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다려요
길벗어린이
기다리고, 기다려요
김영진 작가의 <기다려요>는 영롱한 빨간 방울 토마토가 가득한 그림책입니다. 그림책 속 주인공 토끼 키토는 <고사리와 대나무>의 형같은 아이, 아니 거기서 한 술 더 뜬 아이입니다. 무엇이든 앞서가려고 노력했지요.
늘 먼저 발표하고, 그림도 빨리 그리고, 청소도 제일 깨끗하게, 제일 먼저, 무엇이든 최고여야 한다고 생각한 키토는 가끔 '더 잘할 수 있잖아'하면서 친구들을 답답해 했어요. 특히 느린 곰돌이 친구 연두를 제일 답답해 했어요.
방울토마토 키우기 수업을 하는 날, 키토는 '목마르지 않게 물을 주고, 노래도 불러주고, 매일 사랑한다고 말해줄래요!'라며 제일 먼저 답했지만, 안타깝게도 키토의 방울토마토는 키토같지 않았어요. 뒤늦게 싹이 났지만, 제일 작았어요. 불안해진 키토, 작은 소리로 말을 건네는 연두에게 한껏 짜증을 내고 말았어요.
그래도 연두는 키토에게 다가와 '식물보약'이라며 작은 봉투를 내밀었어요.
'그러면 금방 자라?'/ 아니, 기다려야지,
얼마나? / 그야 모르지, 그냥 기다리는 거야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그림체의 동물들이 등장하는 이 그림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기다려야지'입니다. 비료를 뿌려 더 빨리 자라게 하고 싶지만, '그냥 기다려보자'합니다. 마음은 빨간 방울토마토천지이지만 이구동성 '기다려야지'라며 초록색 방울 토마토를 바라보는 것으로 끝을 맺습니다.
아마도 앞서 이야기의 형이나, 키토에게 대나무 싹을 주었다면 오년이나 기다릴 수 있었을까요? 무엇이든 잘한다며 앞서나가던 키토가 느리고 답답한 연두를 통해 비로소 '기다림'의 미학을 배우게 됩니다. 빨간 벽돌 유치원 시리즈 중 한 권, 하지만
키토처럼 살아가는 '어른이'를 돌아보게 합니다.

▲ 기다려요
걸음동무출판사
한편, 김현경 작가의 <기다려요>는 산불로 초토화된 숲속 상수리 나무가 주인공입니다. 애벌레와 다람쥐와, 나비와 개구리, 물까치와 함께 어우러져 숲을 이루던 상수리 나무는 산불로 모든 것을 잃고 '그루터기' 신세가 되었습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숲은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었죠',
봄이 가고, 겨울이 오고, 다시 봄이 가고, 겨울이 지나고, 세 번째로 봄이 찾아온 계절, 바스락, 뎅구르르 소리를 내며 비로소 숲은 다시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다시 10년, 20년, 100년... 그렇게 숲이 제 모습을 찾고 떠난 친구들이 되돌아오기를, 숲의 지킴이 상수리 나무는 기다리겠다고 합니다.
100년의 시간만을 겨우 욕심내는 인간사에 상수리 나무의 기다림은 아득합니다. 그래도 기다림의 그림책을 보니, 마음에 여유로운 바람 한 자락이 불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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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체온마저 성나는 여름, 그림보며 여유를 되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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