이 바로 해평습지였다. 그러나 그 해평습지는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대신에 강물만 그득한 '해평 호수'가 그 자리에 들어서 있을 뿐이다.
'해평 호수'를 선택할 것인가, 해평습지를 선택할 것인가?
모래톱이 풍성했던 습지는 사라지고, 지금은 수심 6미터의 깊은 호수가 돼 있는 이곳은 지금 그 어떤 생명의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그 흔한 왜가리, 백로 같은 새 한 마리 보이지 않고 오직 보이는 것은 강물뿐이다.
그 강물도 6월이 오면 녹조가 창궐하는 강물일 뿐이다. 녹조는 독이다. 청산가리 6600배의 맹독을 품은 녹조가 창궐하는 강. 이것이 지금의 해평습지의 모습일뿐이다. 아름다운 철새도래지 해평습지가 어쩌다가 이 지경에 빠져버렸는가.
이날 아이들에게 이 모든 생생한 흑역사를 모두 들려줄 수 없었지만 해평습지가 내려다보이는 제방에서 해평습지의 과거와 오늘을 비교해서 설명해주었고, 그 산 역사를 전혀 모르는 2009년 이후에 태어난 해평중 아이들은 그 산 역사를 전혀 실감할 수 없다는 표정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해평 호수'가 된 낙동강을 누가 찾을 것이며, 이런 강에 온들 무슨 추억을 만들 것인가? 낙동강은 점점 멀어져 왔었던 것이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서도. 체험이 없는 강, 추억이 없는 강 낙동강으로 변모해 있을 뿐이다. 그것은 산 강이 아니라 죽은 강인 것이다.

▲ 낙동강 둔치를 지나 낙동강으로 들어서기 위해서 수풀을 헤치고 나아간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안될 일이다. 아이들에게 이전 낙동강의 일단이라도 체험하게 해야 했다. 낙동강의 옛 모습을 그래도 간직하고 있는 곳이 다행히 지척에 있다. 그곳은 바로 4대강사업으로 들어선 대형댐과도 같은 구미보 아래서 낙동강과 만나는 지천인 감천이다. 그 감천과 낙동강이 만나는 합수부에서 낙동강의 옛 모습을 확인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그곳으로 달려갔다.
김천에서 내려오는 감천은 모래강이다. 우리나라 하천은 산간계곡을 빼고 대부분 모래강이 많다. 화강암이 많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그 화강암이 풍화작용 등으로 잘게 부수어져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모래이기 때문이다.
낙동강도 대표적인 모래강이었다. 그 모래강 낙동강에서 모래를 완전히 앗아간 것이 바로 4대강사업이었다. 4억만㎥가 넘는 낙동강의 그 엄청난 모래가 퍼올려져 논으로 들판으로 강변 둔치로 들어가 쌓은 것이 4대강사업의 주요 내용일 정도로 낙동강의 모래는 그렇게 사라져갔다. 그리고 댐과 같은 대형보가 들어서서 강물을 막아버리니 이젠 모래를 전혀 구경할 수 없는 강이 돼버린 것이고 말이다.
그런데 이 일대 낙동강에서 그 귀한 모래를 다시 만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 바로 낙동강과 감천의 합수부다. 감천의 풍부한 모래가 계속 떠밀려 내려와 이곳 합수부에 쌓이면서 거대한 삼각주를 만들어 4대강사업 당시 6미터 깊이로 파 모래를 퍼올려낸 곳에 그대로 다시 모래가 쌓였다.

▲ 낙동강과 감천이 만나 거대한 삼각주를 이루었다. 모래가 쓸려내려오면서 이전 낙동강의 모습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래서 그 삼각주에 해당하는 곳은 넓은 모래톱이 만들어지고 그 위를 낮은 강물이 흐르는, 즉 이전 낙동강의 모습을 되살려냈다.
모래의 힘
강에 들기 전에 이곳 모래톱의 참주인을 만나는 시간도 가졌다. 모래톱에 모래만 사막같이 있는 줄 알기에 이곳에서도 생명을 이어가는 친구들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 이 모래톱에 알을 낳아 새끼를 기르는 꼬마물떼새 알집을 찾아 보여주었다.
그 앙증맞고 귀여운 물새알집은 이곳은 주인이 바로 우리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듯했다. 이맘때 이곳 모래톱은 물새들의 왕국이고 따라서 이맘때 이곳을 찾을 때는 발밑을 유심히 살피며 조심조심 걸어야 한다.

▲ 꼬마물떼새 알집을 찾아라. 모래톱 위에 앙증맞게 자리잡고 있는 꼬마물떼새 알집을 찾아 아이들과 함께 바라보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꼬마물떼새 알집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두 곳의 알집을 보여주고 아이들과 함께 강으로 들었다. 파고 강물을 채워 6미터 깊이의 강이 됐지만 감천이 공급해주는 모래가 그곳을 다시 매워버려 지금은 수심이 고작 30~40㎝ 정도다. 예전 낙동강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는 그곳으로 들어간 것이다.
신발을 모두 벗고 양말만 신은 채 강으로 들어왔기에 발바닥으로 모래의 감촉을 느낄 수 있었다. 한참을 걸어들어가도 낮은 모래강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곳에서 물수제비도 날리고, 모래톱에 사는 재첩이라는 작은 조개도 찾아보고, 여름철새인 쇠제비갈매기도 필드스코프를 통해서 관찰했다.

▲ 낙동강 물길을 걸어라. 무릎 아래 정도밖에 되지 않는 강에서 아이들이 낙동강을 온몸으로 느껴보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강 안에도 모래톱이 이렇게 만들어져 있다. 이런 모래톱에서 새들이 휴식을 취한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재첩을 찾아라. 아이들이 모래 속에서 재첩을 찾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아이들이 찾은 재첩 조개.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쇠제비갈매기를 찾아라! ....필드스코프를 통해서 쇠제비갈매기를 살펴본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필드스코프로 본 쇠제비갈매기. 멸종위기종 2급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꼬마물떼새와 쇠제비갈매기가 내는 울음소리 가득한 이곳에서 물장구도 치면서 아이들은 강을 오롯이 느껴봤다. 비록 시간 제약으로 긴 시간 머무를 수 없었고, 이곳의 또다른 주인인 물고기도 만날 수 없었지만, 이곳을 다시 찾기로 약속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강을 돌아나오는데 물고기 한 마리가 미동도 않고 가만히 서 있다. 밀어였다. 마치 이곳의 주인은 바로 나야 하면서 일인시위라도 하고 있는 듯했다.
이렇게 그리 길지 않은 낙동강 체험 시간을 가졌다. 다음 주에는 이렇게 온몸으로 체험한 기억을 바탕으로 해서 교실로 들어가 낙동강의 산 역사를 마주하게 된다. 해평 호수가 된 낙동강과 이전의 해평습지의 낙동강 이 두 개의 강 중에서 과연 어느 강을 선택할 것인가? 다음 시간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에게 할 질문이다.
이날 수업을 다 마친 후 해평중 2학년 곽은서 학생은 학교 SNS 게시판에 다음과 같은 후기를 남겼다.
"환경 수업으로 낙동강에 갔다. 예전의 낙동강이 어땠는지 설명을 들었다. 사진을 보니 지금과 많이 달라 놀랐다. 지금은 물이 많아져서 모래들이 적어졌다고 했다. 그래서 흑두루미들이 안 온다 해서 안타까웠다.
감천과 만나는 낙동강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오니 모래가 많았다. 옛날 낙동강 모습과 많이 흡사하다고 했다. 모래의 돌들 사이에 꼬마물떼새의 알도 보았다. 실제로 보니 신기했다. 돌들과 비슷해 생각보다 찾기 힘들었다.
강속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 멀리까지 가도 무릎까지밖에 안와서 신기했다. 망원경으로 쇠제비갈매기도 보았다. 망원경으로 보니 생각보다 작아서 놀랐다. 눈으로만 멀리서 보던 낙동강을 실제로 들어가서 생물도 구경하며 자연을 느낄 수 있어서 색다르고 참 좋았다."

▲ 구미보가 뒤로 보인다. 4대강사업 당시 이곳은 6미터 깊이로 팠지만 지금은 모래가 가득 채워졌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구미보 아래 모래톱에서 재첩을 찾고 있는 아이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흘러라 낙동강아!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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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간의 기사를 엮은 책 <강 죽이는 사회>(2024, 흠영)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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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해평중 학생들과 함께 본 '모래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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