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순 조합원은 콜센터에서 10년 넘게 일하고 있다.
김혜순
나는 콜센터 노동자이다. 콜센터에서 10년 이상 일하다 보면 근골격계 질환이 안 생기는 게 신기한 일이다. 하지만 나를 비롯해 대부분의 콜센터 노동자는 제한된 공간에서 한 자세로 오랫동안 같은 업무를 하는 것이 우리 몸에 얼마나 나쁜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콜센터 노동자들이 겪는 만성 근골격계 질환도 직업병이구나! 산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어떻게 동료들을 설득해서 산재 신청을 하고, 산재를 인정받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면 아직 막막하다. 40~50대 여성 노동자들은 산재 경험이 거의 없다.
1년 전 유방암 재발로 퇴사한 동료가 2명이나 있었다. 그리고 최근 들어 10년 이상 근무한 동료들의 암 소식이 간간이 들려온다. 나는 지금까지는 한 번도 나와 동료의 질병이 우리가 하는 일과 연관되었다고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의 질병이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일하는 환경 때문에 생긴 게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매일 당연하게 보던 콜센터의 공간이 노동환경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콜센터노동자를 비롯해 사무실에서 앉아 일하는 사무직 노동자들은 대부분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어도 산재 신청을 생각하지 않는다.
"실내에서 편하게 앉아서 일하는 내가 무슨 산재예요. 건설 현장이나 공장에서 일하다 다치는 사람들이 하는 거 아니야?"라고들 하지만, 책에서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반복해서 이야기한다. 위험한 현장은 위험하기 때문에, 위험해 보이지 않는 현장은 보이지 않는 위험 때문에 노동자가 일하다 아플 수 있다.

▲ 콜센터에서 일하는 김혜순 조합원의 노동환경. 계속 모니터를 바라보면서 한 자세를 유지하다보니 쉽게 근골격계 질환에 노출된다.
김혜순
이제부터라도 나와 동료들의 아픔을 돌아보려고 한다. 그리고 산재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겠다. 콜센터 노동자들이 흔히 겪는다는 공황장애나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의 경우 준비가 까다롭다고 한다. 지부장으로서 해야 할 일이 늘었다.
우선은 근골격계 질환을 앓는 사람,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 다른 질병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조사를 할 것이다. 책에서 여성 노동자들의 사례가 모여 산재 제도의 젠더 공백을 보여주었듯이, 우리 사업장에 있는 콜센터노동자들의 아픈 몸을 모아보면 분명 노동환경의 공백이 드러날 것이다. 노동조합이 없었다면 생각해 보지도 엄두도 나지 않았을 싸움이다.
바쁜 일정에 책 한 권을 다 읽는 게 너무나 힘들었지만 그래도 이 책을 통해 나의 노동 현장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해준 기회를 만들어준 노동조합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여성 노동자의 건강과 노동권을 위해 함께 싸워주는 노동조합 활동가들 고마워요.

▲ 공공성 강화를 요구하는 집회에 참석 중인 김혜순 조합원(현수막을 든 맨 오른쪽)
김혜순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는 다양한 업종의 노동자가 함께 하는 민주노총 산하 최대의 산별노조입니다. 공공부문, 운수부문, 사회서비스 등 부문의 모든 노동자가 함께 하는 노동조합입니다.정규직과 비정규직, 특수고용노동자 뿐 아니라 실업자·퇴직자·해고자 및 조합 임용자, 예비 노동자도 가입할 수 있습니다.
공유하기
'실내 근무인데 산재는 무슨', 이 말이 틀렸단 걸 알았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