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 감기, 세수, 온몸 씻기를 이 물로 모두 해결해야 한다. 나중에는 물이 남아서 속옷까지 빨 수 있었다.
서정희
아이티의 극심한 물 부족 문제는 기후위기와 연관되어 있다. 기후재난은 불평등하다. 가난한 나라에 튼튼하지 못한 건물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은 대지진으로 목숨을 잃었고, 전염병으로 2차 피해를 겪어야 했다. 집도 사라지고, 배고픔을 채울 음식, 마실 물, 씻을 물도 부족하고, 공용 화장실을 사용해야 하는 이 상황에서 월경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경험을 하고 있었을까.
나 또한 아이티에서 겪은 일을 생각할 때면 물과 음식이 너무 부족한 나라라고 기억했지 월경 경험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지 못했다. 당시의 나는 환경과 젠더 감수성이 없었기 때문에 아이티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로 음식과 물을 떠올렸지 월경은 '나중' 문제로 여긴 것 같다. 불평등한 기후 재난을 온몸으로 맞서고 있는 누군가는 월경용품에 대한 선택권도 당연히 보장받을 수 없다. 월경이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월경 빈곤 해결은 정말 중요한 문제다.

▲ 아이티 대지진으로 일부가 무너져내진 집이 위태 위태하게 서있다.
서정희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은 사라졌을까
2017년 일회용 생리대 안전성에 대한 문제 제기로 한국 사회가 한참 시끄러워졌을 때 나는 후련함을 느꼈다. 내가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면서 경험한 피부 질환이 내 몸의 문제가 아니라 일회용 생리대 속 화학 물질이 만들어 낸 부작용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 내 몸이 일찍 신호를 보내 준 것이 고마웠다.
일회용 생리대의 안전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는 국가가 나서서 일회용 생리대 건강영향조사를 실시하도록 하였고 2022년 발표된 결과에 따르면, 일회용 생리대에 포함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의 추정 노출 수준이 생리통, 생리혈색변화, 외음부 트러블 등의 발생과 관련 있었다.
즉 일회용생리대 사용과 그에 따른 불편 증상(생리통, 생리혈색 변화, 외음부 트러블 등)간의 관련 가능성이 확인된 것이다.

▲"안전한 생리대를 원한다!" 정부청사앞에 쓰러진 여성들 2017년 9월 5일 여성환경연대 회원들이 정부서울청사앞에서 생리대 모든 유해성분 규명과 역학조사를 촉구하며, 검은 옷을 입고 바닥에 누워 비폭력 저항을 표현하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권우성
정부는 일회용 생리대 건강영향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일회용 생리대가 평생 사용해도 안전하다고 말하고 있다. 과연 일회용 생리대 사용자들도 일회용 생리대의 안전을 경험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이에 여성환경연대는 2023년 8월 14일부터 2023년 9월 4일까지 한국에서 최근 6개월간 생리대를 구매하여 사용한 사람을 대상으로 일회용 생리대 구매 경험 실태조사를 하였고 1660명이 응답했다.
많은 일회용 생리대 사용자들은 일회용 생리대의 비싼 가격과 안전성에 대한 정책을 요구하고 있었다. 특히 본 조사에 따르면 최근 6개월 동안 일회용 생리대 사용 시 부작용 경험 여부에 대해 피부 가려움(47.1%)의 비율이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월경통(21.2%), 짓무름(20.2%), 월경 불순(7.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 2023 일회용 생리대 구매 경험 실태 조사 결과
여성환경연대
일회용 생리대가 지구의 쓰레기 문제가 되고 있다
일회용 생리대로 인해 발생하는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기후위기를 실감하고 난 이후였다. 1회용 플라스틱 중 일부는 재활용이 될 여지라도 있지만 일회용 생리대는 재활용의 여지가 없는 쓰레기이다. 평생 월경하는 동안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한다면 1만 1000개~1만 4000개를 사용하게 되고 이로 인한 폐기물은 200kg이다. 최근에는 1회용 탐폰 사용자들도 늘고 있는데 이러한 1회용 월경용품들의 성분표를 확인하면 폴리에틸렌을 비롯한 플라스틱 성분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매립 시 분해되는데 500년 이상 걸린다. 즉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이 1회용 월경용품으로 생산되고 폐기되는 셈이다.
나는 단순히 건강한 월경을 위해 다회용 면 월경대로 변경하였다. 하지만 이 결정이 곧 지구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니 월경과 지구가 얼마나 가깝게 연결되어 있는지 느끼게 된다. 1회용 월경용품으로 월경 경험을 시작했기 때문에 1회용이 얼마나 편한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나와 지구의 건강을 위해 불편함을 선택했다. 하나 뿐인 지구가 망가지면 그 선택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아이티에서 매일 매일 보았다. 5살 아이까지 작은 통을 들고 먼 길을 걸어 우물가에 가 작은 통을 줄지어 세우고 깨끗한 물을 떠가기 위해 기다렸다. 물부족은 먼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한국에서도 물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섬과 지역의 수가 늘고 있다.
그러나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과 기후위기 시대의 월경 문화가 지구의 생태계와 공존하기 위한 고민을 다루는 교육은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여성환경연대는 2024년 세계 월경의 날을 맞이하여 월경 교육을 할 수 있는 매뉴얼을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다. 기후 위기에 처한 하나뿐인 지구가 회복력을 조금씩 찾아가도록 불편함을 감수하는 일상의 변화가 필요하다.

▲ 여성환경연대가 제작한 ‘나와 지구를 위한 월경’ 1차시 교육 PPT 표지
여성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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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중 딱 석 달만 일회용 생리대 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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