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원전 수명연장 절차 중단하라" 전남 함평 주민 1421명 소송 제기

주민들 "원전 측 제공 자료 전문용어 가득, 의견 진술권 침해...중대사고 대책도 없어"

등록 2024.06.12 16:28수정 2024.06.1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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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대구지방법원.

대구지방법원. ⓒ 조정훈

 
전남 함평군 주민들이 한빛원전 수명연장 절차를 중단해달라고 법원에 소송을 냈다. 함평군은 원자력발전소 6기가 밀집한 전남 영광 한빛원전 인접지역이다.

12일 광주환경운동연합 등에 따르면 함평주민 1421명(주민 소송단)은 지난 11일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에 '한빛원전 1·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주민 의견수렴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경주지원은 영광 한빛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 본사를 관할하는 법원이다.

한수원은 40년 설계수명 만료를 앞둔 한빛 1·2호기를 정해진 수명보다 약 10년 더 가동하기 위한 수명연장 절차를 추진 중인데, 원자력안전법은 이 과정에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를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하도록 사업자에게 의무화하고 있다.

이때 규제기관에 제출되는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는 그 초안을 사전에 공개하고,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원전 반경 30㎞)에 거주하는 주민 의견을 반영해 작성하도록 원자력안전법에 규정돼 있다.

그런데 한수원이 현재 진행 중인 주민 의견 수렴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게 함평주민 소송단의 입장이다.
  
a  전라남도 영광군 홍농읍에 있는 한빛원전 전경. 1986년 상업 운전에 돌입한 한빛원전 1호기부터 6호기까지 모두 6기의 원전이 있다. 이들 원전은 2025년 한빛 1호기부터 순차적으로 40년의 설계 수명(운영 허가 기간)이 만료된다. 원전 운영사 한국수력원자력은 한빛 1, 2호기 수명을 연장하는 절차를 추진 중이다.

전라남도 영광군 홍농읍에 있는 한빛원전 전경. 1986년 상업 운전에 돌입한 한빛원전 1호기부터 6호기까지 모두 6기의 원전이 있다. 이들 원전은 2025년 한빛 1호기부터 순차적으로 40년의 설계 수명(운영 허가 기간)이 만료된다. 원전 운영사 한국수력원자력은 한빛 1, 2호기 수명을 연장하는 절차를 추진 중이다. ⓒ 국제원자력기구(IAEA)

 
주민 소송단은 한수원이 공개한 이 사건 초안이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용어로 가득 차 있어, 주민들의 의견 진술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소송단에 참여한 함평 주민들은 모두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에 거주하는 이들로, 원자력안전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의견을 진술할 권리가 있다.

주민 소송단은 한빛원전에서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중대사고가 났을 때 예상되는 피해와 대책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또한 수명연장을 추진하면서 진행하는 방사선환경영향평가의 경우, 최신 기술기준을 활용하도록 돼 있지만, 이 사건 초안은 최신기술기준을 적용해 평가된 것이 아니므로 원자력안전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소송단은 지적한다.

소송단 주민들 "오늘도 전남 영광 한빛원전 40㎞ 밖 전북 부안서 큰 지진"
"원전 6기 밀집한 한빛원전서 큰 사고 날까봐 늘 걱정... 노후원전 불 꺼야"



소송단에 참여하는 오민수 함평군번영회장은 "한수원이 공개한 이 사건 초안은 전문용어로 가득 차 있어 주민들이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다. 중대사고가 나면 어떤 영향을 받고 어떻게 주민들이 대처해야 하는지 알 수도 없다"고 말했다.
  
a  지난 11일 전남 함평군청에서  개최된 '한빛 1, 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주민 의견수렴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 기자회견. 전남 영광 한빛원전 운영사 한국수력원자력은 당초 계획보다 10년 더 1, 2호기를 가동하기 위한 절차를 추진 중이다.

지난 11일 전남 함평군청에서 개최된 '한빛 1, 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주민 의견수렴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 기자회견. 전남 영광 한빛원전 운영사 한국수력원자력은 당초 계획보다 10년 더 1, 2호기를 가동하기 위한 절차를 추진 중이다. ⓒ 광주환경운동연합

 
오 회장은 "원전에서는 잊을만하면 크고 작은 사고나 고장이 일어나 주민들 걱정이 많다. 오늘 아침엔 한빛원전에서 40㎞ 떨어진 전북 부안에서 큰 지진이 나지 않았느냐"며 "원전 6기가 밀집한 한빛원전에서 사고라도 나면 우리는 영원히 고향을 떠나야 한다. 수명이 다한 원전을 끄지 않고 계속 가동하는 절차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소송단을 대리하는 김영희 변호사는 "공청회를 포함한 주민의견수렴 절차를 조속히 중단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이기 때문에 법원 결정이 2~3주 안으로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빛 1·2호기는 각각 1985년 12월, 1986년 9월 운영 허가를 받고 가동에 돌입했다. 오는 2025년 12월, 2026년 9월 각각 40년의 설계수명을 마치고 폐쇄(폐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탈원전 정책 폐기'를 공약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수명연장으로 방향이 급선회했다. 광주·전남 환경단체를 비롯한 지역사회 일각은 안전 문제 등을 걱정하며 수명연장에 반발하고 있다.

지역사회 반대 여론에도 한수원은 한빛 1·2호기 수명연장 절차에 돌입했으며, 최근에는 한빛원전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에 있는 전남 영광·함평·무안·장성군, 전북 고창·부안군 등 6개 지자체 주민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 절차를 이어가고 있다.
a  전남 영광 한빛원전 1, 2호기 수명연장 공청회 일정. 함평군 공청회 일정은 협의가 완료되지 않아 빠져 있다.

전남 영광 한빛원전 1, 2호기 수명연장 공청회 일정. 함평군 공청회 일정은 협의가 완료되지 않아 빠져 있다. ⓒ 한국수력원자력

#한빛원전 #한수원 #수명연장 #경주지원 #함평주민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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