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권익위원회 정승윤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1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명품 가방을 수수했다는 내용의 비위 신고 사건을 '위반 사항 없음'으로 종결 처리했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과 '상식'이라는 두 단어가 본뜻을 잃은 채 조롱당하고 더럽혀진 데 대해서만큼은 대통령이 언제든 책임져야 할 것 같다. 아이들조차 '공정'과 '상식'하면 거의 본능적으로 윤석열이라는 세 글자를 떠올린다. 두 단어를 공약처럼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됐으니 그럴 만도 하다.
다만, 그 의미가 분화됐다. 아이들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자면, 우리 사회의 '공정'에는 두 가지 개념이 존재한다. 하나는 '사전적 의미의 공정'이고, 다른 하나는 '윤석열의 공정'으로 나뉜다는 거다. '상식' 또한 '사전적 의미의 상식'과 '윤석열의 상식'으로 나눌 수 있단다.
어른이고 아이고 이미 대통령의 이름은 무지와 분노, 퇴행과 몰상식의 대명사가 됐고, 일상생활에서 형용사나 동사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어통령(어쩌다 대통령)'인 까닭에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이라며 짐짓 두둔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지금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요즘 유행하는 몇 개의 '예문'과 '번역문'을 소개한다.
"윤석열이 윤석열한 거죠."
이는 작년 '킬러 문항 배제' 소동이 벌어졌을 때, 고3 교실에서 횡행하던 한탄과 체념의 목소리였다. 교육과정과 대입 제도에 문외한인 대통령의 즉흥적인 한마디에 온 나라가 벌집 쑤신 듯했다. 그 호들갑의 피해는 고스란히 고3 수험생에게 돌아갔다.
"윤석열 같은 소리하고 있네."
대화 도중 이치에 맞지 않거나 비현실적인 주장을 하는 친구를 비난할 때 주로 사용하는 표현이다. 종종 독백처럼 쓰이는데, 자칫 듣는 이를 화나게 할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제대로 알지 못하면 그 입 다물라"는 말과 비슷한 의미다.
"네가 윤석열인 줄 아니?"
이는 아홉 번의 도전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한 대통령의 수험 이력을 빗댄 것으로, 지금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N수'가 불가피하다는 조언을 건넬 때 활용된다. 보통 앞이나 뒤에 "경제적으로 부모님이 뒷받침해 주실 수 있어?"라는 질문이 따라온다.
"교육감조차 윤석열화하고 있는 것 같다."
구중궁궐에 살며 실제의 민심과는 괴리된 엉뚱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는 뜻으로, 교사들 사이에서 자주 쓰인다. 아첨하는 이들에 에워싸여 판단력을 잃었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대체 뭐 하려는 건지 모르겠다"는 뜻으로도 활용된다.
캠페인 벌인다고 무너진 신뢰가 회복될 리 없다

▲ 윤석열 대통령이 5월 17일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대통령실
홍보물의 다른 국정 목표도 황당하긴 마찬가지다. 고물가와 고금리에 소비 심리가 얼어붙고 경기 부진에 자영업자의 줄도산이 이어지는 판국에,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 운운하는 건, 차라리 조롱이다. '역동적'이라는 수식어에 하도 어이가 없어 한참을 웃었다.
아이들조차 무한경쟁과 각자도생의 가치관에 길들어 있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나날이 역대 최저의 출산율을 갱신 중인 현실에서 '따뜻한 동행'을 입에 담는 것 자체가 낯부끄러운 일이다. 최근 대통령이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한 걸 두고도 '말의 성찬'일 뿐이라는 박한 평가 일색이다.
이공계열 인재들이 죄다 '의치한약'을 지망하고 'N수'도 불사하는 교육 현실에서 '자율과 창의로 만드는 담대한 미래'라는 글귀가 가당키나 한가. 지금 학교 교육은 '의치한약'을 정점으로 한 학벌 구조라는 '맹목'과 '획일'로 점철되어 있다. 서열의 벽은 더욱 높아졌고 두터워졌다.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라는 표현은 또 어떤가. 일본에 모든 걸 양보하고도 뒤통수를 맞는가 하면, 중국, 러시아 등과 불필요한 마찰까지 빚어가며 '글로벌 호구'가 된 지 이미 오래다. 남과 북이 대북 전단과 '오물 풍선'을 뿌려대며 서로 악다구니를 쓰는 지경인데, 자유와 평화, 번영 운운하는 건 언어도단이 아닐 수 없다.
기실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한낱 조롱거리로 전락했다는 사실이 '국가비상사태'다. 그의 공약과 정책적 비전을 현실화해야 할 공직 사회에는 영이 서지 않고 복지부동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어느새 국민 다수가 대통령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고, 대통령의 발언과 행동, 정책조차 아이들이 패러디할 만큼 하수상한 시절이다.
전국에 홍보물을 뿌리고 캠페인을 벌인다고 해서 무너진 신뢰가 회복될 리 없다. 모두가 대통령의 눈치를 보며 머리를 조아리는 시늉만 할 뿐이다. 정작 안타까운 건, 아이들이 '윤석열이 윤석열한' 부조리한 현실을 근거로 대한민국의 미래가 암울할 거라고 단정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참담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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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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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용사와 동사로도 사용되는 고유명사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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