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2시간, 2건의 배달노동을 하고 번 돈. 그나마 폭염 '프로모션' 덕분에 높은 금액의 배달료라고 한다
정혜경의원실
고작 야외에서 두어 시간 일했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땀으로 젖었다. 씻지 않으면 사람 만나기 힘들 정도다. 하루종일 야외에서 일하는 건설노동자들이 퇴근길에 눈치보여서 지하철을 못 탄다는 이야기도, 샤워실이 간절하지만 '화장실도 별로 없는데 샤워실을 만들어주겠냐'고 말했던 것도 새삼 다시 떠오른다.
체험을 마치고 배달노동자들과 유튜브 라이브 방송도 하고, 배달플랫폼노동조합 노동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직접 배달을 했다고 하니 "1시간에 몇 번이나 하셨냐", "7kg짜리 수박 배달 한번 해보셨어야 하는데"라는 댓글도 올라온다. 여름에 오토바이를 한참 타면 엉덩이 쪽에 땀띠가 나서 고생이라는 이야기, 음식점에 도착했는데 조리가 안 되어 10분, 20분 기다리다보면 초조해진다는 이야기, 화장실에 가고 싶은데 음식점 눈치보여서 가기도 힘들다는 이야기, 점심시간에는 밥 먹어본 적 없다는 이야기까지 고충이 이어졌다.
플랫폼에서는 마치 남는 시간을 활용하면 쉽게 돈을 잘 벌 수 있는 것처럼 광고하지만, 실제 배달노동자들은 매 시간 최저임금도 안 되는 돈을 받으며 일하거나, 밥도 휴식도 없이 일하거나, 아니면 '프로모션' 받아 금액 높은 배달을 위해 비 오고 눈 오는 날 위험을 감수하며 거리로 나서야 한다.
지난 6월 '플랫폼, 특수고용노동자 최저임금 보장'을 위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당시 기자회견에 함께 한 배달노동자들은 한 번 배달료가 2000원대라며 '이딸라'로 불린다고 자조했다.
소비자도, 노동자도, 소상공인도 어려운데... 돈은 누가 벌지?
배달을 시키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2000원이 적지 않지만, 배달노동자의 노동 가치에 비해서는 적은 돈이다. 상인들도 배달료 외에도 각종 수수료와 광고료를 내야 한다고 울상이다. 그런데 플랫폼 배달 시장은 갈수록 커진다. 도대체 누가 돈을 벌고 있는 걸까? 플랫폼 노동에 대해, 우리가 꼭 물어보고 따져봐야 하는 점이다. 지난해, 배달업계 1위인 배달의 민족은 7000억 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올렸고, 독일 모기업은 4000억 원 넘는 배당금을 가져갔다.
배달노동시장에서 기업은 철저히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사업 덩치를 불리고 시장을 선점하려고 한다. 직고용은 없애고, 임금노동자 대신 '플랫폼 노동자'를 늘리고, 그마저도 하청 플랫폼을 두려고 한다. '유상운송보험' 의무가입을 시행하다가, 경쟁사에 밀리는 것 같으니 의무화 조항을 없애버린다. 사고가 난다면 고스란히 노동자 개인의 삶에 책임이 돌아간다. 이렇게 플랫폼 배달 노동자들은 저임금 고강도 노동으로 내몰린다.
배달 체험을 한 8월 5일은, 노조법 2, 3조 개정안을 두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표결하는 날이었다. 배달 체험 뒤에, 옷을 갈아입고 본회의장으로 향했는데 투표의 무게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 배달노동을 체험하고, 노조법 2,3조 개정안 표결을 위해 국회로 다시 돌아가는 길의 기분이 남달랐다
정혜경의원실
국회엔 에어컨 나오죠?
노조법을 비롯한 각종 법안 필리버스터가 이어지던 어느 날, 국회 앞에서 1인시위를 하던 한 노동자가 그런 말을 했었다.
"국회 본회의장은 시원하죠? 그러니까 다들 양복 입고 필리버스터를 하지. 거기 에어컨이 다 꺼져봐야 이렇게 노조법 막겠다고 필리버스터를 안 할 텐데!"
시원한 국회에서 연설하는 것이 힘들면 얼마나 힘들겠냐는 그 말에 할 말이 없었다.
더운 여름, 비록 짧은 시간의 배달체험이었지만 소중한 경험이었다. 나의 초심, 노동자들의 땀을 잊지 않아야겠다고 노동자 국회의원으로서의 마음을 다져본다.

▲▲ 배달노동자들에게도 최저임금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더 확고해진 체험이었다
정혜경의원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9
국회 유일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국회의원, 진보당 정혜경입니다
공유하기
'2시간에 8200원' 폭염에 배달해보니 "말도 안 된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