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연합뉴스
정의당 지도부로 있을 때, 국민연금에 대한 전문가 초청 세미나를 한 적이 있다. 진보진영은 기본적으로 연금개혁에 대해 소득보장론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입장의 교수님이 오셨다. 2시간 정도 강의를 듣고 이해되지 않는 지점이 있어 질문을 했다.
"교수님 말씀대로라면, 국민연금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선 저출생/비정규직/플랫폼노동/소득격차 등등을 다 해결해야 하는데. 국민연금을 유지하기 위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현시점 이런 사회적 조건에 맞는 노후보장 시스템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국민연금 제도는 40년 동안 매월 4.5%의 소득을 안정적으로 납부할 수 있는 노동자가 아니면 불리한 제도다. 1차 노동시장으로 분류하는 대기업 정규직이나 전문직이 아니면 노후보장을 제대로 받기 어렵다. 단순히 소득대체율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한국 노동자 평균 근속연수가 5.9년이다. 평생직장 개념이 무너진 현대 사회에서 40년 동안 안정적으로 국민연금을 낼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이런 현실에서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만 높이자는 주장은, 지금의 1차 노동시장이라는 성역을 더 공고히 하는 말과 다름없는 것 아닐까.
완성된 모습의 이상사회를 설정하고 그 이상사회가 만들어진다면 국민연금이 좋은 제도가 될 것이라는 주장은 주객전도다. 현시점 국민연금이 불평등한 제도인데 이걸 고치지 않고, 국민연금이 좋은 제도가 되기 위해선 평등한 세상을 만들면 된다니. '국민연금주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방식이 꼭 다수를 포괄하지 못하는 국민연금 제도에 다수를 편입시키는 방향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포괄하지 못하는 다수를 전제로 한 새로운 노후보장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국민연금의 기획 의도는 '사회연대'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현시점 연금개혁의 관심사는 사회연대가 아니라, 납부자들이 덜 내고 더 받는 시스템의 안정적인 지속가능성이다. '사회연대'는 없고 '투자안정성'만 남았다.
사라진 사회와 국가의 역할을 복원해야 한다. 어차피 연기금 고갈에 세금으로 대응할 거라면, 깔끔하게 노후보장에 대한 목적세 시스템으로 전환해서 가난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소득보장시스템을 설계하자는 것이다.
방법론은 다양할 수 있다. 기초연금을 강화해 하위 소득 고령인구를 대상으로 한 튼튼한 복지제도를 만들 수도 있다. 노인 기본소득을 제안할 수도 있다. 핵심은 노후보장 책임을 국가의 역할론으로 더 직접적이고 분명하게 재규정하자는 것이다. 국민연금주의에서 벗어나, 국민연금이 아니어도 더 나은 노후보장시스템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연금을 만들 때의 사회적 합의도 쉽지 않았는데, 그것이 되겠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어려운 것을 해내는 것이 본래 정치의 역할이다. 어렵다고 불평등한 사회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 이것은 만 65세에 국민연금을 수령 받지 못할 수 있고, 수령 받아도 69만4000원에 불과한 한 노동자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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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에 잘해야 69만 4천원? 국민연금, 질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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