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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주노동자 사람으로 대하는 걸 손해라고 생각"

[아리셀 참사 인터뷰] 30년 이주노동자 우다야 라이 "임금 높으니 죽음도 감수하라는 뜻"

등록 2024.07.10 17:53수정 2024.07.1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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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 ⓒ 권우성

 
"한국은 사람 죽는 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일하면서 죽을 수도 있는 거다' 이렇게. 정부도, 사장도, 일반인들도. 자기네는 안 죽으니까요. 자기 식구들은 안 죽으니까, 남의 일이 되는 거예요. 특히 위에 있는 사람들일수록 이런 피해가 없죠."

우다야 라이(57) 민주노총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주노조) 위원장이 화성 아리셀 화재 참사에 대한 질문을 받고 긴 침묵 끝에 입을 뗐다. 이번 참사로 사망한 23명 중 18명이 외국인 노동자였다. 이주노조는 한국에서 유일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이다.

네팔 출신으로 30여 년 전 한국에 온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아리셀 참사로 드러난 이주노동자 안전 문제, 불법파견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정말 몰랐을 거라 생각하나"라고 몇 번을 되물었다. 그는 "절대 아니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모두가 다 알면서도,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아야 '이익'이 된다는 인식이 한국에는 있다"고 했다. 한국사회는 "이주노동자를 사람으로 대하는 걸 '손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와 정치인들은 이주민 문제를 언급할 때 항상 '국익'이 최우선이라고 얘기해요. 그게 무슨 소리에요? 이주노동자 목숨보다 한국의 이익이 중요하다는 거예요. '돈'이 중요하다는 거예요. 이번에도 참사 나니까 반짝 여러 얘기가 나오다가 벌써 다 시들해져요. 저는 이렇게 묻고 싶어요. 한국은 정말 국익보다 이주노동자의 목숨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준비가 됐습니까?"

지난 8일 우다야 라이 위원장을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이주노조 사무실에서 만났다.
  
"예전보다 좋아진 거 아니냐고? 바뀐 거 하나 없다"

 
a  화성 아리셀 화재 참사 희생자들의 위패와 영정이 안치된 지난 4일 오후 경기 화성시 화성시청 1층 합동분향소에서 추모객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화성 아리셀 화재 참사 희생자들의 위패와 영정이 안치된 지난 4일 오후 경기 화성시 화성시청 1층 합동분향소에서 추모객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 김화빈

 
- 지난달 24일 경기도 화성에서 리튬배터리를 만드는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23명이 숨졌다. 이중 18명이 외국인이었다.

"사람들이 그래요. 그래도 예전보다 많이 좋아진 거 아니었냐고. 아니요. 바뀐 거 하나도 없어요. 그러면 이런 일이 있나요? 리튬 공장 사람들이 리튬이 위험하고, 리튬에서 난 불은 분말소화기로 끌 수 없다는 걸 모르고 있다가 23명이나 떼로 죽은 게 말이 돼요? 후진국이면 몰라요. 경제 규모 10위권 선진국이라면서 이런 망신이 있어요?

분노하는 건, 아무리 말을 해도 사장들과 정부는 똑같다는 거예요. 6월 26일에는 경북 칠곡의 한 철근콘크리트 배수관 만드는 공장에서 이주노동자 한 명이 또 죽었어요. 알아보니 전에도 거기서 이주노동자 2명이 죽었었대요. 다른 이주노동자들이 지금처럼 일하면 위험하다고, 공정을 고쳐달라고 회사에 말했었대요. 그랬더니 사장이 '손해'부터 얘기했다는 거예요. 그날도 그렇게 빨리빨리 일 안 해도 되는데 재촉을 하는 통에 사고가 났다더라고요.


아리셀은 일용직이 많았잖아요. 희생자 23명 중에 20명이었다고 하는데. 일용직은 말 그대로 '일회용직'이에요. 한번 일하고 '바이바이'할 사이인데 사장이 신경이나 쓰겠어요? 회사는 오로지 물량만 생각해요. 이 사람이 오늘 처음 일하러 왔고, 그래서 위험한 걸 잘 모르고, 이런 건 하나도 안 중요해요. '오늘 100개 만들어야 되니, 100개 만들어라.' 이것만 중요해요. 그러니까 사람이 죽어요."

- 안전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랬겠죠. 하지만 꼭 얘기하고 싶은 게, 안전 교육이 전부가 아니라는 거예요. 전체적인 분위기, 인식이 안 바뀌는데 교육이 무슨 소용이겠어요? 공장 가보세요. '자, 여기 들어가면 죽어. 자, 여기에 손 넣으면 손 잘려.' 이렇게 교육은 해요. 근데 곧바로 이렇게 말해요. '여기서 30년 동안 일한 사람들 다 멀쩡해. 오늘 100개 만들어야 하니까 빨리 들어가. 빨리 해.' 그러다 손 잘려요. 그러다 죽어요.

교육만 해서는 안돼요. 실제로 천천히 일하게 하고, 위험하다고 하면 안전하게끔 설비를 고쳐야 한다는 인식을 가진 사장들이 많이 생겨야 돼요. 사장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게, 정부가 움직여야 돼요. 근데 안 그래요. 아리셀도 봐봐요. 회사는 안전교육 다 했다고 큰소리 뻥뻥 치잖아요."

- 아리셀 사망 노동자 상당수가 불법파견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주노동자들에게 흔한 일인가.

"많아요. 아리셀 희생자 중에는 고용허가제(비전문취업 E-9비자) 받은 사람이 없었는데, 회사 입장에선 불법파견으로 데려오는 게 훨씬 편하잖아요. 퇴직금도 안 줘도 돼, 보험도 안 들어도 돼, 아리셀처럼 사고 나면 '내 직원 아니다'라고 하면 돼. 복잡한 신청 절차도 없고, 노동부에서 인원 제한 같은 규제도 안 받잖아요. 계속 고용할 필요도 없고, 아침에 전화해서 '몇 명 보내달라'고 하면 딱 오고. 저녁 돼서 일당 줘버리고 나면 나랑 모르는 사람 되는 거잖아요. 얼마나 쉬워요?

이러니까 유령회사 같은 것도 많아요. 사장이 전화기 하나만 놓고 회사를 차린 다음에 이주노동자들 취업을 받아요. 그리고 자기는 아무것도 안하고 이주노동자들을 다른 사업장에 보내주는 거예요. 그래놓고 월급 200만원 중에 20만~30만원씩 떼가요.

웃기는 게 뭔지 알아요. 한국은 E-9비자로 '비전문' 노동자들을 받으면서 '전문'적인 노동을 원한다는 거예요. '비전문'으로 비자 받고 왔는데 사업장 가면 지게차 운전도 해야 되고, 조그만 화물차 운전도 해야 돼요. 위험해서 다 자격증이 있어야 되고 이주노동자들이 하면 안 되는 일인데 '못한다'고 할 수가 없어요. 불이익 주기 때문에. 그러다가 사고 많이 나요. 많이 죽어요."

"정치인 0명, 노조조직률 0.3%...이주노동자들 80%는 아리셀 참사 모를 것"  
 
a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 ⓒ 권우성


-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 때도 이주노동자 13명(전체 40명 사망), 2020년 이천 물류창고 화재 때도 이주노동자 3명(전체 38명 사망)이 사망했다.

"지금까지 이주노동자들은 죽어봐야 제대로 배상 받지도 못했고 진상규명도 못했어요. 대사관까지 껴서 빨리빨리 시신을 고국으로 보내버리고, 대충대충 사건 수습하니까요. 왜 그런 줄 알아요? 사람이 죽어도, 한국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너네 나라에서 일하는 것보다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게 임금이 높으니, 그 외에 모든 건 다 너네들이 희생해라.' 그렇죠? 이게 무슨 뜻이에요? 너넨 죽어도 싸다는 거예요. 이런 게 사람들 머리 속에 박혀있어요.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뽑아놓은 게 정부고 국회의원들이잖아요.

그나마 우리한테 투표권이라도 있으면 들여다보는 척이라도 하겠죠. 근데 이주노동자는 투표권도 없으니 완전히 무시당하는 거예요. 오히려 정치인들이 '이주노동자 권리'를 얘기하면 마이너스가 돼요. 그건 한국 사장들, 한국 사람들한테 '손해'가 되니까요. 한국 유권자들은 '아니 왜 내 마음대로 못 쓰게 하냐'는 거죠.

한번은 시민단체 출신 국회의원을 만난 적이 있어요. 지금은 현역이 아니지만, 2020년 겨울 비닐하우스에서 얼어 죽은 이주노동자 속헹씨 사건이 이슈가 되니까 활동을 많이 한 국회의원이었어요. 내가 이 문제 고치려면 근로기준법 63조 없애야 한다고 했어요. 농업·어업·축산업은 근로시간·휴게·휴일 규정 적용을 못 받아서 휴식시간도 없고 휴일·연장근로 가산수당도 없잖아요.

근데 그 국회의원이 들은 척도 안 하는 거예요. 못 들었나, 싶어서 세 번 네 번 얘기했어요. 똑같이 들은 척도 안 해요. 내가 하도 화가 나서 '이거 폐지해야 된다니까요!' 소리쳤어요. 그런 정치인조차 당장 농민들 들고 일어날 거고, 표를 많이 잃을 거라 생각하니까 우릴 무시하는 거예요. 나는 절망했어요 그날. 지금 한국에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치인은 0명이에요. 우리는 목소리가 없어요."

- 아리셀 참사로 사망한 이주노동자의 가족들이 최근 유가족협의회를 구성했다.

"처음 있는 일이에요. 지금까지는 참사가 나도 이주노동자들이 발언을 하지 못했었거든요. 피해자 유가족 중 한국 기자분이 한 분 있는 데 그분 역할이 컸던 것 같아요(관련기사 : 참사 취재하던 기자가 '아리셀 유가족'이 됐습니다 https://omn.kr/2971z). 이 참사가 개별 이주노동자들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노동자의 문제고, 사회의 문제라고 설득했고 거기에 공감한 것 같아요.

사실 현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낼 방법은 하나밖에 없어요. 노동조합. 근데 이주노동자들이 노조하는 건 너무 어려워요. 이주노동자들 대부분 노동조합이 뭔지도 몰라요. 거기다 정부는 '사장 말 잘 들어야 한다, 안 그러면 쫓겨난다' 머리에 계속 꽂아 넣어요. 그러다 보면 정부 말과 노동조합 말이 서로 부딪힐 수밖에 없는데, 노조에 대해 잘 모르고 '을'일 수밖에 없는 이주노동자들 입장에선 정부 말을 더 믿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 돼요."

- 이주노동자들의 노조 가입률은.

"한국에 이주노동자는 등록이 92만명, 미등록이 42만명, 총 134만명이에요. 그 중에 저희 이주노조 조합원이 700명 정도 되고, 민주노총 금속노조나 건설노조에 흩어져있는 이주노동자들까지 합하면 4200명 정도 돼요. 이주노동자들 노조 가입률을 계산하면 0.3%예요. 전체 한국 노조 가입률도 13%밖에 안되지만 이주노동자는 훨씬 더 마이크가 없는 거죠.

노조가 없으면 자기 사업장에 대해서만 알고, 전체적인 문제를 알 수 없어요. 아마 아리셀 참사도 이렇게 큰 일인데 이주노동자들의 한 80%는 모를 거예요. 사장들이 알려줄 리는 없죠. 정부 지원을 받는 이주노동자 센터에서도 이런 소식은 안 알려줘요. 이주노동자들은 언어 문제도 있어요. 한국말로 된 뉴스는 잘 보지 않고, SNS로도 자국의 커뮤니티만 둘러보고 살아요.

제가 노조위원장하면서 SNS를 해도, 이주노동자 현실에 대한 한국어 기사를 올리면 아무도 안 봐요. 반응이 한자리수예요. 그런데 제가 그 기사 내용을 네팔어로 고쳐서 올리면, 반응하는 숫자가 백명 이상 올라가요. 이건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에요. 이런 큰 사고가 났으면 났다고 정부가 정확하게 알려줘야죠. 뭐가 문제였으니 조심해라. 그런데 안 하죠. 노동자들이 노동문제에 무관심한 게 정부한테는 좋거든요.

딱 한번 한국 정부가 이주노동자들한테 정보를 많이 줬을 때가 있었어요. 코로나 때예요. 그때는 전염병이니까 이주노동자가 감염되면 한국 사람들한테까지 피해가 되잖아요. 정부는 지금도 충분히 할 수 있으면서 안 하는 거예요."

"자기들은 죽지 않는 데 있으니까, 남의 일로 느끼는 거죠"
 
a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 ⓒ 권우성

 
- 지난해 일하다 사고로 죽은 노동자 812명 중 10%가 넘는 85명이 이주노동자였다. 아리셀 같은 참사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정부가, 한국이, 정말 그 방법을 모를까요? 그렇게 생각하세요? 어떻게 근로감독을 해야 이주노동자들이 안 죽고, 권리 보장이 되는지? 아니요, 천만에요. 정부가 얼마나 머리가 좋은데요. 정부는 할 생각이 없는 거예요. 왜냐면 지금 이 상태가 '돈'이 되니까요. 이렇게 둬야 '국익'이니까요.

이런 인식 위에선 무슨 제도를 만들어도, 무슨 교육을 해도 안 바뀌어요. 중대재해처벌법을 봐봐요. 왜 만들어졌어요? 노동자들이 그렇게 많이 죽어도 사장들이 자기 일로 안 느끼니까 만들었잖아요. 맨날 밑에 과장, 부장들만 피해보니까 사장도 좀 피해보라고 만들었잖아요. 근데 지금 어떻게 됐어요. 사장들이 그거 조금 불편하다고 헌법 소원 넣었잖아요. '저 사람들 죽는 건 원래 나랑 상관 없는 일인데, 왜 날 귀찮게 하냐'는 거잖아요.

이주노동자 문제는 더 한 거죠. 우리는 죽어나가는데, 자기들은 안 죽는 데 있으니까, 자기 식구들은 안 죽는 데 있으니까 더더욱 남의 일인 거예요. 만약에 자기가 죽을 수도 있는 문제라면 이대로 둘까요? 그러니까 더럽고, 어렵고, 위험한 '3D(dirty, difficult, dangerous)' 업종이면 그냥 죽으라는 거예요. Death(죽음).

슬픈 건, 그나마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들에게 잘해주는 사람들도 대개 우리를 같은 '사회의 구성원'으로 봐서 그런 게 아니라는 거예요. '가난한 나라에서 온 불쌍한 사람'이라고 여기는 거죠. 그게 아니란 말이에요. 동등한 권리를 가진 사람이란 말이에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돼요. 이런 인식을 가진 사장들이 많아져야 돼요. 그런 정치인들, 정부 관료들이 많아져야 돼요.

이주노동자들은 죽으러 온 게 아니에요. 이미 너무 많이 죽었어요. 희생은 이 정도로 끝내야 돼요. 이게 마지막이어야 돼요."

[관련기사] '뉴한국인력 355-XXXX'... 참사에도 밤늦게 불켜진 화성시 공장들 https://omn.kr/298l4
#아리셀참사 #화성참사 #우다야라이 #이주노조 #외국인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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