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 노동자 고 장덕준씨가 숨지기 직전 근무했던 2020년 10월 11일 CCTV 영상. 장씨가 가슴을 움켜쥔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의 서울동부지법 제출 영상
영상 속 장씨는 오후 7시 작업장에 들어섰다. 이후 팔레트 위에 쌓여있던 바구니 더미를 옮기고, 물품이 가득 담긴 바구니를 든 채 이동하며 분류 작업자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그의 산업재해 판정서에는 "(하루에 기구를 이용해) 20~30kg 무게를 20~40회 운반"했고, "(손으로) 3.95~5.5kg 물품을 80~100회 옮겼다"고 나와 있다.
장씨의 직책인 '워터스파이더'는 포장 지원 업무를 맡게 돼 있지만 사실상 물류센터에선 '잡부'로 통하며 업무 강도가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영상 속엔 장씨가 여러 근무자로부터 부름을 받고 급히 계단을 뛰어 내려오거나, 하나의 작업을 마친 뒤 곧장 뛰어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장면이 여럿 담겨 있다.
어느 순간 장씨는 일하는 중 고개를 갸웃거리거나 가슴에 손을 갖다 대는 모습을 보였다. 고인의 어머니 박미숙씨에 따르면, 그는 이날 가슴 통증을 느껴 관리자와 주변 동료에게 이를 호소했다.
자정을 넘긴 뒤 오전 2시 6분, 장씨는 폐비닐을 버린 뒤 가슴을 부여잡고 철제 롤테이너에 기대 약 18초 가량 몸을 숙인 채 움직이지 못했다. 이로부터 32분 뒤엔 힘겹게 계단을 오르는 이상 증세 또한 보였다. 그가 열흘 전 같은 계단을 오르는 영상과 비교해 보면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쿠팡 "업무량 통제 없었고 자주 휴식, 업무강도 안 높아"
2020년 2월 당시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산업재해 판정이 나자 사과까지 했던 쿠팡은 현재 손해배상 소송에서 유족과 맞서고 있다. 장씨의 업무 강도가 가장 낮은 편에 속했고, 산업재해 판정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쿠팡 측은 12일 오전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손해배상 청구 소송 6차 공판에서 "망인(장덕준)은 업무량과 업무 강도를 통제받지 않는 환경에서 근무시간에 자유롭게 (음료수) 자판기를 자주 이용하며 휴식했다. 육체적 (업무) 강도는 높은 편이 아니었다"라며 "(영상 중 가슴을 긴 시간 움켜쥐고 있는 건) 폐비닐을 버린 후 이것을 확인하는 모습으로 전조 증상을 보였다고 하긴 어렵다"라고 주장했다.
유족 측을 대리하는 정병민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18초 동안 가슴을 부여잡고 일어나지 않는 장면이 CCTV 화면에 잡혔는데 그것을 폐비닐을 버리고 확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건 비상식적"이라며 "피고 쿠팡도 그러한 주장이 억지라는 걸 알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도 후 쿠팡측 "무전기 쥐는 습관, 가슴에 댄 것처럼 보일 뿐"
보도 후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오마이뉴스>에 보낸 7월 15일자 내용증명을 통해 "(가슴을 움켜쥔 채 18초 동안 움직이지 못한 게 아니라) 해당 영상은 고인이 폐비닐을 수거함에 버리는 장면으로 보인다"라며 "전후 여러 영상을 보면, 고인은 목에 걸려 있는 무전기의 흔들림을 막기 위해 무전기를 손에 쥐고 있는 습관이 있으며 이런 모습이 마치 가슴에 손을 대는 것처럼 보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고인이 계단을 힙겹게 올랐다거나 부름을 받고 급하게 계단을 뛰어 내려왔다거나, 고인의 업무강도가 높았다는 것 역시 원고들의 일방적 주장일 뿐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CCTV를 통해) 당사의 주장과 다른 증거가 나왔다거나, 억지 주장을 한다는 유족 측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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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가슴 움켜쥔채 18초'... 쿠팡 노동자 사망 직전 영상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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